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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존 Dec 08. 2024

미국 DAY7_(1)사랑할 수 밖에 없는 레이크타호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241106


2022년 5월, 미국 LA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그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매 순간이 모험 같았다. 어느 날, 지인들과 함께 2박 3일간의 레이크 타호 여행이 계획되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레이크 타호’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다. 그곳이 어디인지 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언니, 오빠들을 따라 무작정 차에 올랐다. LA에서 약 8시간을 달려 도착한 레이크 타호.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나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호수는 마치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듯했다.


잔잔한 호수는 맑고 투명한 물빛으로 반짝였고, 그 주변을 감싸는 푸른 숲과 하얀 설산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풍경 앞에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고요함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 여행 이후,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줄곧 레이크 타호 사진으로 설정되어 있다. 때로는 지친 하루 끝에 화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이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 그곳에서 느낀 평화로움과 설렘을 잊지 않으려는 내 작은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레이크 타호는 그저 한 번 다녀온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속에 평온함을 심어준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호수가 나에게 보여줬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이 글로 담아내고 싶다.


레이크 타호(Lake Tahoe)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위치한 고산호수로, 북미에서 두 번째로 깊고, 가장 큰 고산호수 중 하나로 꼽힌다. 약 1,897미터의 해발고도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496㎢에 달한다. 최대 깊이는 약 501미터로, 이는 크레이터 레이크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로 기록된다.

레이크 타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맑고 투명한 물이다. 투명도는 약 20~30미터로 측정되며, 호수의 푸른빛은 물이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하는 자연 현상에서 기인한다. 이로 인해 사계절 내내 독특한 색감을 감상할 수 있다.

호수를 둘러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레이크 타호를 그림 같은 풍경으로 감싸고 있다. 겨울철에는 인근 스키 리조트에서 세계적인 스키와 스노보드 명소로 활용되며, 여름철에는 카약, 패들보드, 하이킹과 같은 야외 활동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레이크 타호의 서쪽에는 호수 주변을 따라 걷는 타호 림 트레일(Tahoe Rim Trail)이 있는데, 약 270km에 달하는 이 트레일은 하이커들에게 사랑받는 코스이다.

또한, 레이크 타호는 그 고요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중요성도 높다. 호수와 주변 생태계는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보전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 레이크 타호의 자연은 황금빛과 푸른빛이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러한 경관은 방문객들에게 평화와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한 번 방문하면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는다.


보통 어딘가를 다녀오고 나면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곳을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가져본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레이크 타호는 달랐다.


무엇보다도 내 짝꿍과 함께 그곳을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말 아쉬웠다. 물론, 짝꿍도 이미 레이크 타호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레이크 타호는 분명 또 다른 특별한 느낌일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이번 미국 일주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둘만의 다짐을 하나 했다. “레이크 타호만큼은 꼭 함께 다시 가자.” 그 약속을 떠올릴 때마다 설렘이 차올랐다.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서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새길 수 있다는 기대감. 이제는, 우리의 레이크 타호를 만들어갈 차례다.


그래서 나는 이 미국 일주 중에 "레이크 타호"가 가장 기다려졌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어쩌면 어제 체크인을 하고자 달려온 것은 단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늦은 밤임에도 요세미티를 뒤로하고 레이크 타호로 서둘러 오고 싶었던 건 내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Rest Area에서 오전 7시쯤 눈을 떠 간단히 준비를 마친 뒤 약 1시간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짝꿍은 여느 호텔처럼 오후 4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아고다에서 본 "24시간 체크인 가능" 문구를 떠올리며 혹시 지금 체크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에 부풀었다. 과연, 우리는 이른 아침에 체크인을 할 수 있을까?


설렘과 걱정을 안고 리셉션으로 향했다. 직원 언니는 다른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우리는 차례를 기다리며 기대와 긴장 속에 서 있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물었다.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예약을 했는데, 혹시 지금 체크인 가능할까요?"


직원 언니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네! 방이 준비되어 있어서 지금 바로 체크인 가능하세요!"


순간 놀란 우리는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정말요? 사실 어젯밤 요세미티에서 오다가 너무 피곤해서 멈췄거든요. 아고다에서 24시간 체크인 가능이라고 되어 있어서 믿고 왔는데, 그게 정말인가요?"


직원 언니는 웃으며 설명했다.
"아, 24시간 체크인은 리셉션이 24시간 운영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문을 잠가요."


그제야 우리는 아고다 문구의 진짜 의미를 이해했다. 만약 어제 밤에 도착했더라면 입장이 어려웠고, 오늘 아침 7시 전에 왔어도 기다려야 했겠다는 생각에 둘 다 안도하며 웃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직원분은 호텔 수수료로 1박당 68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나는 “그 정도는 낼 수 있지”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짝꿍은 사전에 이런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정중하게 직원분께 이의를 제기했다.


직원분은 확인을 위해 호텔 사장님처럼 보이는 남자분과 상의했다. 몇 분 후, 남자분이 다가와 말했다.
"손님께서 예약한 사이트에서는 사전 고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수수료는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체크인도 일찍 할 수 있었고, $136의 추가 비용까지 면제라니! 모든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리다니 왠지 레이크 타호에서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심지어 가격이 저렴해서 큰 기대 없이 예약했던 호텔이었는데, 룸 상태며 위치까지 정말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레이크 타호에 간다는 지인이 있다면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다.


4일간의 차박 생활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하니 온몸이 찝찝하고 찌뿌둥했다. 짐을 급히 정리하고는 가장 먼저 샤워부터 했다. 뜨거운 물줄기가 뭉친 몸을 풀어주고, 피곤함이 서서히 씻겨 나가는 듯했다.

호텔은 아늑하고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레이크 타호에서 방에만 있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짝꿍과 바로 호텔 밖으로 나가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5월에 처음 왔던 레이크 타호도 제법 쌀쌀했던 기억이 나는데, 11월의 레이크 타호는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분위기였다. 바람은 한층 더 차가웠지만,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바람의 차가움을 덜어주었다.


따뜻한 샤워 후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스타벅스 야외 자리에 앉아보니,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아 차가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 더없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글을 쓰며 문득 생각했다. “이곳이 바로 천국 아닐까?”

2시간 정도 글을 쓰다 보니 슬슬 출출해져서 스타벅스 바로 옆에 있는 쌀국수 집으로 향했다. 나는 늘 쌀국수를 두고 "어느 나라에서 먹어도 맛없기 힘든 음식"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곳의 쌀국수와 볶음밥은 일반 쌀국수 집보다 가격이 다소 비쌌다. 그런데도 재료를 지나치게 아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입 한입 먹으면서도 부족한 무언가를 찾게 되었고, 결국 식사를 마친 뒤에도 왠지 모를 아쉬움과 찝찝함이 남았다. 

배는 채웠으니 이제 짝꿍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으로 향했다. 지난번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던 네바다 비치 캠프그라운드였다.


5월의 그곳은 초록빛으로 가득했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늦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캠프그라운드는 한층 고요해졌고, 호수는 휑한 듯 적막했다. 그런데도 우리 둘만이 이 넓은 공간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온하고 좋았다.


특히 거대한 소나무 아래, 얼굴만 한 커다란 솔방울들이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는 모습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솔방울을 하나하나 집어 들며 우리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이걸 집에 가져가서 장식하면 정말 예쁘겠다.” 귀엽고 독특한 솔방울들이 만들어낸 이 순간은 캠프그라운드의 잔잔한 풍경만큼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레이크 타호.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반겨주는 이곳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곳의 아름다움은 글로도, 말로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카약이나 보트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시간을 가졌을 텐데, 차가운 바람에 액티비티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레이크 타호는 단순히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행복한 곳이었다.

모래 위에 누워 눈을 감고 호수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거세서 거의 파도처럼 들리는 물소리가 온몸에 스며드는 듯했다. 그렇게 잔잔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의 품에서 잠시 쉬었다가, 아늑한 휴식을 위해 호텔로 돌아갔다. 이런 평화로운 하루를 또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 보니 슬슬 저녁 시간이 되어 출출함이 찾아왔다. 호텔에서 걸어서 20~30분 거리에 맥도날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산책 삼아 가보기로 했다. 낮에는 햇살 덕분에 그나마 따뜻했지만, 해가 지고 나니 차가운 공기만이 남아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그렇게 덜덜 떨며 도착한 맥도날드는 돌로 지어진 독특한 외관 덕에 그 어떤 맥도날드보다 멋스러워 보였다. 레이크 타호에서는 맥도날드조차 특별해 보인다니, 정말 신기한 곳이다.


미국 맥도날드를 이용할 땐 꼭 맥도날드 앱을 설치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회원가입만 해도 할인 쿠폰을 많이 받을 수 있고, 포인트를 쌓아 무료로 메뉴를 즐길 수도 있다.


사실 나도 미국 맥도날드 앱을 깔아두었지만, 현재 내 아이폰의 앱스토어 국가가 한국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앱이 실행되지 않았다. (미국 맥도날드 앱은 앱스토어 국가가 미국으로 되어 있어야 사용 가능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그냥 제 값을 내고 햄버거를 맛있게 먹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 짝꿍과 함께 추위를 피해 거의 조깅하듯 빠르게 호텔로 돌아왔다.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나름의 소소한 추억을 만든 저녁이었다. 레이크 타호의 밤도 이렇게 잊을 수 없게 되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추위에 떨던 우리는 따뜻한 온기를 찾아 호텔 자쿠지로 향했다. 날씨가 추워도 반팔 반바지 차림에 큰 타월 하나 둘러쓰고는 방에서부터 야외 자쿠지까지 뛰어갔다.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은 늘 똑같았다. “정말 팔다리 튼튼하고 건강한 게 최고야!”


작은 호텔이었지만, 시설은 놀랍도록 잘 관리되어 있었다. 청결함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 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자쿠지 온도가 얼마나 완벽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에서의 짧은 시간이지만,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자쿠지로 몸을 녹이고 나니 또 출출해져서 짝꿍과 함께 도미노 베지 피자와 파스타를 배달 주문했다. 그런데 한 입 먹자마자 느낀 건, “이건 소금 한 통 들어간 건가?” 싶을 정도로 짜다는 것! 결국 물을 1리터는 마셨다. 그래도 이 짭짤함이 묘하게 중독적인 미국 피자만의 매력임을 새삼 실감했다.


맛있게 먹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피곤함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이니 눈을 감는 순간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렇게 레이크 타호에서의 하루가 따뜻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평화로운 레이크 타호에서의 두번째 날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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