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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 主屹山 ]

by 장한 Feb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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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흘산

'우두머리 의연한 산'

조령산 정상에서 조령산 정상에서 

산행지 : 주흘산 (경북 문경)

산행일 : 2024.12. 27 (금요일)

산행코스 : 문경새재 주차장-제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주봉(1,075m)-영봉(1,106m)-제2관문(조곡관)-제1관문-주차장(대략 16km)

난이도 : 보통

문경새재 도립공원 안내도문경새재 도립공원 안내도


주흘산은 경북 문경의 진산으로 높이 1,108m의 산이다. 한자를 풀이하자면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라 한다. '진산'은 도읍지나 고을 주변에 위치한 큰 산으로 나라나 고을의 난리를 평정하거나 그런 일이 발생하지 못하게 지켜주는 주산을 말한다고 한다.  주흘산 유래 중 고려 때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산에 피난했다 하여 임금님이 머문 산이란 뜻으로 임금 주主를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에 있는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에 개척한 관도라고 한다. 주흘산과 조령산이 이루는 험준한 지형 때문에 영남에서 소백산백 준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주요 길목이고  빠른 길이여서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많이 다녔다고 한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요충지여서 임진왜란 이후 주흘관(제1관문), 조곡관(제2관문), 조령관(제3관문) 3개의 관문과 부속성, 관방시설 등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주흘산은 2021년 여름 100대 명산 세 번째로 인증한 산이다. 그때는 인증 목적으로 조령산과 더불어 최단코스로 다녀왔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지려는 날씨에 오르다 보니 산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하산했었다. 아쉬움이 남는 산이여서 다시 한번 주흘산을 둘러보게 되었다.


중부내륙고속도 상행선을 타다 문경을 지나게 되면 보이는 주흘산은 언뜻 보면 하늘을 보고 누운 여인 형상으로 보인다. 문경읍에서도 저 형상은 꽤 또렷이 보인다. 여인처럼 보이는 이유 때문인지 음기가 강한 산이라고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지역 어르신에게 불경스럽다거나, 쓸데없는 말이라고 한 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주흘산 전경. 언뜻 보면 하늘을 보고 누운 여인 형상으로 보인다.주흘산 전경. 언뜻 보면 하늘을 보고 누운 여인 형상으로 보인다.


여인의 형상처럼 보이는 것도 특정 장소에서 그렇게 보일 뿐, 모든 곳에서 여인의 형상으로 보인 건 아니다.

조령산에서 본 주흘산. 여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조령산에서 본 주흘산. 여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문경새재 주차장에 도착. 유명한 관광명소라 주차장은 매우 넓다. 평일은 주차요금은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상청 예보는 꽤 춥다고 했는데 바람이 없어서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정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기 전 영업 중인 햄버거 가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9시 50분쯤에 산행을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제1관문(주흘관)까지 10~15분 정도 거리를 걸었다.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제1관문까지는 도보로 10~15분 정도 걸린다.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제1관문까지는 도보로 10~15분 정도 걸린다.



평일이지만 문경새재를 찾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대부분은 문경새재길을 걷거나 드라마 촬영장소를 보러 오신 분들이겠지만, 등산하러 온 분들도 간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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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관문 주흘관 뒤로 조령산(왼쪽)과 주흘산(오른쪽)이 보인다.

제1관문(주흘관)제1관문(주흘관)


1관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등산로 들머리가 나온다. 조금 올라오면 충렬사가 나오는데 충렬사를 방문하지는 않았다. 충렬사 앞에도 관리가 잘 되어 보이는 화장실이 하나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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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사를 지나 여궁휴게소까지 적당히 포장된 길을 오른다. 오르는 길 옆으로 계곡이 흐르는데 생각보다 얼지 않았다. 수량도 많은 걸 보면 주흘산 수목이 꽤 울창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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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순에 한차례 큰 눈이 오기는 했지만 그 뒤로 큰 눈은 없었는지 초반 등산로에는 대체로 눈이 쌓은 곳은 없었다.  포장된 길을 따라 적당한 경사를 따라가면 여궁휴게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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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궁휴게소 영업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견물생심'이라고 휴게소를 보니 차라도 한 잔 하고 싶다. 산행 중에 만나는 휴게소 혹은 쉼터 같이 음식이나 차를 파는 곳이 나오면 생각 없다가도 출출해지곤 한다. 

여궁휴게소여궁휴게소


여궁휴게소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여궁폭포를 경유해서 혜국사를 가는 코스와  바로 혜국사로 가는 코스다. 거리 차이가 얼마 되지 않아서 여궁폭포를 들렸다 오르는 게 좋다.  이날 코스를 잘 모르기도 했고, 여궁휴게소에 들리다 보니 휴게소 옆으로 폭포를 경유하지 않는 길이 나와서 그리로 올랐다.

여궁휴게소 옆으로 오르는 길여궁휴게소 옆으로 오르는 길


오르다 보니 여궁폭포 갈림길이 나온다. 

'여궁폭포 0.2km 3분'

3분 거리인데 안 갈 이유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궁휴게소에서 바로 폭포 방향으로 갈걸.'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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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여궁폭포는 큰 오르내림 없는 길이다. 

성벽과 같이 높은 암릉만 보여서 '폭포가 어디 있다는 거야?' 싶었는데 바위벽이 만나는 모서리 지점까지 들어가니 폭포가 '짠'하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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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궁女宮폭포는 밑에서 바라보면 마치 여인의 하반신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커다란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는 웅장하고 멋졌다. 겨울이라 물이 너무 맑아서 발이라도 담그고 싶다.  사진만 봐서는 안 높아 보이는데 폭포 높이가 대략 20m 정도 된다. 현장에서 보면 느낌이 정말 다른데 사진은 잘 담아지지 않는다.

여궁폭포여궁폭포


여궁폭포를 나와 계곡을 따라 혜국사로 진행했다. 문경새재에서 주흘산을 오르면 주흘산의 북면을 따라 오르기 때문에 그늘진 구간이 많았다. 그늘지고 계곡까지 흐르니 소위 음기가 강하다는 말이 나올만하겠다 싶다. 

왼쪽이 선녀탕. 왼쪽이 선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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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사에 도착. 등산로는 혜국사를 들리지 않고 오른쪽으로 이어졌다. 잠시 혜국사를 들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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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사는 신라 문성왕 때 창건되었고, 창건 시에는 법흥사라 했으나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행재하여 국은을 입어 그 이후로 혜국사라고 개칭했다고 한다. 현재 비구니의 수도 도량이라고 한다(문경시 관광안내 참조) 

혜국사혜국사

주흘산 형상은 여인의 형상이고, 대표하는 폭포도 여인의 하반신을 닮아 여궁폭포라 하고, 주흘산 이름의 유래에 기여한 사찰도 현재 비구니의 수도 도량이라고 한다. 참 많이 겹치기는 한다. 


3년 전 주흘산에 처음 왔을 때, 평소 힘든 산행을 했어도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은 없는데 주흘산에서 처음으로 쥐가 심하게 났다. 함께 산행하던 동생이 '주흘산이 음기가 세서 이 지역 남자들이 기를 못 편다는데, 형님도 주흘산 음기에 눌리셨나 봐요.' 하며 웃는다. 평소 풍수지리 같은 얘기를 믿는 편도 아닌데 그날은 비가 간간이 오는 중이라 그렇지 않아도 흐리고 컴컴하니 '정말 그래서 쥐가 나는 건가?' 싶었다. 


혜국사를 둘러보고 다시 등산로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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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사부터 정상까지는 꽤 가파른 길이다. 트이는 풍경도 없다. 등산로가 보기에는 오를만해 보이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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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사를 지나 대궐터에 대궐샘 약수가 나온다고 하던데 오르는데 너무 집중했는지 못 보고 올라 와 버렸다. 배앓이를 자주 하다 보니 약수를 웬만해서는 잘 마시지는 않는다. 그래도 보고 지나는 것과 못 보고 지나는 건 다른 얘기다.  주흘산 같이 역사적 이야기 많은 산이라면 보고 올라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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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주봉에 도착.

여름에 왔을 때는 무성한 나무로 시야가 조금 답답했는데 겨울에 오니 여름보다는 확실히 시야가 트인다. 높이로 보자면 영봉이 정상이지만 봉에서 경치만 보자면 주봉이 정상이다. 

정상에서 풍경이 아쉬운 산들이 몇몇 있다. 운악산(가평), 백운산(정선), 두타산(동해), 내장산(정읍) 언뜻 생각나는 유명한 산들만 세어 봐도 꽤 많이 나온다. 정상에서 풍경이 아쉽더라도 중간중간 정상을 대체할 전망지점을 제공하는 산들도 있고, 시작부터 정상까지 이렇다 할 만한 풍경이 안 보이는 산도 심심치 않게 있는 편이다. 후자 같은 산의 경우 그 산의 매력을 찾을 때까지 최대한 검색해 보고 2,3번 다녀보는 편이다. 

오늘 주흘산도 어찌 보면 그런 산 중 하나였다. 3년 전 여름 월복사에서 오르는 최단코스로 올랐을 때 시작부터 정상까지 이렇다 할 풍경도 못 봤었다. 날씨도 흐리고 비가 조금씩 오는 날이어서 더욱 아쉬움이 컸었다. 

주봉 정상석주봉 정상석

다행히도 오늘은 날씨도 맑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서 풍경도 시원하게 더 트인 느낌이다. 정상에서는 문경읍(구도시)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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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에서 보는 문경 방향 풍경주봉에서 보는 문경 방향 풍경

정상에서 바람이 강하지 않아 춥지 않았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영봉으로 산행을 진행했다. 주봉부터 영봉까지는 4~5번 정도 오르내림이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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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흘산 영봉은 주흘산 최고 정상이다.  주봉(1,075m) 보다 영봉(1,106m)이 더 높다. 언뜻 문경새재나 문경에서 보면 주봉이 더 높아 보이기는 한다. 문경이나 고속도로에서 볼 때 영봉이 더 뒤에 있기 때문이다. 주봉이 영봉보다 조망이 더 좋고 문경새재에서 가깝기 때문에 주봉을 더 많이 오른다. BAC인증은 주봉, 영봉 둘 다 가능하다.


영봉을 오르기 직전 조망이 트이는 곳이 잠시 나오는데 월악산 방향이 시원하게 보였다.

영봉 직전에 보이는 풍경. 사진 왼쪽 첫 산이 월악산이다. 영봉 직전에 보이는 풍경. 사진 왼쪽 첫 산이 월악산이다. 


주흘산 영봉에 도착했다. 정상석 앞뒤로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영봉 정상석영봉 정상석


영봉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조금 답답한 편이다. 겨울에도 이 정도로 가려지니 여름에는 더 많이 가려질 것 같았다.

영봉에서 보이는 풍경영봉에서 보이는 풍경


영봉에서 잠시 머무른 뒤 하산을 시작했다. 주봉을 오르는 등산로에 비해 영봉을 오르내리는 등산로는 정비가 아쉽다. 매우 가파른 흙길이 많았다. 눈과 상관없이 미끄럽고 흙먼지도 많이 날린다. 정비가 거의 안 된 느낌이다. 정상에서 풍경도 아쉬운데 오르내리는 길도 이러니 주봉만 오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영봉 하산길. 정비가 조금 아쉽다.영봉 하산길. 정비가 조금 아쉽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끝에 계곡이 나오면 이후로는 꽤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대신 계곡길이 꽤 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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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관문(조곡관)에 도착했다. 제2관문에서 제1관문까지는 대략 3Km 정도며 50분 정도 소요된다.

제2관문 (조곡관)제2관문 (조곡관)

제2관문부터 잘 다져진 평탄한 길로 제1관문을 거쳐 주차장까지 간다. 

문경새재길문경새재길

산행시간이 6시간 정도 걸렸다.  제1관문에서 10시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하산하고 같은 지점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겨울은 정말 해가 짧다. 벌써 저녁 느낌이 난다.   

주흘관주흘관


주흘산 산행을 마치고 혹시 조령산을 짧게 다녀올 수 있을까 해서 이화령휴게소에 들렀다. 최단코스라고 해도 조령산을 금방 다녀오기란 확실히 어려웠다. 이화령 휴게소에서 일몰을 보려고 들린 건 아니었는데 뜻하지 않게 일몰을 보고 산행 마무리를 하게 됐다. 

이화령휴게소에서 보는 일몰이화령휴게소에서 보는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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