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 상태는 예쁜 유리

유리가 깨져 다치고 아파도 내게는 너무 여전히 예뻤다

by 앤지유

콘서타를 줄이고 다른 ADHD 약을 시도했지만, 내게는 너무 졸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고, 하루 종일 피곤해서 해야 할 일을 겨우 해내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의사 선생님께 이 문제를 말씀드리니, 그 약은 아예 빼기로 결정했다. 대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콘서타 용량은 36mg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꺼냈다.


"사실, 살짝 들뜬 기분일 때 더 열심히 살고,

그런 상태에서 가장 많은 성취를 이뤘던 것 같아요.

왜 그런 기분을 일부러 막아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우울한 상태가 아니라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싶어서요."



내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조증 상태를 '예쁜 유리'에 비유하셨다.


"조증 상태는 정말 예쁜 유리와 같아요.

보기에는 너무 아름다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유리는 깨지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조증 상태에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도 있고,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상태가 영원히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쉽게 깨져버릴 수 있고, 그로 인해 더 큰 위험이 따르게 되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유리가 예뻐 보였다. 깨지고 다치고 아플지라도, 그 유리의 반짝임은 내 눈에 놓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깨져도 반짝이는 것이 유리의 본질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여전히 그 유리를 가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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