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템포 늦은 자기소개 시간
한 템포 늦었지만 그래도 생각난 김에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Associate Professor, Accounting Department, Western Connecticut State University
Ph.D.,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Hawaii
M.B.A.,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Singapore
경영학 학사, 기계항공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일단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학부는 한국에서 석사는 싱가포르에서 박사는 하와이에서 하고 포항 촌놈이 어찌어찌 세계를 떠돌아 지금은 뉴욕시와 보스턴 사이에 위치한 코네티컷주에 자리 잡고 살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시간을 역순으로 제 경력을 적었습니다. 미국은 학국과는 반대로 최근 경력부터 레쥬메가 적습니다. 그러니깐 한국은 학사 석사 박사 순으로 적지만 미국은 박사 석사 학사 순으로 레쥬메를 작성합니다. 이거는 직장경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스타일로 아래에서 위로 하나하나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을 떠난 지 15년이 넘어서 가끔 맞춤법이 틀립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지금은 경영학 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대학교는 이과로 입학하였습니다. 경영학은 복수전공입니다. 일단 이것부터 설명해야겠네요. 한국, 일본, 대만 정도를 제외하면 이과 문과 예체능이라는 개념은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다. 서양의 대학교는 보통 몇백 년 전에 만들어졌고 그 당시에는 우리 학교에 도산서원처럼 가문이나 추천으로 입학하였습니다. 따라서 수백 년간 입학시험이 없이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경우에는 헤이지 유신 이후에 현대적 대학교가 급하게 만들어졌고 탈아입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사무라이가문이라 하여 가산점을 줄 이유도 없고 중고등학교 내신제도도 자리잡지 않아서 아시아 최초의 현대적 대학교 도쿄제국대학교에는 3가지 입학시험을 만들었습니다. 문과 이과 예체능. 그 후 서울에 6번째 제국대학교인 경성제국대학교 (지금의 서울대학교)가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도 문과 이과 예체능으로 학생들을 입학시켰습니다. 그러니깐 미국은 문과 이과 예체능이라는 제도를 가져본 적도 없고 따라서 "이과출신인데 문과에서 교수할 수 있어요?" 같은 질문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특히 경영대학의 경우에는 다른 전공 출신들이 은근히 많은 편입니다. 경영학이라는 것이 짬뽕학문이라서....
하여튼 저는 고등학교에 경상북도 포항에서 살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과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공학은 잘 못해서 졸업도 겨우 했는데 별생각 없이 수강신청한 경영학수업에서 처음으로 A를 받고 단순히 기쁜 마음에 복수전공을 선택했는데 그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15년 후에 미국에서 경영학교수가 되었습니다. 복수전공으로 인해서 학교를 5년 다니기는 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제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다양한 도전을 하다 보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전까지는 기회가 기회인지 기회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설령 주변에서 새로운 목표에 돈과 시간을 의미 없이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도 너무 부정적인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투자도 시간이 지나면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만도라는 회사에서 3년간 일을 하다. 갑자기 유학병에 걸려서 싱가포르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 유학을 가서 M.B.A. 과정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준비 없이 무작정 간 유학에서 당연히도 현지취업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지금도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유학 갈려고 하는 분들은 만나면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비행기표 구입하기 3년 전부터는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여야 현지취업이 가능하다고. 그러나 다행히도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박사과정에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받고 입학하여 첫 박사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충분한 준비 없이 의지만 가지고 시작하여 결국 2년 후 퇴학당하고 그렇게 싱가포르를 떠나게 됩니다. 교수가 되고 난 이후 가끔 유학이나 이민에 관하여 저에게 상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보면 서른 살의 멍청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지뢰밭을 용기 있게 반자이 돌격을 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멍청한 행동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현지정보를 확인도 안 하고 의지와 노력만 가지고 도전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멍청한 행동입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했던 멍청한 유학은 하지 마세요. 그러나 이렇게 강제로 싱가포르를 떠난 덕분에 결국 미국에서 교수가 되었으니 정말로 인간사 새옹지마네요.
싱가포르에서 퇴학 통보받고 급하게 미국대학에 지원을 하였는데 다행히 한 곳에서 합격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4년간 장학금이랑 생활비를 약속받고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에서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한 곳만 합격해서 오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박사과정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기본적으로 박사과정은 최소 4년을 투자해야 되는 장기전입니다. 포닥까지 포함해서 10년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가 지내던 기숙사에도 학생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습니다. 저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유학을 결정하여서 한국행 비행기표 한 장 살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4년 유학 기간 동안 한국을 한 번도 못 갔었는데 다행히도 하와이 날씨가 좋아서 우울증을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4년간 병원을 한 번도 못 가서 교수가 되고 나서 치과치료만 1년을 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박사과정은 마라톤 같은 장기전입니다. 그러니 박사과정 중에는 1년에 한 번은 한국에 돌아가서 정신건강과 육체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이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착한 지도교수님을 만나서 4년 만에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교수지원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미국본토를 가본 적이 없어서 여러 가지로 무섭기도 하고 해서 동양인이 많이 살고 있는 서부지역을 집중지원했습니다. 서부학교 30 곳을 지원하고 동부학교 1곳을 지원했는데 운명의 장난처럼 30곳 전부 불합격 그리고 동부 1곳 합격...
그렇게 8년 전 코네티컷으로 이사를 와서 현재는 Western Connecticut State University의 Ancell School of Business의 Accounting Department에서 Associate Professor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과거에 관해 주저리주저리 하였으니 다음 글에서는 제 현재에 관해 주저리주저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