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짜 원하는 너의 모습은 무엇이니?
7살의 힘찬이는 유치원에서 인기가 많았다. 새로운 놀이를 친구들에게 알려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을 이끄는 당당한 아이였다.
힘찬이의 표현 방법에 관한 문제는 어른들의 눈을 잘 피해 간 걸까?
"어머니, 힘찬이는 워낙 사교성도 좋고 친구들을 잘 이끌어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힘찬이의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항상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생활도 잘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힘찬이네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종이 접기로 만든 미니카로 놀이를 하고 있다.
"힘찬아! 너 마음대로 하면 안 되지! 난 안 할 거야!"
"나도 안 할래."
"그런 게 어디 있어? 너가 반칙하는 거지! 너 마음대로 하면 안 되지!"
"선생님! 힘찬이가 욕해요!"
"나도 들었어! 힘찬이가 욕했어요!"
"진짜 안 했어요!"
힘찬이는 정말 억울했다. 친구들이 편을 먹고 자기만 싫어하는 것 같아서 더 분했다.
사준이는 친한 친구가 없다. 친구들보다 조금 행동이 느리고, 말솜씨가 없는 사준이는 쉬는 시간에도 혼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다.
힘찬이는 오늘도 짜증이 난다. 친구들이 내 말을 안 듣고 멋대로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사준아! 나랑 마인크래프트 놀이할래?"
"응? 그래! 어떻게 하는 건데?"
"내가 알려줄게!"
사준이는 힘찬이가 좋았다. 같이 놀면 재미있고 신이 난다.
"사준아! 이 그림은 X나 찐따 같지 않냐? 푸하하!"
"응! 진짜 찐따 같다! 푸하하!"
어느 날, 사준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선생님, 사준이가 요즘 집에서 나쁜 말을 너무 많이 해서요. 혹시 힘찬이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힘찬이라는 아이한테 배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놀지 못하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에요."
보통 힘찬이와 비슷한 자녀를 둔 부모님은 '욕'에만 생각이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깨는 상담을 통해 부모님이 정확한 문제 인식을 한 후, 가정과 학교가 함께 지도해 나가야 합니다.
자기표현이 강한 저학년 아이가 욕을 하는 이유는 자기 과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힘찬이의 유치원 생활을 보면, 친구들을 이끌며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주도해 온 아이입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상황 파악 능력이 발달하고, 자기표현 능력이 발달하면서 힘찬이의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 힘찬이가 선택한 방법이 강하게 보이고, 친구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도록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강해 보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욕을 하게 된 것이죠.
유치원 때 소심했던 아이라 해도 이유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자신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욕을 하게 된 것인지 파악해 보세요.
힘찬이와 같은 경우 규칙을 쉽게 어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욕을 하면 안 된다.'라는 간단한 규칙을 모르는 것이 아니죠.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교육이 안 되어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 선생님, 사회에서 만든 규칙을 지키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단호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래보다 이러한 교육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소한 규칙이라도 꼭 지키게 하는 끊임없는 지도가 필요합니다. 부모님께서 많이 힘드실 겁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조금 힘내주셔야 해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크게 말하지 않기, 다른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기, 어른들이 말씀을 나누고 있을 때는 조용히 기다리기, 친구들과 놀이 규직을 지키기 등 힘찬이가 사소하게 어긋나는 부분들을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지도해야 합니다.
힘찬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들켰을 때 많은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친구가 먼저 그래서 본인도 한 거다, 친구가 잘못 들은 거다, 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이러한 많은 변명을 합니다. 절대 이러한 변명을 들어주면 안 됩니다. 어떠한 이유도 너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해요. '신발'이라고 했다 하더라도 너의 의도가 욕이었다는 것을 듣는 사람이 다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도록 강하게 훈육을 해야 합니다.
사실 이 대화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필요한 대화입니다.
힘찬이와 같은 아이들은 관심을 원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아이들입니다. 부모님이 힘찬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인정 욕구가 충족될 수 있도록 하여, 과도한 자기 과시 성향을 줄여 주는 것입니다.
보통 힘찬이와 같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또래보다 게임과 유튜브와 같은 영상을 접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얻어낸 새로운 자극적인 정보를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더 쉽게 미디어 자극에 중독되는 것입니다. 이미 힘찬이와 같은 성향이 드러났다면 이러한 영상 자극을 단호하게 차단해주셔야 합니다.
힘찬이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본인을 파악하고,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물론, 계속 강조 하였 듯 도덕성 발달을 위해 사회의 권위적인 규칙을 지키는 연습도 함께 지도해야 합니다.
"힘찬이가 바라는 교실에서 힘찬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야?"
힘찬이는 눈만 꿈뻑꿈뻑합니다. 욕했다고 혼날 줄 알았는데 이런 질문이라니. 처음일 테지요. 힘찬이는 가만히 있다가 대답합니다.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웃으며 힘찬이에게 다시 이야기합니다.
"힘찬이는 지금 교실에서 친구들과 행복하니?"
"아니요."
"왜일까? 힘찬이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놀고 싶을 때 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힘찬이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선생님이 잘못 생각했네. 힘찬이는 행복한 줄 알았어. 힘찬이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이 힘찬이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힘찬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어. 친구들과 그렇게 대화하는 것을 힘찬이는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
또, 힘찬이는 선생님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힘찬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힘찬이의 행복을 바라고 있고, 힘찬이가 행복한지 지켜보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함께 대화하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며 상담을 오랫동안 진행했습니다. 힘찬이는 느끼고 인정하게 되었죠.
사실 이 과정이 거의 6개월 가까이 걸렸어요. 아이가 자신의 진짜 원하는 바를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남 탓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미워하기도 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난 다 싫다고 외치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의 이러한 지치는 과정에서 어른이 함께 지치면 안 됩니다. 이럴 땐 그냥 우린 아이를 바라봐 주면 되거든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힘찬이가 자신의 진짜 바라는 모습을 인지하고 나면 그다음은 너무나 쉬워요.
"그럼, 힘찬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서 빼야 하는 모습은 무엇일까?"
"힘찬이가 더해주면 좋을 행동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고 그 순수함에서 오는 지혜가 있어요. 이 두 물음이면 충분해요. 그럼 스스로 생각하고 함께 써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함께 다짐합니다. 그런 것들을 지키기 힘들 땐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줘요. 그냥 선생님이 아닌 힘찬이가 잘못을 이야기하고 후회를 내뱉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줍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고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당연히 실수를 하고, 포기하기도 해요. 주변의 편견도 아직 있죠. 노력하고 있는 아이를 다그치지 마세요.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덕성 발달을 위해 사소한 규칙이라도 지키도록 단호하게 지도합니다. 활동에서 반칙을 하거나, 욕을 하면 활동에서 잠시 '타임 아웃' 시킵니다. 아이들의 놀이를 보며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날엔 꼭 대화를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야기하고, 바르게 행동했다면 어떠했을지 함께 생각해 보는 거죠. 물론 이 시간은 길 필요가 없어요. 10분 이내로 합니다. 그 이상되면 아이는 또 이 상황을 숨기려고 하고, 변명할 생각만 하게 될 테니까요. 어른과의 대화가 '벌'이 되어선 안됩니다.
힘찬이와 헤어지는 종업식 날. 힘찬이와 마지막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상담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잠시 남아 5분 정도 이야기했거든요. 힘찬이는 아직 규칙을 어기는 행동들을 완벽하게 고치진 못했죠. 하지만 노력하고 있고, 친구들과 예전보다 잘 지내며, 욕은 거의 안 하고, 진짜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진짜 계속 욕이 나오려고 하면 선생님 찾아와도 돼요?"
"당연하지! 선생님 찾아와서 왜 욕이 하고 싶었는지, 우리 힘찬이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잘 알잖아. 무엇을 잘못했는지 막 내뱉어! 선생님이 우리 힘찬이 꽉 안아줄게!"
자존심 센 힘찬이가 처음으로 울면서 저에게 안겼어요. 그렇게 전 힘찬이의 어른이 되어 줄 뿐입니다.
이런 어른이 꼭 담임선생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부모님이 되어 줄 수도 있고, 학원 선생님, 할아버지, 아동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러한 지도가 안 되어도 가정에서의 이러한 지도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들의 변화는 오래 걸려요. 지치지 마시고 자녀를 믿어 보세요.
사실 이런 아이들의 지도도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렬한 자극에 의해서 친구관계를 배운 경우거든요. 간단히 요약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친구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건 당연한 거야.
2. 내가 배우고 싶은 모습인지 판단하는 건 너의 몫이야.
3. 친구에게 네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4. 너의 장점이 얼마나 많은지! 너의 친구는 너 덕분에 더 좋은 사람이 되겠구나.
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아이야! 너의 친구 덕분에 너도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단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연재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2월 18일에 만나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