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느린 아이 1편을 읽고 보시면 더 좋아요.^^
차돌이는 담임 선생님이 밉다. 1학년 때는 공부도 안 해도 되고, 학교에서 놀기만 해도 칭찬을 받았던 차돌이에게 지금 담임 선생님의 교육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차돌이는 이 긴 1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아빠에게 울면서 하소연하고, 엄마에게 매일 담임 선생님 욕을 해봐도, 선생님의 태도는 달라지는 게 없다.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등교했다. 차돌이를 본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한다.
"차돌아! 오늘은 일찍 왔네! 기분 좋은 아침이야. 어쩐지 오늘 선생님도 아침에 눈이 빨리 떠지더라. 오늘 날씨 너무 좋지?"
"네!"
차돌이는 담임 선생님과 약속한 대로 교과서를 서랍에 준비하고, 아침 독서 시간에 읽기 쉬운 동화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글은 아직 잘 모르지만, 아는 글씨를 찾아 동그라미도 그려본다. 이제 받침이 없는 글자는 조금 알 것 같다. 책 읽는 시간이 이제 악몽 같지는 않다.
- 5월 통합 교과 시간 -
차돌이는 만들기 시간이 너무 싫었다. 친구들이 다 하고 나서도 차돌이는 항상 완성을 못 해서 친구들이 만들어 주거나, 집에 미완성 작품을 그대로 갖고 가야 했다. 편하긴 했지만 만들기 시간을 좋아할 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와우! 차돌아! 점심시간까지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선생님이 갖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쁜데?"
"선생님 가지셔도 돼요. 히히."
"정말? 선생님이 집에 갖고 가도 돼?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는데 선생님한테 선물로 줘도 돼?
"네! 히히."
- 10월 받아쓰기 시험 후 -
"아빠! 나 오늘 받아쓰기 80점 받았어!"
"차돌이 진짜 대단하다! 그거 봐! 우리 차돌이도 하니까 다 되잖아!"
"아니야. 100점 받은 친구들도 많아. 난 아직 잘하는 건 아니야." 속상한 듯 차돌이가 대답했다.
자신감 넘치는 차돌이의 모습을 보니, 차돌이의 엄마, 아빠는 마음이 뭉클해진다.
- 차돌이와의 1년 동안 어떤 방법으로 지도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차돌이는 제가 가르쳤던 아이였습니다. 차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많았어요. 지능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인지, 교육으로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는 아이인지 먼저 판단해야 했죠. 그래서 부모님과 3월부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조금 느린 아이라고만 말씀하셨죠. 그래서 저는 그럼 제가 차돌이를 지도해 봐도 되겠냐는 허락을 구하고, 차돌이가 조금 힘들어할 수 있다는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차돌이와 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죠. 무조건 자기는 원래 못한다는 아이의 지도는 사실 많이 힘들거든요. 제가 지도했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 느린 아이들의 부모님은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아이의 속상함'을 잘 못 견디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모님 본인도 속상해서, 그 감정을 못 이기고 아이를 많이 혼내는데, 막상 생활을 보면 매우 허용적이죠. 차돌이도 그랬습니다. 3~4분 지각을 자주 하고, 급식 지도를 바라지 않으셨어요. 아이가 아침에 힘이 없으면 짠하고, 밥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안쓰러우신 거죠. 가뜩이나 친구들에게 기죽을 텐데, 부모님이라도 차돌이의 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 그 사랑을 이해하지만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이 독해지셔야 아이가 더 씩씩하게 자랄 수 있답니다.
부모님께 계속 연락드리고, 상담하며 차돌이 부모님께서는 저와 함께 지도해 주셨어요.
1. 수저를 적절히 이용해서 되도록 다 먹기.
2. 아침에 10분 일찍 와서 하루 준비하기.
3. 학교 교실 배치도 보고 학교 공간 이해하기. - 힘든 경우 부모님께서 직접 함께 학교 돌아보기.
4.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기.
5. 사람과 대화할 땐 눈을 보고 대화하기.
6. 방 정리, 책가방 정리 부모님과 함께, 또는 스스로 하기. - 교실 책상 스스로 정리하기.
7. 주간 학습 안내는 부모님과 꼭 함께 확인하고, 학교 수업 흐름 이해하기.
이러한 기본 생활 습관 형성을 위한 지도를 가정과 연계하여 꾸준히 했습니다.
차돌이는 기본 학습에 필요한 연습이 거의 안 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님 탓이 아닙니다. 이해되는 이유는 항상 또래보다 느렸던 아이에게 학습까지 시킬 여유가 없어요. 친구들과의 관계가 항상 가장 큰 아픔이고, 고민이거든요. 어렸을 땐 그래서 이러한 부분의 지도가 힘들었을 겁니다. 괜찮아요. 2학년 때부터, 아이의 신체 능력과 생각이 준비되었을 때, 천천히 시작해도 됩니다.
1. 글을 몰라도 아주 쉬운 동화책 함께 읽기.
2. 한글 지도. - 부모님표도 괜찮고, 학습지를 해도 좋아요. 부모님이 힘들지 않은 방법을 찾으세요. 한글 지도 외에 해 주실 일이 많거든요.
3. 일주일에 세 번, 국어 교과서 지문 두 줄 따라 쓰기.
4. 가위질 연습
5. 6~7세용 종이접기 북 구매해서 종이접기 하기. - 글을 아직 잘 모르는 경우, 스스로 접기 영상을 보며 해보기.
6. 1학년용 만들기 플레이북 구매해서 만들기 연습하기. - 더 쉬운 것도 괜찮아요.
7. 학교 튜터 제도와 바우처 제도 활용 - 기본 학습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한 예산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문의 후 지원을 받아서 학습에 필요한 도움을 받아보세요.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20년을 해야 하는 숙제일 수도 있죠. 부모님들께서 지치고, 우울해지시면 안 돼요. 부모님이 편하게 육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에 집중하셔야 해요. 모든 것을 다 부모님이 이끌어 주시려고 하면 지칩니다.
죄책감도 금물입니다. 충분히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계시잖아요. 부모님 탓이 아닙니다. 아이의 속도를 이해해 주세요.
1. 아이의 모든 인생을 걱정하지 않기. - 일단 지금만 생각하세요. 지금 무엇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지 파악해서 그냥 그것만 하세요. 그러면 의외로 걱정하던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어 있어요.
2. 주변에 휘둘리지 않기. - 동네 엄마들의 걱정, 주변인들의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3. 믿을만한 교육 전문가와 의견 나누기. - 담임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지칠 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교육자가 있으면 좋아요. 단, 너무 가까운 사람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관해 판단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좋아요.
4.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당연한 사실을 함께 인지하기. - 부모님들 대부분이 자녀에게 친구들보다 못하는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시죠. 하지만 아이는 이미 알고 있어요. 부모님이 모르는 척 회피하시면 아이는 더 불안하죠. 난 계속 이렇게 느리게 살아야 한다고 오해하기도 해요. 아이에게 당당하게 말해주세요.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결국 네가 원하는 너의 모습으로 끝까지 가면 되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해주세요.
5. 과한 칭찬 하지 않기. - 아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껴야 해요. 누가 봐도 아주 쉬운 것을 했는데, 부모님께서 과하게 칭찬을 하면, 아이는 자신감 보다 오히려 위축될 수 있어요. 아이가 진심으로 스스로 큰 성취감을 표현할 때, 칭찬 듬뿍듬뿍해 주세요.
6. 훈육이 아닌 진짜 대화하기. - 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아이와의 대화를 연극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와 진심으로 대화해 주세요. 부모님이 직장에서 했던 잘못을 이야기하며 후회해도 되고, 조금은 도덕적이지 못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좋아요. 부모님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에요. 사람이 실수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솔직하게 아이와 대화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도 부모님과 진짜 대화를 하게 될 거예요.
차돌이와의 1년이 빠르게 지나가고, 차돌이는 3학년이 되었습니다.
차돌이는 저에게 안겨 울며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선물을 안겨 주고, 종업식 이후에도 교실에 남아 한 참 있다가 하교했습니다. 물론 차돌이는 아직 아주 조금 느린 아이입니다. 그래도 전 100퍼센트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