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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는 아이 - 1

이 정도 욕은 어차피 크면 다 한다고요?

by 주주쌤 Jan 27. 2025

2월의 어느 날, 올해 2학년 담임을 맡게 된 선생님들이 긴장된 얼굴로 모여있다. 2학년 부장 선생님이 흰 봉투 여러 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 안에는 올해 2학년 반배정 명단이 들어있다. 이 봉투 안에 1년간 함께 할 아이들의 이름이 담겨 있는 것이다.


주주선생님도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다'반 아이들의 명단이 들어 있었다. 주주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중 이미 눈에 익은 이름이 하나 있다. '왕힘찬.' 


힘찬이는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유명했다. 친구들과 많이 싸우고 나쁜 말을 자주 해서, 주변 1학년 엄마들의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에 1학년 담임이었던 주주선생님도 이미 힘찬이라는 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 3월 2일 시업식 날 -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2학년 생활을 함께하게 된 주주선생님이에요. 반가워요."

"아. 난 2학년 너무 싫어! 교실이 진짜 거지 같다. 하하하."

힘찬이었다. 

주주선생님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2학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 3월 첫째 주 쉬는 시간 -    

  

아이들이 앉아서 블록 놀이를 하고 있다. 힘찬이도 열심히 블록을 만들고 있다.

갑자기 힘찬이가 다 만든 블록을 들며 외쳤다.

"야! 이게 무슨 모양이게?"

블록의 모양은 가운데만 길게 만든 山 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 그거 알아! 산 산 자잖아! 나 한자 배웠어!"

"하하하! 이게 한자냐? 이거는 욕이야! 봐봐!"     

힘찬이가 중지를 세워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친구들이 힘찬이에게 찡그리며 말했다.     

"야! 그런 거 하면 안 되지! 선생님께 이를 거야!"

"내가 뭐? 이거 산 산 자거든? 넌 한자도 모르냐? 바보네?"     

속상한 친구들이 선생님께 힘찬이의 행동을 말씀드리기 위해 교실 앞으로 우르르 나왔다.     


- 3월 첫째 주 수업 시간 -     


짝꿍 얼굴을 그리고 짝꿍에게 궁금한 점 한 가지를 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힘찬이도 짝꿍을 그리고 있었다.      

"너 얼굴 진짜 씨X이다."

"뭐?"

"너 얼굴 신! 발!이라고. 하하하."

"너 욕했지? 이를 거야!"

"내가 언제? 신발이라고 한 거거든? 너 얼굴 신발 닮았다고! 길쭉해서. 하하하"

"선생님! 힘찬이가 욕했어요!"

"아니에요! 저 그냥 신발이라고 말한 건데 계속 나한테 욕했다고 해요!"     


- 3월 둘째 주 안전 수업 시간 -     


힘찬이네 학교는 안전 수업 시간에는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힘찬이는 안전 선생님과 처음 만났다.     

"아이씨! 깜짝이야! 무슨 나쁜 아저씨가 교실 들어온 줄 알았잖아!"

"지금 말한 친구 누구죠?"

"왜요?"

"그렇게 큰 소리로 욕하는 건 창피한 일이에요. 사과해 줄래?"

"저 욕 안 했는데요? 그냥 씨라고 한 건데요? 씨가 욕이에요?"     


- 3월 학부모총회 -    

 

주주선생님은 오늘 힘찬이 어머니께 꼭 참석해 주시라고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힘찬이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시간 약속도 미리 해 둔 상태다. 

힘찬이 엄마와 선생님은 상담을 위해 마주 앉았다.      


"선생님, 왜 부르셨는지 저도 이미 알아요. 너무 죄송해요. 힘찬이가 좀 말이 세요. 그래서 친구들과 1학년 때부터 많이 싸웠거든요. 그런데 힘찬이가 친구들을 때리거나, 절대 먼저 공격하진 않아요. 말이 좀 세니까 친구들이 힘찬이한테 나쁘게 대하면서 싸움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솔직히 남자애들, 그 정도 욕은 5, 6학년 되면 다 하지 않나요?"   


  



(1) 힘찬이 또래 아이들의 도덕성 발달에 대해 이해해 봅시다.   

  

도덕성의 발달은 선천적 기질, 후천적 환경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면 도덕성이란 무엇일까요? 도덕성은 개인이 옳고 그름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며, 자긍심이나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내면화된 규범을 말합니다.(아동심리발달. 최경숙외. 2023)


이러한 도덕성에는 인지, 정서, 행동이 포함됩니다. 

인지적 측면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고 과정입니다. 정서적인 측면은 행동과 관련된 공감이나 죄책감 등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도덕적 행동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의 측면입니다.(아동심리발달. 최경숙외. 2023)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는 Piaget는 아동의 도덕 판단이 규칙에 대한 존중과 이해에 의존한다고 보았습니다.

4~7세 아동은 타율적 도덕성 단계입니다. 이들의 규칙은 부모님 같은 권위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는 절대적인 규칙이 많습니다. 이들은 규칙을 위반하면 어떤 식으로는 벌칙이 주어진다는 내재적 정의를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규칙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진 후, 7~10세경 타율적 단계의 도덕 성과 자율적 단계의 도덕성이 함께 나타납니다. 여기서 자율적 단계의 도덕성이란, 10세 이후 정도 아이들이 사회적 규칙이나 법이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약속이고, 때로는 변경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위자의 의도까지도 고려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도덕 추론 판단 능력이 타율적 단계에서 자율적 단계로 발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발달 단계인 것입니다.(아동심리발달. 최경숙외. 2023)

 

Piaget에 의하면, 도덕성 발달을 위한 사회적 경험에서는 또래 상호작용이 특히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2) 힘찬이의 도덕성 발달에 대해 알아봅시다.  

   

힘찬이는 어떨까요? 힘찬이 어머니의 생각대로 어차피 하게 될 욕이니, 2학년인 힘찬이를 방치해도 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힘찬이는 현재 타율적 도덕 단계에서 자율적 도덕단계로 발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힘찬이는 타율적 도덕단계의 도덕성조차 발달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의 규칙을 무시하고, 어른에게 예의 없이 행동해도 그럴듯한 변명만 해서 넘어가는 일들이 학습된 것입니다. 권위자들에 의한 규칙조차 지킬 필요가 없다고 학습된 힘찬이가 과연 자율적인 도덕성이 발달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이렇게 도덕성 발달의 공백이 힘찬이에게 매우 힘든 상황들을 만들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제일 중요한 또래의 상호작용을 통한 사회적 경험의 부재가 힘찬이의 도덕성 발달을 저해할 것입니다.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대부분 부정적인 상황으로 끝나게 되는 힘찬이는 억울함과 분노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억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됩니다. 본인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상황이 오면 또 부모님은 말씀하십니다. 친구들이 우리 아이를 괴롭힌다고요. 그때가 되면 아이도, 부모님도 더 힘들어집니다. 고학년이 되기 전에 지금!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관심을 가지셔야 해요.


다음 편에서는 힘찬이의 지도 과정과 변화, 그리고 지도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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