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이는 첫째로 태어나, 동생도 잘 챙기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아이다. 그래서 차윤이의 엄마는 항상 차윤이를 칭찬한다.
차윤이는 엄마의 칭찬이 좋다. 착한 아이라는 말도, 엄마가 많이 걱정을 해주시는 것도 좋다. 그래서 차윤이는 항상 착하려고 노력하며 잘 지내고 있다.
요즘 차윤이네 반에서는 알까기 놀이가 유행이다. 차윤이도 친구들과 2:2로 편을 나눠 알까기를 하고 있다. 차윤이네 편이 지고 있어서 차윤이는 점점 속상해졌지만, 속상한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차윤이와 같은 편인 다겸이가 계속 실수를 해서 결국 차윤이네 편이 지고 말았다.
"다겸아, 괜찮아. 너 때문에 졌지만 난 괜찮아. 괜찮아. 정말 괜찮아. 너 때문에 진 거지만 난 괜찮아." 차윤이는 노래 부르듯이 다겸이에게 계속 이런 말을 전했다. 계속 듣고 있던 다겸이도 이제 슬슬 화가 난다.
"그만해! 이기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난 괜찮다고. 누가 뭐래?"
"그만해! 기분 나빠! 저리 가!"
기분이 나빠진 다겸이가 차윤이를 툭 밀쳤다.
"너! 왜 때려?" 차윤이가 선생님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두 아이를 불러 대화를 나누고 화해를 하도록 지도했다.
그날 저녁, 차윤이는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정말? 다겸이는 왜 그러는 거니? 선생님도 아셔? 친구가 그렇게 나쁘게 행동할 땐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
"네. 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화해했어요."
"넌 지금은 괜찮아? 화해하고 싶었어? 사과를 받을 준비가 안되었으면 시간을 달라고 해도 되는 거야. 무조건 참지 말고."
"괜찮아요. 잘 화해했어요."
"어휴. 우리 착한 차윤이. 다음에 또 그런 일 생기면 엄마한테 꼭 얘기해줘야 해. 알았지?
"네."
차윤이 엄마는 이렇게 착하기만 한 차윤이가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며칠 뒤 주말, 오늘은 차윤이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놀기로 했다. 희원이와 희원이 엄마도 놀러 왔다.
차윤이는 희원이가 들어오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들고 있던 뿅망치로 희원이의 등을 막 두드렸다. 기쁨의 표시였다. 희원이도 그런 차윤이의 반가움에 대한 답으로 뿅망치를 빼앗아 차윤이의 등을 두드렸다. 둘은 서로 까르르 웃고 있었고, 기분도 좋았다. 그때 갑자기 차윤이가 엄마를 힐끗 보며,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그 소리에 엄마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차윤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희원아. 그러면 차윤이가 아파. 그만해 줘."
"네."
차윤이는 기분이 좋다. 오늘 희원이와 신나게 놀 생각에 신난다. 차윤이 엄마는 속으로 또 생각한다.
'어휴, 아프면 그냥 확 같이 때리지도 못하니. 저렇게 여려서 어쩌나, 정말."
차윤이 엄마는 차윤이가 먼저 희원이의 등을 두드리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정서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적 경험, 신체 반응, 정서, 그리고 표정과 행동의 변화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러한 정서는 생의 초기부터 발달하고, 아이가 부모와의 경험하는 정서적 자극은 이후 아이가 사회에서 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죠.
정서는 생후 7-10개월까지 단순한 일차적인 정서가 나타납니다. 이는 대부분 선천적인 정서로 누구나 어떠한 정서인지 구분이 가능한 정서입니다. 이후 이차정서들이 사고 능력과 자아가 발달함에 따라 나타납니다. 당황, 수치스러움, 자랑스러움과 같은 정서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 정서입니다.
이러한 정서는 인지가 발달하고 사회적 경험이 늘어날수록 표현이 정교화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지, 어떠한 상황에서 정서를 표현해도 되는지 정서표출규칙을 습득하게 되는 거죠. 이러한 규칙을 이해하며 정서 조절 능력도 함께 발달하는 것입니다.(아동발달심리, 최경숙외. 2023)
정서를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고, 정서의 의미와 원인을 이해하며, 맥락에 맞게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 등의 정서와 관련된 능력을 정서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정서 능력은 정서 표현 능력, 정서 이해 능력, 정서 조절 능력, 정서적 공감 능력, 정서에 대한 자아효능감 경험 등을 들 수 있습니다(Saarni, 1999). 이러한 정서적 자아효능감은 스스로 부정적 정서나 좌절을 극복하고 정서를 잘 다룰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정서를 돌아 보고, 스스로 극복하는 경험이 꼭 필요한 것이죠.(아동발달심리, 최경숙외. 2023)
차윤이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잘 되어 있고, 차윤이의 부모님은 사랑으로 차윤이를 키웠습니다. 그래서 차윤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습니다.
‘차윤이가 안정되어 있다고? 글을 보니 이상한데? 그럼, 지도가 필요 없다는 건가?’라고 생각하셨죠? 설명드릴게요.
차윤이의 정서 능력에서 정서 이해, 공감, 애착, 등 거의 모든 면에서는 문제가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윤이 부모님과 차윤이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 바로 정서 효능감에 관한 경험이 부족한 것입니다.
차윤이는 착하고 여리다는 엄마의 말을 들으며 성장하였습니다. 차윤이는 착하고 여린 아이가 되어야 했죠. 내가 가장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엄마의 말이 정답이니까요. 엄마의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엄마가 바라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입니다.
그래서 차윤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즐거운 상황에서도, 엄마에게 여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본인이 속상하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못되게 구는 법도 터득했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혼나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착하고 여린 차윤이에게는.’
속상하고, 화가 나는 정서를 솔직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연습이 안 되어 있던 차윤이는 그러한 정서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되면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경험을 통해 차윤이는 자신의 정서를 인식할 수 있지만, 그러한 정서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그 주체를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죠.
선생님께 안 들키고 친구를 놀리는 방법, 엄마에게 착한 아이로 보일 수 있는 말, 아빠에게 여린 아이로 보일 수 있는 행동 등으로 표출의 기준이 다른 어른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자신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정서 표출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어려운 것입니다.
#차윤이의 상담과 지도 과정은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