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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작품 해설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아홉번째 이야기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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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바뀌어 히로키가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자전거로 달려가는데 그때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때만 해도 히로키와 타쿠야, 사유리의 세계는 급변하는 남북문제 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 라디오 뉴스는 미국과 유니온 간의 긴장이 점차 격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긴장이 마침내 전쟁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히로키, 타쿠야, 사유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라디오 뉴스 -정오부터 3일간 예정으로 열리는 미국과 유니온의 제11차 각료급 회담에서는 긴장이 계속되는 일본의 남북문제 대응을 중점으로 진행될 듯합니다. 미사와 기지를 시작으로 하는 미국의 시설 증가에 의심을 표하는 유니온 정부에 대해 미국 정부는 유니온이 에조에 건조한 거대 시설의 목적을 여태껏 밝히지 않은 점에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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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시 제작소에 간 히로키와 타쿠야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오카베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오카베는 히로키와 타쿠야, 두 소년에게 후원자이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오카베는 히로키와 타쿠야, 그리고 사유리가 에조에 있는 거대한 탑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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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베- 너희들도 내일부터 제대로 일 들어간다. 재료비보다 더 부려 먹어 주지

히로키, 타쿠야 - 네, 그럼 내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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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의 내레이션 - 우리가 알바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아직 에조가 홋카이도로 불리며 영토였을 무렵 츠가루 해협 아래에 터널을 뚫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그 계획은 남북 분단으로 중단되었지만 이 부근 산엔 아직 폐지된 역이나 레일등 여기저기 공사 흔적이 널려 있다. 우린 이 산에 있는 그 폐지된 역 중 한 곳에서 작년부터 어떤 것을 만들고 있었다. 미군의 하청 공장에 있는 에미시 제작소에서 일하는 건 그 부품비를 벌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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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의 내레이션 -손이 닿을 듯이 보이는데도 가보지도 못한 그곳. 우린 낯선 섬과 그곳에 우뚝 솟은 거대한 탑을 꼭 눈앞에서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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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 - 눈이 많이 녹았네. 얼른 계속하고 싶어

타쿠야 -더 이상 눈이 안 온다면 말이지. 우선 남은 재료를 모아두자. 외장용 나노 네트랑 쉘 모터도아직 없으니.. 제일 큰 문제는 초전동 모터잖아? 마지막으로 로켓용 등유도 필요할 테고 내일부터 알바 갖고는 어림도 없겠어


히로키 - 무슨 수가 있겠지. 여름 방학도 있고

타쿠야 - 네 말이 맞아

히로키 내레이션 -그래서 우린 벨라실러라 이름 지은 비행기로 국경 건너편의 그 탑에 가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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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비행체, 벨라실러. 오직 국경 너머의 거대한 탑에 가려는 열정으로 만들어 가고 있던.. 두 소년의 희망과 기대의 결정체가 벨라실러였다 다시 화면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상 속의 배경이 되는 계절은 여름으로 바뀌며 본편 애니 첫 장면에서 성인이 된 히로키가 타쿠야와 사유리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 폐역으로 가는 것과 똑같은 코스로 사유리로 추정되는 소녀가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윽고 히로키와 타쿠야가 벨라실러를 만들던 그 폐역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이것은 사유리의 꿈속이다. 폐역에 홀로 서 있던 사유리는 에조의 탑을 배경으로 벨라실러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004.CD1.avi_000670420.png 사유리는 폐역에 혼자 서 있는 꿈을 꾼다.

사유리 - 또 같은 꿈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004.CD1.avi_000686061.png 꿈속에서 하늘 위로 날아가는 벨라실러를 보게 된다.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004.CD1.avi_000697530.png 꿈을 꾸는 사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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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사유리가 홀로 어딘가에 남겨진다는 것, 그리고 몇 년 후 사유리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벨라실러를 보게 되는 것을 암시한다. 사실 사유리가 꿈을 꾸는 이 시점에서 히로키와 타쿠야가 벨라실러를 만드는 폐역도 가본 적이 없었고 벨라실러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이다.


오직 탑으로 가기 위해 비행체를 만들겠다는 순수한 두 소년과 이상한 예지몽을 자주 꾸는 한 소녀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면서 이들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위험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The.Place.Promised.In.Our.Early.Days,2004.CD1.avi_000708416.png 4개월이 지난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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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는 기차를 타고 아오모리 시내로 나간다. 그리고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구입하러 나온 타쿠야와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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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와 사유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색하게 아오모리역 플랫폼에 서 있던 두 사람은 그 어색함을 깨고자 말을 꺼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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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 저기 말이야

사유리 - 저 있지


타쿠야 - 아 미안

사유리 -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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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야 -히로키가 말이야

사유리 -히로키가 있지


이렇게 겉도는 대화가 이어지다가 사유리가 말을 다시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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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 우리, 둘만 이야기해본 적 거의 없었지?

타쿠야 - 그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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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 있지. 타쿠야 물리 좋아해?

타쿠야 - 아 이 책 말이지? 좀 흥미가 있어서

사유리 - 대단하다. 우리 할아버지도 물리학자셨대.

타쿠야 -네가 더 대단한데?

사유리 -만난 적은 없지만 말이야

타쿠야 -남북 분단

사유리 - 응

타쿠야 - 그랬구나

사유리 - 근데 타쿠야랑 히로키 지금도 아르바이트하지? 재밌어?

타쿠야 - 글쎄. 무서운 아저씨네 공장이라서 말이야. 고함 치질 않나, 마구 부려먹질 않나.

사유리 - 그렇게 엄해?

타쿠야 - 네부타에 나오는 귀신같다니까..

사유리 - 정말로?

타쿠야 - 다음에 보러 올래?

사유리 - 그렇지만 일하는데 방해되잖아

타쿠야 - 아니야, 분명 히로키도 좋아할걸

사유리 - 갈래갈래


역내 방송 - 2번선 카니타, 미우마야 방면행 하행 열차가 들어옵니다. 백색선 뒤로 물러서 주십시오.


이어지는 이 일련의 대화들을 듣다 보면 앞서 설명했던 대로 타쿠야도 사유리에 이성적인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유리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언급된다.


이때 사유리는 타쿠야에게 중요한 말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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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 - 있지 타쿠야. 좀 이상한 이야기인데, 웃지 마

타쿠야 - 뭔데? 안 웃을게

사유리 - 그럼 말하게. 있잖아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사유리, 하지만 그때 열차가 들어오면서 사유리의 말은 열차의 소음과 함께 묻혀버린다. 이 장면에서 들을 수 없었던 사유리의 말은 훗날 세 사람의 결정적인 사건 즈음에 다시 등장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