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야기
엉겁결에 자신들의 아지트에 사유리를 초대한 것에 대해 히로키는 타쿠야에게 불만을 토하고, 타쿠야는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히로키 - 왜 멋대로 그런 소릴 한 거야?
타쿠야 - 그럼 어쩌겠어. 어쩌다 보니 애기가 그쪽으로 빠진 걸
여름날, 타쿠야가 초대한 것 때문에 사유리와 함께 역에서 내려 아지트로 향한다.
타쿠야 - 어쩌지? 탑에 간다는 애기도 해봐?
히로키 - 그럼 큰일 나
타쿠야 - 그렇겠구나. 그런데 어딜 갈 거냐고 물으면 어떡하지?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사유리가 자신들의 아지터에 오게 되었으니, 사춘기 소년들의 순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 사람은 먼저 에미시 제작소를 찾아간다. 오카베가 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다가 갑자기 사유리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당황해한다.
저 고양이가 쵸비이다. (쵸비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
히로키 - 안녕하세요
오카베 - 오늘 무진장 덥구나
히로키의 인사에 돌아보던 오카베는 사유리를 보고 깜짝 놀라 급하게 옷을 입는다.
사유리-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카베-아, 그래, 미안. 늘 우리 두 바보 녀석이 신세 지고 있는 모양이구나
히로키 - 오카베 아저씨 독신이던가?
타쿠야 - 아니 이혼했다고 들었어
히로키 -왠지 알 것도 같다
세 사람은 이제 아지트인 폐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저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유리- 이런데도 있었다니 넓기도 해라
사유리는 이렇게 말하며 먼저 뛰어갔고 그때 저 멀리 서 있는 탑을 보게 된다.
사유리 - 멋져. 이거 비행기야?
타쿠야 - 맞아
사유리 - 이거 너희 둘이서만 만들고 있어?
타쿠야 - 응 2학년 여름쯤부터 조금씩 하고 있어. 아까 그 공장에서 일하면서 부품 모으고 오카베 아저씨한테 물어가면서 말이야. 그렇지?
히로키 -응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사유리 - 대단해. 정말 대단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작품을 수없이 되돌려봐도 의문스러운 것은 분명 사유리가 이전에 수없이 꾸었던 꿈에서 이 폐역과 공장, 그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벨라실러를 보았음에도, 그리고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음에도, 막상 히로키, 타쿠야와 같이 공장에 왔을 때, 모든 것을 처음 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신카이 마코토의 초기 작품들인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의 완성도가 이후 작품들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이야기의 생략과 단절이 심해서 전체적인 작품감상이 어렵다는 비판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별의 목소리도 단편에서 중장 편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었고, 시간도 길지 않았기에 전체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생략해야 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초속 5센티미터로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도 역시 단절과 생략이라는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유리 - 있잖아. 비행기, 언제쯤 다 돼?
히로키 - 맘 같아선 여름 방학 중에 끝내고 싶지만
타쿠야 - 아마 힘들겠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올해 안에 끝내야겠지
사유리 - 그렇구나, 근데 저 비행기로 어딜 가려고?
분명 처음 폐역으로 올 때만 해도 벨라실러로 어디를 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유리의 질문에 두 사람은 어이없이 자백(?)을 하고 만다.
히로키 - 저 탑까지 갈 거야
이런 대답을 하는 히로키를 보고 타쿠야는 뚝 치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신호를 주지만 그도 역시 히로키와 똑같았다.
사유리 - 탑이라면, 유니온의 탑?
히로키, 타쿠야 - 응
타쿠야 - 탑까지 대략 40분쯤 걸릴 거야
*현재 아오모리공항에서 삿포로 동쪽에 있는 신치토세 공항까지 항공편으로 약 40분 정도 걸린다.
히로키 -국경을 무슨 수로 넘느냐가 문제지만 그것도 다 생각해 뒀어
사유리 - 정말 대단해. 좋겠다 홋카이도에..
이때 히로키가 결정적인 말을 한다.
히로키 -사와타리도 갈래?
사유리 -어? 그래도 돼?
히로키, 타쿠야 - 응
사유리 - 정말? 갈래, 가고 싶어. 고마워
타쿠야 - 하지만 진짜로 날지 어떨지 몰라
히로키 - 문제없어. 꼭 날 거야
사유리 - 있지, 약속한 거다.
히로키 - 그럼 약속할게
여기서 밑줄 그어 놓자. 이 약속,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라는 제목처럼 여름날 세 명의 소년 소녀가 말한 약속이 이 작품의 주제이니까...
이어서 히로키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그 무렵엔 평생 이대로 이 장소, 이 순간이 그대로 계속될 것만 같았다. 가고 싶어 하던 구름 저편에 있는 그 탑은 내게 있어 소중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
"그 순간은 우린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사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세상과 역사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무렵엔 기차 안에 감도는 밤내음, 친구의 믿음, 공기를 감도는 사유리의 기척만이 세상 전부인 것 같았다. "
이 히로키의 독백은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 센티 미터에서 두드러지게 등장한다. 주인공의 감성 깊은 독백은 는 순수한 그 시절의 우정, 그리고 첫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한편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혀져 가는 그리운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히로키의 말처럼 그 시절, 친한 친구, 그리고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리, 언젠가 동경하던 그 탑으로 자신들이 만든 비행체로 가겠다는 치기 어린 꿈은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다 그렇듯이 안온한 삶이 이어지는 일은 없었고, 그 세 사람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