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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횡단 철도 여행 -쓸쓸한 기차 여행

가고시마에서 다시 구마모토로 가다.

by 늘 담담하게

가고시마를 떠나기 전에 가고시마 시 전차 이야기를 해야겠다. 향후 이어지는 일본 철도 여행기에서 일본 각 도시에 있는 시 전차 이야기도 포함된다. 삿포로, 하코다테,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카야마등이다.


*가고시마 시 전차

가고시마 시 전차는 일본 최남단 전차로서 1912년 가고시마 전기 궤도가 노면 전철 타니야마선谷山線의 운행으로부터 시작된다.

가고시마 시 전차 노선도

가고시마 시 전차는 현재 1 계통과 2 계통 2개의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계통은 가고시마 에키마에역부터 다니야마역까지 9.4km 40 분 정도 소요되고, 2 계통은 가고시마 에키마에역에서 고오리모토역까지 5.6km 30분 정도 소요된다.


*센터폴 사업

가고시마 시 전차는 센터폴 사업으로 유명하다. 센터폴 사업이란 전차의 전선을 기존의 도로변 측면에 걸치는 사이드폴(side-pole) 방식에서, 레일 양옆이 아닌 중앙에 기둥을 세워 전차선(catenary)을 지지하는 방식, 즉 센터폴(center-pole)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이드폴 방식은 도로 위에 전선과 이를 지지하는 와이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미관을 해쳤는데, 센터폴로 정리함으로써 전선 구조를 단순화하고 도로 위 공간이 깨끗해졌다. 이렇게 전선 구조가 단순해지며 무리한 우회전 차량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정시 운행이 가능해져 전차 운영의 편의성과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경관 개선과 함께 운행 효율이 향상되고, 신형 차량 도입과 냉방화 등을 병행하면서 전차 부문은 흑자 전환을 이루었다. 이 사업은 1988년 1월에 시작되어 1992년 3월에 완공되었다.

센터폴화 사업이 완료된 모습

또 하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전차 궤도에 잔디가 깔려 있다. 이 사업은 2018년 완료되었다.

잔디가 깔린 모습

잔디 정리를 위해 교통국에서는 500형 전차를 개조하여 잔디깎이 전차(芝刈り電車)를 제작했다. 2010년부터 운행되었으며, 영업시간 종료 후 밤에 작업한다.


자 다시 이제 가고시마에서 구마모토로 이동할 때가 되었다. 니시오야마역에서 출발한 보통열차는 1시간 30분을 달려 3시 49분에 가고시마주오역에 도착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열차를 바꿔 타면서 구마모토로 돌아가면 되는 건데, 가장 쉬운 것은 신칸센을 타고 가고시마에서 구마모토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개라도 좀 더 다른 열차를 타보겠다는 생각에, 전날 히토요시에서 가고시마로 이동했던 히사츠선 루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루트에서 이용할 열차는 가고시마주오역에서 하야토까지는 특급 기리시마를 이용하고, 하야토에서 히토요시까지는 보통열차를, 히토요시에서 구마모토까지는 특급 구마가와이다. 16시 23분에 출발하는 특급 기리시마 きりしま는 미야자키에서 가고시마주오 사이의 닛포본선을 운행하는 열차로서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의 경계에 있는 기리시마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기리시마는 덴노(일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천손강림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닛포본선 日豊本線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고쿠라역과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가고시마역을 잇는 JR 규슈의 제2 간선 노선이다. 전체 노선 길이는 467.2 km이다. 노선명은 일본의 옛 지명인 '휴가(日向 현재의 미야자키현)와 '부젠(豊前 현재의 후쿠오카현 동부와 오이타현 북부 지역)]에서 한 글자씩 따 왔다. 가고시마 본선이 규슈 서부의 기타큐슈시, 후쿠오카시, 구마모토시, 가고시마시 등 주요 서부도시를 잇는 노선이라면, 닛포 본선은 기타큐슈에서부터 큐슈 동부의 도시들인 오이타시, 노베오카시, 미야자키시를 지나 가고시마를 동쪽으로 잇는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Nippo_main_line_ja.png 닛포 본선 노선도


1895년 규슈 철도가 고쿠라-유쿠하시 구간을 개통하였으며, 호슈(豊州) 철도가 유쿠하시-나가스(長洲) 구간을 개통하였고, 1901년 9월 3일 규슈 철도가 호슈 철도를 합병하였다.


1907년 철도국유법에 의해 관립철도가 되었다. 한편 미야자키선은 1913년 처음 개통되어 1916년 요시마츠-미야자키 전 구간이 개통되었고, 미야자키 현영 철도와 합하여 미야자키 본선이 되었다. 1923년 호슈 본선과 미야자키 본선이 통합하여 닛포 본선이 되었다. 이후 미야코노죠에서 가고시마까지 연장하여 1932년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1987년 국철 분할 민영화에 따라 JR 규슈 소속이 되었다.


특급 키리시마의 모습이다.


날렵하게 달려가는 키리시마의 모습이다.

키리시마는 JR 규슈의 닛포 본선에서 운행하는 특급열차로, 미야자키역 ~ 가고시마주오역 간을 이어주고 있다. 787계 전동차로 운행한다. 열차의 이름은 이 열차가 경유하는 키리시마 산지에서 따온 것이다

가고시마주오역을 출발하자마자, 늦은 점심이자, 이른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데, 에키밴이다. 가고시마의 유명 음식이라고 하는 흑돼지 도시락.. 그런데 흑돼지 도시락이라고 해서 구입했건만 정작 흑돼지는 두 조각뿐...



키리시마의 휴게실

두 소녀가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는 이 생뚱맞은 사진,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기억을 되살려보니, 이것은 입시 학원 광고였던 것 같다.

가고시마 시내를 빠져나와 열차는 하야토를 향해 달려가는데, 사쿠라지마가 보였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화산을 볼 수 있었던 내게 있어서는 유익한 경험이었던 곳..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열차는 해안선을 따라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16시 52분에 하야토에 나를 내려준 키리시마는 미야자키를 향해 떠났고 나는 10분 뒤 보통 열차를 탔다. 마침 하교시간이라 통학생들이 주로 타고 있던 보통 열차였다. 열차는 햐야토를 출발해서 요시마츠를 향해 달려가는데, 덜컹덜컹 달리며 모든 역을 서는 보통열차.. 기차 안에 가득했던 학생들은 하나둘씩 정차할 때마다 내렸고 요시마츠역에 가까울 무렵에는 열차 안은 한산해졌다.


18시 4분에 열차는 요시마츠역에 도착했다. 나는 짐을 챙겨서 내렸다. 이곳에서 하루 전, 이사부로 산페이로 통과했던 히사츠선의 산악지역을 보통열차로 이동하기 위해서이다. 요시마츠에서 18시 22분에 출발하는 보통열차는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19시 19분에 히토요시에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 열차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했다.

스스로 이 날을 열차데이라고 명명했다. 가고시마 주오에서 이부스키까지, 이부스키에서 니시오야마까지, 니시오야마에서 가고시마주오, 가고시마주오에서 하야토, 하야토에서 요시마츠, 요시마츠에서 히토요시, 히토요시에서 구마모토.. 이렇게 그날 타야 할 열차의 횟수가 7회였다.


무슨 이유이던지 한 번이라도 열차를 놓쳐버리면 커다란 낭패가 되고, 특히 가고시마주오에서 히토요시를 거쳐 구마모토에 이르는 여정에서 그런 실수가 나오면 정말 오도 가도 못하고 그곳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었기에 열차의 출도착 시간을 매번 확인하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했다.


(가고시마주오에서 니시오야마를 다녀오는 여정에서 실수가 벌어지면 그나마 가고시마주오에서 구마모토로 쉽게 가는 신칸센을 이용하면 그만이지만 재래선에서는 운행편수가 적기 때문에 열차를 놓치면 정말 대형사고가 된다.)


그런데 열차를 타고 보니 열차의 승객은 나와 또 다른 남자 한 명, 그리고 열차를 운전하는 승무원 이렇게 달랑 3명뿐이었다. 그나마 또 다른 승객은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버렸고, 이 텅 빈 열차에 깨어 있는 사람은 승무원 아저씨와 나뿐이었다. 그 앞서 나와 같이 여행을 했던 사람들과 함께하는 카톡방에 날린 메시지이다.



[오후 5:33] 밤 9시 넘어 도착

[오후 5:33] 산을 넘고 있어

[오후 5:34] 보통열차를 타면 학생들과 같이 타는데 정말 순진한 티가 따악 보이는 안경 쓴 여학생이 꼭 있어요

[오후 5:35] 그리고 약간 통통한 여학생

[오후 5:35] 예쁜데 새침해 보이는 여학생도 있고.

[오후 5:36] 근데 애들은 같은 마을에 살고 있어서 같이 내리는데 왜들 서먹서먹할까

[오후 5:36] 사춘기라서?

[오후 6:17] 여섯 번째 열차 환승 성공


열차는 천천히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전날 통과했던 스위치백 시스템 때문에 승무원은 앞뒤로 오가면서 운전을 하는데 달리는 열차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두움뿐이었다. 보통열차라서 모든 역에 다 서는데, 깊은 산속의 무인역에 도착하면 자동적으로 문이 열린다. 그런데 아무도 없고, 아무도 타지 않은 채 문은 그대로 열려 있고, 순간적으로 섬뜩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나마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12월의 스산한 바람은 주기적으로 열차문이 열릴 때마다 열차 안으로 파고들었고 나는 누가 혹시 타지 않을까 뒷문 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는 귀여운 여학생이 타기를 기도해 보라고 하지만 이 깊은 산속에서 여자가 갑자기 열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공포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그렇게 sns로 한국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산속을 통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이 깊은 산속을 지나는 일은 정말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에 보면 오른편에 탄 남자의 모자가 보인다. 그는 계속 잠만 잤다.)

깊은 산을 통과하는 동안 내가 상상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고 마침내 전날의 출발점이던 히토요시역에 도착했다. 요시마츠에서 타고 온 열차는 히토요시가 종점이었고 나는 구마모토로 데려다줄 마지막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밤의 히토요시역 안에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차장 아저씨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19시 40분에 구마모토를 향해 출발하는 구마가와 2호 열차..


그런데 지정석 차량을 타고 보니, 맙소사 승객은 나 혼자, 단 한 명뿐이었다. 가끔씩 열차를 타고 일본을 여행할 때 밤 시간의 열차에서 승객이 나 혼자인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타자마자 잠이 들면 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정신이 초롱초롱할 때 혼자이면 뭐랄까, 세상의 온갖 쓸쓸함은 다 밀려오는 것 같다.


그때 다른 이와 나눴던 SNS 내용이다.


나- 혼자 노래 부를까? 특급열차인데 너무하네

선배 - 미안ᆢ웃음 난다

나-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선배 - 노래해

나-약 올리지 말아요 눈물 나올라고 하는데

선배 -왜? 플루트로 반주 넣어줄까? 피아노? 기타?

나- 사람이 없으니 검표하러도 안 와요 아저씨라도 보려고 했더니

선배- 어우 나 웃음이 터졌다

나 -아저씨가 날 잊어버린 걸 꺼야, 1호차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모처럼 음악 들었는데 음악이 너무 슬퍼요, 차장 아저씨 와줘요. 내리면서 화를 내야지, 왜 안 왔느냐고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냐고? 그리고 와락 안아버리는 거야


보통 특급열차를 타면 일본은 대부분 검표를 하러 오는데 그날 아저씨는 끝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 들었던 음악은 지금도 생생하다. 토이의 세 사람.. 열차의 기관사와 차장, 그리고 나... 노래마저 절묘했다.


이어지는 나의 카톡.


나 -아저씨가 그래도 방송으로 한 마디씩 해주네, ドア が閉まります。 ご注意ください。 아무도 없는데 문이 닫힙니다. 주의해주세요... 정말 코메디가 따로 없쓰

나- 곧 도착인데 끝내 안 오네, 52명이 타는 이 차량에 나 혼자라니.


정말 끝내 아무도 타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찾아와 주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21시 09분 구마모토역에 도착했다. 길고 긴 하루의 여정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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