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도 이런 맛이라니
미식의 천국, 도쿄까지 갔는데 기껏 간 곳이 샌드위치 가게라고 하면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쟁쟁한 역사의 노포들이 가득한 긴자에서 40년간 샌드위치만 팔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텔에서 나와 10분쯤 걸어서 도착한 아메리칸, 가부키자 바로 뒤편 골목에 있다. 그날의 오전 일정은 가부키자를 거쳐 아메리칸을 들르고 다시 걸어서 쓰키지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냥 아침 식사 대용으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것은 나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이곳은 미국에도 없는 초대형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임을 잠시 잊은 것이다. 1982년에 문을 연 아메리칸은 가부키자의 배우들뿐만 아니라 일본 유명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터질 듯이 푸짐하게 속을 채운 샌드위치가 인기인 곳이다.
내부 모습이다. 뭔가 정리된 곳은 아닌 다소 산만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일본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오래 역사의 노포를 가게 되면 대개 이런 분위기이다. 아메리칸의 대표 메뉴인 달걀 샌드위치에 무려 5개의 달걀이 들어간다.
인기 메뉴인 달걀 샌드위치이다. 이 샌드위치를 혼자서 먹으러 간 내가 바보였음은 금방 드러났다. 도대체 먹어도 먹어도 이게 줄어들지 않았다. 가게 안을 돌아보니, 손님들 중 남성은 나 혼자였고, 혼자 온 사람도 역시 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2명 혹은 3명이었고 그들도 이것을 다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포장해서 가져가고 있었다. 나도 결국 포기하고 포장해 달라고 했다.
가게 주인은 20대 때 대형 식품 가공 업체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부서에 있었고, 30세 때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가게가 아메리칸이다. 아메리칸의 샌드위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갓 구운 빵이다. 아카바네바시에 있는 『 신바시 베이커리 』에서 아침, 낮 하루 2회, 갓 구운 빵을 공급받는다. 아침은 식빵 35개+프랑스 빵 15개, 점심은 식빵 38개, 이렇게 많은 식빵을 받지만 매일 다 팔린다.
아메리칸에서는 갓 구워진 식빵을 바로 사용하여 샌드위치를 만든다. 샌드위치 메뉴는 계란 샐러드, 참치, 감자 샐러드, 치킨 샐러드, 햄버거, 햄 등 다양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소고기 계열도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계란 샐러드 샌드위치의 계란은, 한 달에 1톤이나 구입하고 있다. 계란 샐러드는, 삶은 달걀과 마요네즈의 심플한 조합으로, 노른자의 비율을 넉넉하게 하여 진한 맛으로 완성한다.
어찌 되었건 나는 샌드위치를 다 먹지 못하고 포장해서 나와야 했지만 이 가게가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양도 많은 데다 긴자에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고, 거기다가 맛있기까지 하니...
도쿄를 다시 간다면 들러볼 수는 있겠으나, 그때에도 혼자인 경우는 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있는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