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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하코다테에서 보내는 편지 (4)

하코다테의 낮과 밤

by 늘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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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나요?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하코다테의 야경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요.


처음 하코다테에 왔을 때 본 하코다테의 야경이 너무 좋아서 이후 계속 하코다테야마 전망대에 올라 가려했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 때문에 여유롭게 야경을 보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들을 피해 평일의 한가한 시간 혹은 전망대가 끝나갈 즈음에 올라갔어요, 어떨 때는 구름이 가득하거나 또 어떤 때는 안개가 자욱해서 하코다테의 빛나는 야경을 보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 풍경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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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하코다테의 풍경을 본 적이 있어요? 그 풍경을 보기 위해 새벽에 서둘러 하코다테야마를 올라갔어요. 이곳에 왔던 때가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야경보다는 하코다테가 깨어날 무렵의 풍경이 보고 싶었던 터라, 그렇게 전망대로 올라가 새벽의 하코다테를 봤을 때 그 느낌은 또 다른 것이었어요.


저기는 내가 늘 다니는 모토마치, 저기는 하코다테역... 여기는 성당, 그 옆은 교회. 깊은 밤이 물러가고 도시가 깨어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기분이 좋아졌던지...


그리고 여름밤, 츠가루해협의 안개가 몰려올 때의 야경을 당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안개가 자욱한 하코다테.. 그 어디쯤에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있을 텐데, 전혀 보이지 않는... 하지만 그렇게 안개가 도시를 덮어도 그 희미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불빛들, 그것은 아마 우리네 삶과 같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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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야경은 눈이 덮여 있어 불빛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요. 하얀 눈이 쌓인 거리로 은은하게 보이던 야경. 그때의 풍경처럼 내 막막한 삶도 분명하게 드러났으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생각에 잠못이루다, 결국은 창밖으로 어스름한 빛들이 보이면 거리로 나가곤 해요.


아무도 없는 모토마치의 언덕들을 걷다 보면, 그리운 마음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현실도, 조금은 견뎌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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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일찍 저녁을 먹고 다시 거리에 나가곤 해요.


벚꽃으로 물든 모토마치를 비추는 따뜻한 불빛들도 좋고, 가로등만 켜진 인적 없는 하치만자카의 풍경도 그리 쓸쓸한 것만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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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처음 하코다테의 전차, 그 고풍스러운 열차의 이름이 하이카라라고 말해줬던 당신, 언제고 기회가 되면 하코다테에 가보라고 말해줬던.. 하치만자카에 서면, 항상 당신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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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보는 항구의 은은한 야경, 잔잔한 그 밤의 풍경을 당신도 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보았던 그 풍경들을 당신도 보게 될 , 아니 우리가 함께 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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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어둠 속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하코다테 공회당의 모습이 보여요. 오늘밤도 그 앞을 한번 갔다 와야겠어요. 이곳은 계속 봄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벚꽃이 지고 나면 짧은 봄은 어느새 지나가고, 저 멀리서 여름이 다가올 거예요. 날이 더 따뜻해지면 하코다테에서 조금 더 멀리 가볼까 해요.


그럼 잘 지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만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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