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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코다테에서 보내는 편지(2)

벚꽃을 흘러보내며

by 늘 담담하게

잘 지내고 있나요?


이곳 하코다테에도 길고 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어요. 봄이 오기까지, 몇 번이나 다시 추워지고 눈이 내리기를 반복했었는데, 4월의 끝에 이르자, 마침내 겨울은 눈처럼 녹아내려 사라져 버리고 창문을 열면 제법 따뜻한 바람이 들어왔어요, 진짜 봄이 온 거예요.


그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아침, 이제는 습관이 된 산책길에서 벚꽃을 만났어요. 눈이 부시게 하얀 벚꽃말이에요. 당신이 있는 그곳은 이미 벚꽃이 지고 없어졌겠지만 그곳과 계절의 변화가 한 달 정도 차이가 있는 이곳은 이제 벚꽃의 세상이에요.


고료카쿠_벚꽃2.jpg

온 세상을 휘감은 벚꽃들을 맞이하기 위해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던 날, 혼자서 벚꽃을 보러 갔어요. 이곳 하코다테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들이 피는 곳은 고료카쿠 공원이에요. 오래전에 이곳은 하코다테 전쟁의 치열한 전쟁터였는데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벚꽃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이에요.


아주 오래전,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당신은 늘 나를 보고 벚꽃처럼 예쁘다고 말해줬어요.


아름다워 혹은 예뻐라는 말을 하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데도, 벚꽃아래 서 있는 나를 보고 항상 벚꽃처럼 예쁘다고 했지요.


"당신이 벚꽃 아래 있으면, 벚꽃의 색깔이 분홍빛이든, 하얀색이든, 당신의 얼굴도 그 색깔처럼 느껴져, 아마 당신을 꽃으로 그리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벚꽃을 그릴 거야.."


그때의 그 말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 난 하얀, 그리고 분홍의 벚꽃에서 당신을 떠올리고 있네요.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벚꽃을 보았어요. 고료카쿠 공원을 물들이는 그 모든 벚꽃..


고료카쿠_벚꽃.jpg

그렇게 이리저리 벚꽃을 보며 걷다가 해자 앞에 섰어요, 해자에는 바람결에 떨어진 벚꽃들이 물 위를 이리저리 떠돌고 있어요.

고료카쿠_벚꽃1.jpg

푸른 물빛 위를 이리저리 흘러가는 분홍의 벚꽃 잎들.... 그것은 내 안타까운 그리움이 그 벚꽃잎들처럼 서글픈 감정의 흐름으로 이리저리 물 위를 떠돌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니 마음이 아파오는데....................


한참을 소리 죽여 울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문득 벚꽃 잎을 흘려보낸다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桜流し.... 그 노래제목처럼 벚꽃을 흘려보내고 있어요, 그 끝은 아마 당신이겠지요.


고료카쿠의 벚꽃은 밤이 되면 더 아름답다고 해요, 당신에게 보내는 이 편지를 다 쓰고 나면 밤 벚꽃을 보려 해요

,고료카쿠_벚꽃.jpg

고료카쿠를 둘러싼 벚꽃과 그것을 비추는 불빛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아마도 작은 소리로 그 노래를 부를 것 같아요....


開いたばかりの花が散るのを

갓 피어난 꽃이 지는 걸


今年も早いね と残念そうに '

올해도 빠르네'라고 아쉬운 듯


見ていたあなたはとても

보고 있던 당신은 정말


きれいだった もし今の私を

아름다웠어 만약 지금의 날


見れたなら どう思うでしょう

볼 수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あなたなしで生きてる私を

당신 없이 살아가는 나를


이제 그곳은 금방 더워질 텐데, 아침 꼭 챙겨 먹는 것 잊지 말아요.


그럼 안녕히...


하코다테 고료카쿠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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