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의 짧은 봄이 지나고, 다시 여름이
하코다테에도 봄이 왔어요. 11월부터 찾아온 긴 겨울,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홋카이도의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온 거예요.
당신이 있는 그곳은 이미 봄이 지나가고, 여름으로 계절이 옮겨가고 있겠지만 지금 이곳은 홋카이도의 짧은 봄이 이제야 시작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던 벚꽃이 비와 바람에 흩어져 사라지고 난 뒤 하코다테에는 예쁜 봄의 풍경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쓰가루 해협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모토마치의 언덕과 하코다테 공회당, 그리고 해안선과 거리에 가득 쌓여 있던 눈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푸른 나무들과 갖가지 꽃들이 대신하고 있어요. 크로커스도 예쁘게 피었어요.
지난겨울 하코다테야마의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이던 겨울 풍경도, 이제는 푸른색으로 바뀌어 선명하게 보여요. 맑은 밤하늘에 환하게 떠 있는 보름달마저, 예쁜 봄 풍경이에요.
거리를 달리는 전차에도 겨울 풍경은 사라지고, 하치만자카에 서서 바라보는 하코다테항구와 거리의 모습도 달라져 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른 아침 혹은 저녁 시간, 관광객들이 없는 그 시간에 걷는 산책의 끝은 항상 하치만자카였어요. 항구를 내려다보는 아련한 그리움..
그 언덕길에서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낙엽, 눈 덮인 겨울을 보내고, 이제 봄을 맞이하는데, 그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 내가 찍었던 사진 속의 풍경, 그 풍경 속에는 나 혼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당신이 함께였습니다.
좋은 계절과 시간이 오면 함께 가보자고 했던 당신, 늘 일에 바빠 틈을 내지 못해 내게 미안해했던 당신은 이곳에 오지 못했지만 내가 보았던 그 계절의 흐름 속에 당신도 함께 했어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을 때 하치만자카의 언덕을 걷을때마다, 늘 당신이 내게 해줬던 말들이 떠올랐고, 겨울 눈이 내린 뒤의 언덕에서는 당신이 속삭였던 말들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난 늘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내가 보는 지금의 이 사소한 풍경, 새벽의 거리와 한낮에 바삐 오가는 전차, 해질 무렵의 항구, 그리고 밤의 쓰가루 해협에서 보이는 어선들의 등불조차 결코 나 혼자만 보는 풍경이 아니라, 당신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하코다테는 대도시의 번잡함도 없고, 혼란스러움도 없이, 거리에 서면, 바람에 실려오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쉬라는 속삭임이 들려오는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이곳에 온 뒤로 많이 건강해졌어요.
이제 6월이 시작되면 짧은 봄도 점점 사라지고, 다시 여름이 올 거예요.
그 여름이 찾아오면,.... 당신이 이곳에 와서 그 여름의 풍경을 함께 보았으면 해요. 푸른 바다와 하늘, 한가롭게 앉아 불꽃놀이를 보고, 잉글랜드 영사관의 장미를 보며 차 한잔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릴게요...
그럼 이만...
당신을 늘 그리워하는 사람이 하코다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