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그 말 좋은 사람
꽤 오래전 일이었다. 후배 녀석이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
"그 사람이 그러데요... 나보고 참 좋은 사람이라고... 도대체 그 말뜻이 뭘까요? 나쁜 말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왠지 그 말이 쓸쓸한 느낌을 주네요.."
좋은 사람이라... 우리는 그 말의 의미를 놓고 잠시 갑론을박을 벌였다. 나는 녀석이 그 말을 꺼낼 때부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지만 차마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랑에 있어서 이미 선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던 한 친구가 말을 꺼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이제 만난 지 얼마 안 됐어요.., 두 번 정도 만났어요..."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했다.
"여자가 하는 말 중에서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라든가 당신은 참 친절한 사람이에요라고 하는 건 말이야.. 당신과 잠시 만났지만 당신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매력은 없네요라는 거야..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당신에게는 애정이 안 생기니까.. 맘 달리 먹으라는 그런 뜻이야.."
그 말에 분위기는 일순간에 차가워졌다.
"예전 김성호의 노래 중에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 있습니까 라는 게 있을 거야.. 그 가사 중에 그런 부분이 있어... 그녀는 나에게 말했죠 친절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렇게 대한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그런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죠.... 요게 뭘 뜻할까? 친절한 사람... 좋은 사람... 재밌는 사람.. 표현은 달라도 다 같은 뜻이야.... 싫지는 않고 만날 줄 수도 있고... 자기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잘 알겠는데 그다지 마음을 내주기는 어렵다는 마음의 완곡한 표현쯤 되니까.. 그 여자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만 만나는 게 나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있는 후배는 대답대신에 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재밌는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이에요... 친절한 사람이에요...라는 말, 나 또한 그런 말을 몇 번은 들었고 이제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딱 잘라 거절하기 힘들어서 그런 말을 하면... 겉으로는 그냥 웃지만.. 여전히 마음은 몹시 쓸쓸해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