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내줘서 고마워요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그와 그녀는 휴가를 내어서 겨울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펜션으로 여행을 떠난 것인데 때마침 백 년 만의 폭설이 내려 그들이 머문 펜션의 주변이 모두 하얀 눈세상이 되었습니다.
마른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그와 그녀는 마치 어린 날로 돌아간 것처럼 웃고 떠들었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는 그녀였지만 집에서 벗어난 이후 그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 쉴 새 없이 종알종알거리고 그는 그대로 그녀에게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가 잠시 낮잠을 자는 사이에 그는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와 그녀의 모습을 닮은 눈 사람을.....
눈을 굴리며 이리저리 낑낑대며 눈 사람을 만들어 세웠는데 제법 재밌는 모습이었습니다. 오후에 일어난 그녀는 그 눈 사람을 보면서 코가 이렇고 모자가 이렇고 지적질을 했지만 표정은 흐뭇함이 가득했습니다.
펜션의 안에서 그 눈사람을 바라보던 그녀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옛날에 어릴 때 말이야 이곳에 놀러 왔던 적이 있었어. 겨울에 그때는 이 펜션이 있던 자리에 그냥 집이 있었거든 저 언덕너머 숲 속에 놀러 갔었는데... 너무 깊게 들어간 거야... 길을 잃어버린 거지... 얼마나 무서웠던지... 눈길을 한참을 걸어도 길이 보이지 않고... 죽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외삼촌이랑 동네 사람들이 나를 찾아낸 거야.. 특히 그때 외삼촌이 키우던 개가 한 마리 있었거든 흔한 시골개였는데 그 개가 나를 찾아냈어.... 숲 속에서..."
"다행이다... 정말 무서웠을 텐데..."
"지금이니까..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하지... 그땐 너무 무서워서.. 울기만 했었어...."
그가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그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모하비 사막을 횡단하는 도로에는...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서 오도 가도 못하는 운전자를 찾아내는 직업이 있대.... 그 도로는 몇 시간을 달려도 주변에는.. 도시도 없고... 휴게소도 없고.. 심지어 핸드폰도 전파가 잡히지 않은 그런 곳인데... 그런 최악의 도로에서 차가 서버리면... 정말 무섭고 두렵기만 할 거야... 사람들이 몇 킬로미터를 걸어가서 도로에 있는 비상전화로 신고를 하면.... 위치를 확인하고 그 사람을 찾아온다는 데 그게... 6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하루가 걸릴 수도 있다는 거야...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만약 혼자일 때에... 그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게 되고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다가... 그 사람이 오면 말이야.... 엉엉 붙잡고 울게 된대..."
"그럴 만도 하겠다...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겠어.... 사막이라는 황량한 곳에서...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어떤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대. 정말로 고마워요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 줘서라고
생각해 보면... 조난당한 사람이... 기다린 시간만큼... 그 사람 또한 사람을 찾아... 달려온 거잖아.. 사막의 바람을 뚫고서 말이야..."
"그래.... 맞아... 내가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이라면 나 역시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 얼마나 고마웠겠어.."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갑자기 그녀가 그를 뒤에서 안으며 말했습니다.
"있잖아... 나도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어..... 정말로 고마워... 나를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 줘서... 내가 기다린 시간만큼 당신도 나를 찾아... 달려왔었잖아..."
그럴까요?... 누군가를 찾아서....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그 어떤 사람을 찾아서... 우리는 가고 있는 걸까요?
그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찾아낸 사람....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평범한 도시의 길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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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흘린 시간만큼.... 기다리는 그 사람도 똑같은 시간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는 그녀를 꼭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나도 고마워... 기다려줘서.... 내가 찾아와 주길 바라며... 내가 나타날 것을 믿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그와 그녀... 서로에게 결국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 고마움을... 삶의 끝날까지.. 잊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할 것임을... 그 순간 그와 그녀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