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금슬 좋은 상사의 좋은 점
아롱다롱 오피스텔링_회사생활 추억한다.
그 상사는 전공은 달랐지만, 나와 같은 대학 출신이었고, 그의 아내는 우리 과 직속 선배셨다.
학연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그게 일말의 따뜻한 끈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는 아내와 매우 금슬이 좋았는데, 늘 퇴근 즈음이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고, 2주 정도의 긴 해외출장에는 사비로 항공표를 따로 끊어 아내를 동반할 정도였다.
그는 아내 자랑을 많이 했다.
아내와 결혼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내가 얼마나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여자인지, 아이를 낳아 준 아내가 참 고맙다고 했고, 결혼 이후가 더 행복하다고 했다.
처가에 대한 자랑도 종종 하셨는데 (웃음), 지방의 큰 부잣집 따님이라 당시에도 연간 금융소득이 이미 세금한도를 넘고, 비싼 미술품 컬렉터셨으며, 미술사를 따로 공부하셨을 만큼 그림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고 했다.
하여튼 그는 처복이 많은 분인 건 분명했다. 처가가 부자인 것도 좋은 복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그렇제 맘에 드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출처 : 핀터레스트 금슬이 좋은 상사는 많은 장점이 있다.
일단, 퇴근 후 바로 집에 가시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회사 후배들과 같이 하려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팀 회식, 주말 강제 등산 같은 행사를 근본적으로 상상 자체를 안 한다.
아내와 사이가 좋은 분은, 대체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은 정말 맞다.
그는 내가 자기 아내의 직속 후배이기 때문에, 늘 나를 특별하게 예우하고 잘 대해줬다.
아마 평소에 그가 아내를 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 존중이 아내와 관련된 타인에게도 그대로 발현되는 것일 뿐. 안에서 반듯한 바가지는 밖에서도 반듯한 법이니.
출처 : 핀터레스트 안타깝게도 사내에서 그의 평판은 그저 그랬다. 가족적이고 아내에겐 최고의 남편이었지만, 배타적이고 관대하지 못했으며, 자아도취 같은 측면이 있어, 크게 따르는 후배 직원들이 없었다 (웃음).
다만, 뛰어난 업무 능력이 있어 상사들에게는 매우 인정을 받았고, 그의 성격을 모두가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모든 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거나 하진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딱 가성비가 좋은 중간관리자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남자 깍쟁이 같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출장 갔다 오실 때, 그는 언제나 내 선물을 다른 여직원들것과는 현격히 차이나는 가격의 것을 사다 줬다.
아마, 내 선물은 아내와 (최고품) VS 다른 여직원들 (기본 기념품) 사이쯤 무난한 가격대의 선물이었지 싶다. 잘하는 것을 많이 칭찬해 주셨고, 실수하는 부족한 점들을 따뜻하게 잘 알려주셨다.
당시의 나는 투피스를 매우 즐겨 입었는데, 붉은색 투피스를 입고 오는 날에는 늘 칭찬을 해줬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의 퍼스널 칼라는 단연 RED라고 했다. 나처럼 빨간색 옷이 잘 어우리는 사람은 없을 거라며. 중요하고 좋은 날엔 늘 빨간색 옷을 입으라고 하셨다. 특히나 나는 그에게서, 비즈니스 영어 문장의 세련된 표현들을 많이 배웠고, 비싼 화장품과 초콜릿 선물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후, 그의 말이 맘에 남았는지 나는 이직 인터뷰나 소개팅, 가족과의 즐거운 모임 등에 빨간색 옷을 많이 입었고, 좋은 일이 꼭 생긴 건 아니지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그 기분 좋은 예감을 빨간 옷을 입으며 즐겼다.
좋아하는 가수의 연말 콘서트에 갈 때도 빨간 옷을 즐겨 입었다.
나중에 그는 회사를 나가 독립을 했고, 안타깝게도 성과가 좋지 않았던 걸로 들었었다.
어쩌면 깍쟁이 소시민 같았던 그의 성격은 조직이라는 큰 온실에서만 잠시 반짝인 난초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가 여전히 아내와 좋은 관계로 윤택하고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다.
아내분의 재력이 월등하셨으니 당연히 그러실 것이다 (처복이 많으시니. 웃음)
두 분의 행복을 빈다. 노년엔 백수이나 걱정 없는 인생이 최고 아닌가 말이다.
출처 : 핀터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