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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역할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감정 관리와 성과 사이에서

by ONWARD

처음 팀장이 되고 나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습니다.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사람의 감정을 관리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죠.


특히 예상하지 못한 프로젝트 일정이 갑자기 생겼을 때, 혹은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때 누군가는 당연히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옵니다. 그리고 그때, 팀장은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달래고,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왜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될까 싶기도 하고, 매번 비슷한 감정을 돌보느라 더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정말 팀장의 역할이 맞을까?"


성과를 내는 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감정 케어가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 고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저 나름대로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이걸 정해두지 않으면, 팀장인 제가 먼저 지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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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케어에 대한 고민과 해답 찾기


(1) 팀장의 역할 : 성과 + 사람 관리

팀장은 결국 성과를 내는 자리

하지만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멘탈 관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업무고, 어디부터가 감정 노동인지 모호하다는 것


(2) 내가 찾은 기준 – 감정의 선 긋기

① 팀장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모든 불만을 들어주고, 해소해 주고, 해결해 주는 역할이 되면 그건 더 이상 팀 운영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 됩니다. 불만과 피드백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듣고, 사적인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푸념은 적당히 걸러 듣기로 했습니다.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언제나 환영하지만,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까지 맡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② 팀 전체를 책임집니다.

한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다 보면,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 그 부담이 흘러가게 됩니다.

특정 팀원의 기분을 맞추는 데 에너지를 쏟다 보면, 팀 전체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차갑게 보이더라도 팀 전체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게 더 건강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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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생기면 최대한 빠르게 이유와 목적을 공유하고, 함께 협의합니다.
✔︎ 혹시 불만이 제기된다면 공식 회의를 통해 피드백을 듣고, 해결 방안을 논의합니다.
✔︎ 일정이 빠듯해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역할 조정까지 고려하지만, 우선 함께 대안을 찾아봅니다.


이렇게 원칙을 정리해 두니, 매번 감정적으로 소모되던 순간들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보다 시스템으로 풀 방법을 먼저 떠올리게 됐습니다.


저는 업무가 하기 싫어서 무턱대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불만을 표현한다는 건, 그만큼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상황을 최대한 투명하게 설명하고, 팀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 노력합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깁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팀원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붙잡으려 하면, 결국 팀장인 제가 먼저 지치게 됩니다.


"멘탈 케어도 성과 관리의 일부입니다. 다만, 선을 지키면서 시스템 안에서만."


팀장도 사람입니다. 내 마음까지 무너지지 않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팀도, 일도, 마음도 무너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으니까요. 함께, 오래, 단단하게 나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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