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17년 전의 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지금은 2025년이다. 내 나이 쉰.
2009년, 17년 전에 갑작스레 호주로 떠났던 서른세살 청년의 일기를 다시 꺼내어 보았다.
불안, 걱정, 기대, 설레임, 좌절, 분노, 슬픔, 눈물, 감동, 고마움, 실망, 행복, ...... 17년 전 36일 간의 일기 속에는 많은 감정들이 살아있었다. 많은 날들과 사건, 감정을 겪으며 그 친구는 많은 생각과 성찰을 하고, 또 성장했던 것이 아닐까?
2009년 1월. 난 첫번째 직장을 퇴사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사였다고 했지만, 힘들고 두려웠던 현실에서 도망치듯이 선택했던 퇴사였다. 그리고 한달 후에 난 호주로 떠났다. 나를 찾고 희망을 찾고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 기저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도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낯선 나라 호주에서 12곳의 도시를 돌며 36일을 홀로 보냈다. 그리고 이 책은 36일의 여정과 감정, 생각을 담은 글이다.
그 36일 속에는 짧은 인생이 있었다. 여행은 낯선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과 자연을 만나면서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사기와 조롱을 겪기도 하고, 길을 잃고, 물건을 잃어버리며 고난과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렸던 시간에서는 인간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 연민과 안타까움 그리고 실망과 분노가 있었다. 하지만, 고마움과 감사, 행복을 주는 시간들은 더욱 많았다.
2025년에 17년전의 호주 여행을 떠올렸던 것은 오늘이 그날과 닮아서 였던 것일까?
오늘을 사는 지금에도 36일 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것과 같은 상황, 사건, 감정들이 공존하고 있다. 삶은 항상 그런 것일까? 호주에서의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처럼, 지금 맞는 하루하루도 여전히 처음 맞이하는 오늘이다. 그러기에 모든 날은 익숙하지 않은 도전의 시간이 되고 있다. 직장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2025년에서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불안, 기대, 설렘, 좌절, 행복, ... 등의 많은 감정이 하루에도 몇번씩 올랐다 내려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 때도 지금처럼 힘들었었지. 그런데, 너는 지난 17년을 잘 살아왔잖아. 그 때도 힘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너는 잘 이겨내고 잘 살아왔어.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니? 그 때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잘 이겨내리라고 믿어.'
서른세살의 어린(?) 청년의 생각을 다시 만나니 참 어리게 여겨지도 한다. 그래도 스쳐 지나는 일상 속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며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흔이 되고 여든이 되었을 때, 그 때의 나는 쉰살의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때도 어린(?) 중년이라고 여길까? 그래도 좋다. 다만, 어린 중년일지라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노력하며 열심히 살았다는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
'2025년이 힘드니?
네가 사는 오늘은 어차피 처음 맞는 시간이야. 내일 맞이 할 시간도 결국 네가 처음 맞는 시간일테고. 처음은 항상 힘들다지? 그래, 모든 시간은 어차피 처음인지라 그게 쉽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힘들다고만 여기지는 말자. 지난 50년간 네가 힘들다고만 여겼으면 너는 지금 이렇게 멋진 너로 성장하지 못했을거야. 지금 네가 아내와 아이들과 웃고, 행복하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결국 네가 50년이란 처음을 잘 살아왔다는 증거 아니겠니?
지금까지 잘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넌 잘 살 수 있어. 아니다, 더 멋지게 살수 있을 것 같지 않니? 17년 전의 힘든 시간 속에서 여행을 통해 얻었던 것으로 네가 한층 더 성숙했던 것처럼, 2025년에 그 일기가 너를 또 한번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 것 같은데? 어때? 더 멋지게 살 수 있을 것 같지?'
이렇게 17년 전의 일기를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멋진 하루일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멋진 나를 만날 것이다.
잘 살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멋지게 살아보자.
우리, 예순에, 일흔에, 여든에 다시 만나자...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나눠보자.
너의 오늘을 응원한다.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긴 여행을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의 평안과 행복, 성장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