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갈라지는 세 가지 방식
어쨌든, 이를 통해 시기심의 개괄적인 윤곽은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시기심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 기본 원리를 현실과 연관 지어 보기로 하자. 이 작업을 수행하다 보면 의지의 분열을 일으키는 차단 요인이 대체 무엇인지 한층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차단 요인은 사실상 시기심의 핵을 이루는 것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특색을 나타내지 않으므로, 그 성질을 이해하려면 시기심의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힘의 움직임을 파악해 낼 필요가 있다.
먼저 차단 요인이 차후에 개입하는 특수 사례부터 다루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이 사례는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시기심의 원리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특수 사례란 다름이 아니라 상대를 향하던 호감 어린 관심이 시기심으로 퇴색하는 경우를 말한다.
잘 알다시피,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자신보다 뛰어난 면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시기심에 빠지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 거슬리는 요인이 아무것도 없다면 당사자는 상대방의 탁월성을 예찬하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 시기심만큼이나 빈번히 발견된다. 하지만 둘 사이에 어떤 장벽이 개입할 경우에는 이 같은 호의적 관계조차도 즉시 경쟁적 성질을 띠면서 변질되고 만다. 간단한 차단 요인 하나만으로 아군과 적군이 갈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의 탁월한 면에 호감을 느끼고 가까이하려던 누군가가 상대로부터 거절을 당한다고 해보자. 상대방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당사자가 보내는 호의적 관심에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아마도 상대방으로 향하던 당사자의 호의적 관심은 즉시 시기의 성질을 띠면서 변질되기 시작할 것이다. 상대의 거절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 관심이 가속되면서 거부감과 욕망으로 양분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둘을 동시에 느낀 당사자는 상대가 순식간에 적대적 경쟁자로 돌변했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상대가 오만하게 자기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면서 시기심의 부정적 측면을 강화할지도 모른다. 상대의 차단 행위가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기 내면에서 그런 느낌과 추측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정반대 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계 당사자들 사이에 이미 차단 요인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기심이 촉발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시기심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유발되지만 지금 말하려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인 경우, 즉 양자가 서로를 싫어하는 경우이다.
보통 서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상대와 자기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놓는다. 이 벽은 일종의 영토 분계선으로서 양자의 심리 영역을 둘로 나누는 동시에 둘 사이의 감정적 소통을 완전히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벽은 물론 낯선 사람들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이때는 그 벽이 마치 거품을 나누는 막과도 같아 사소한 호감 표시만으로도 제거될 수 있다.
하지만 적대적인 사람들 사이에 세워진 이 장벽은 훨씬 확고하고 단단하여 무너뜨리기가 매우 힘들다. 아마 당사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벽 쪽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그 벽 너머에는 자신이 거부하여 밀쳐낸 것들, 한마디로 불쾌한 것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계 너머로 욕구 대상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컨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상대방이 탁월한 특성을 획득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사자는 상대를 싫어하면서도 그리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의도야 어찌 되었든 간에 그 탁월성이 관심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양자 사이에는 견고한 장벽이 이미 쳐져 있으므로 탁월성을 향해 일으켜진 온전한 형태의 의지는 즉시 저항을 받아 시기심으로 변색되고 말 것이다.* 말하자면, 탁월성에 현혹된 의지가 앞뒤 안 가리고 달려 나가다가 벽에 긁히면서 상처를 입는 것이다.
*양자 사이의 반감이 재차 활성화될 경우, 이 시기는 다시 질투로 변형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질투에 관한 후반부의 내용을 참조하기 바란다.
그렇지만 이처럼 차단 요인이 명백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양자 사이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듯 보이는데도 시기심이 발생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들은 상호 간에 완전히 개방적이고 서로를 깊이 존중하기 때문에, 겉으로만 보면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장벽도 들어설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에 걸맞지 않은 어떤 자질을 획득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지위가 높은 사람은 지금껏 아무 허물없이 지내 온 그 사람을 향해 다소간 시기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잘되길 바라긴 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잘되길 바라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는 대체 어떤 차단 요인이 들어선 것일까? 그것은 분명 당사자의 내면에만 존재하는 심리적 요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조성된다 해도 시기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하 관계와 연관된 심리 요인들부터 우선 더듬어보기로 하자. 그럼 아마도 당사자의 지위 의식, 즉 자신이 상대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 지위 의식이 어떤 식으로 거부감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 과정을 이해하려면 전형적인 사례에 느낌을 대체할 수 있는 비유적 심상을 하나 덧붙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래로 관심을 흘려보내면서 그 같은 관용의 행위에서 만족을 얻어내던 누군가가 있다고 해보자. 그는 관심을 베풀면서 아래 있는 사람을 돌보는 것이 자신에게 걸맞은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래 있던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바람에 더는 관심을 흘려보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아니, 차라리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역전되어 상대가 흘려보내는 관심을 도리어 받아야 할 처지가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면 기존의 관계 방식에 익숙한 당사자는 이 변화된 흐름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로 관심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자신에게로 흘러드는 관심을 거스르면서 그 흐름을 반대로 되돌려놓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향해 거부감을 품게 될 것이다. 그의 내면에서 현재의 흐름과 과거의 흐름이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충돌이 인식 전체를 점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직 의식의 저변부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과거의 고정관념은 현재의 인식을 향해 저 아래 어딘가로부터 밀려들지만, 대개 의식의 중심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에 대한 순수 인식과 그로부터 촉발되는 의지의 측면은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다. 즉, 그 인식은 상대가 획득한 탁월성을 향해 뻗어 나아가면서 의지를 팽팽히 늘어뜨릴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지위 관계가 변동될 때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의 내면 풍경일 것이다. 그가 자신이 더 높아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마음 놓고 상대를 인정해 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므로 상당수의 경우에는 이처럼 과거의 고정관념으로 자신의 태도를 억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일상을 관찰해 보면 이런 과정이 상하 관계가 존재하는 곳뿐만 아니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아무런 허물없이 지내면서 외관상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던 집단이라 해도 누군가가 특정 분야에서 앞서간다면 그에게 시기심을 품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그가 획득한 탁월성이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는 접근 불가능한 성질의 것이라면, 그의 주변을 에워싼 환경적 차단 요인*을 시기심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사정이 그렇지 않은데도 시기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 예컨대, 누군가가 동료와 함께 어떤 자격 요건을 획득하려 노력하다 자신만 실패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는 비록 동료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 특정 자격 요건이 부각되는 순간만큼은 상대를 향해 시기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차단 요인은 상대의 인격을 다소간 에워싸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시기심을 느끼는 당사자 내면의 지위 의식 탓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내심 자신이 이 분야에서 만큼은 위이고 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관계가 현실에서 뒤집히니 어쩔 수 없이 시기심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분명 그 분야와 관련해 이처럼 내면화된 형태의 지위 의식을 품고 있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은 상대의 탁월성을 기꺼이 인정해주려 할 것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외형적으로 굳어진 지위 관계가 아니라 내면에 품고 있는 지위 의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