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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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입에서 아버지의 냄새가 났다. 그렇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조용히 짐을 챙겨서 엄마와 현관문을 빠져나왔다. 혹여나 아버지가 깨기라도 할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술에 취할 대로 취해버린 아버지는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고요했다. 작은 소리 하나도 크게 들렸다. 골목 끝에서부터 자동차 전조등이 어둠을 밀어내며 다가왔다. 택시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시각에 집 앞에 도착했다. 그 전조등 빛과 내 눈의 동공이 마주했을 때, 술기운에 잊고 있었던 별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 잠시만 옥상에 갔다 올게.”
“지금 말이니?”
엄마가 잡을 새도 없이 빠르게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늘을 보았다. 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입김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노트를 펼쳐서 마지막으로 별의 언어를 살펴보고, 외운 대로 별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112-5’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별이 도쿄 하늘을 지나고, 파란 눈의 외국인과 대화하며, 자유의 여신상 위를 지날 때. 나는 서울로 향할 것이다. 그러니 별이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혼란스럽지 않게 내 위치를 꼭 기억해 줬으면 했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신호를 보냈다. 답장은 확인하지 않았다. 노트 또한 옥상에 두었다. 그렇게 택시를 탔다. 밤은 깊어져만 갔다.
“말이라는 건 단순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 건네는 모양이에요. 같은 말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건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거든요.”
선생님은 ‘언어’라는 단어를 칠판에 천천히 쓰시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에는 감정이 담겨 있어요. 진심은, 꼭 긴 문장이 아니어도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답니다. ‘안녕’처럼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 목소리는 점차 굵어져만 갔으며, 사람들에게 UFO는 더는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신림에 도착하고 첫날밤, 나는 별의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서울의 하늘에선 도통 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동안은 연락해 보려고 노력했다. 밤중에 산속에 홀로 가서 별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도무지 별의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연결될 수 없었다. 그러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가 단순히 대기권에서 별빛이 반사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더는 별을 찾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가 혹여나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곤 하셨다. 집에서 편하게 티브이를 보다가도, 택배원이 누른 초인종 하나에 순식간에 표정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그럴 때면, 옆에서 엄마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그러면 엄마는 좀 괜찮아졌다. 나 또한 어쩌면 아버지가 찾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사를 가는 집의 위치를 노트에 모스부호로 써 놓았다는 사실을 서울에 도착한 다음 날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아버지는 내가 옥상에 올려둔 노트를 발견했을 것이다.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그것이 모스부호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고, 도망쳐온 이곳의 주소를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언어의 진심을 넘어서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를 찾을 수 없다. 서울은 수많은 별이 가득 모여있는 곳이고, 그 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기엔 아버지의 수명은 한정적이다.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별과의 연결은 우연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내 마음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자꾸만 떠올랐다.
“안녕. 잘 지내지?”
대기권에서 별빛이 굴절되고, 그 반짝임이 우연히 모스부호로 바뀌어, 26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된 문장을 만들 확률. 그것은, 단순히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정교하고, 또 기묘했다.
그렇다면, 그날 밤 내가 보았던 별의 깜빡임과 나누었던 대화들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별의 깜빡임이 아니었다.
외계인도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나는 홀린 듯 옥상으로 올라갔고, 꺼져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랜 친구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