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77 댓글 5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알츠하이머도 앗아가지 못한 것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by 강인한 Jan 22. 2025

#음악을 들으시며 글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Ysw4svDmcxc?si=Ki25s0DKbxrmiArU

출처 Youtube Tony Bennett
The loveliness of Paris
파리의 아름다움은

Seems somehow sadly gay
어쩐지 슬프도록 화려하게 여겨지고

The glory that was Rome is of another day
로마의 영광은 지난날의 얘기일 뿐이죠

I’ve been terribly alone and forgotten in Manhattan
난 지독한 외로움을 느껴왔고 맨해튼에서 잊힌 존재죠

I'm going home to my city by the bay
나 바닷가 고향으로 돌아가요.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난 내 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왔어요


토니 베넷이 은퇴를 선언하고 세상을 떠난 지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참 무서운 게, 최근에 그의 노래를 몇 곡 저장해 놓았더니 바로 그의 은퇴 콘서트 영상이 추천 영상에 뜨게 되었다. 여차저차 영상을 클릭하곤 잠시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영상 속의 토니 베넷의 모습은 내가 알던 모습과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90세를 넘긴 나이기도 하지만, 중증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주변 지인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자 그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의 인생은 참 파란만장했다. 10세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회공연을 시작하며 돈을 벌었으며 2차 세계대전에 참전까지 하게 된다. 독일에서 공연을 하면서 인지도 또한 쌓아갔지만 끔찍했던 전쟁의 경험은 그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시대 가수들이 그랬듯 토니 베넷 또한 마약 중독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행복한 젊은 시절은 아닌 듯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빌리홀리데이의 우울한 음색과는 다르다. 또한 엘라 피츠제럴드의 세련된 기교도 없다. 그의 목소리엔 그리운 과거를 회상하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특히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에서 그런 부분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애초에 이 곡을 쓴 두 아마추어 작곡가들이 2차 세계대전 이휴 뉴욕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곡이기도 한 만큼, 토니 베넷의 목소리와 안 어울릴 수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궁금증이 들었다.


“90세가 넘을 때까지 어떻게 노래를 불렀을까? ”


이런저런 검색을 하다 그의 인터뷰 영상을 하나 찾아볼 수 있었다.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선 마침 내가 들었던 궁금증과 같은 질문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토니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고전 명곡을 계속해서 불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래가는 이유와 고전 명곡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재즈의 시간을 연재하면서 여러 고전 명곡을 찾아 듣다 보니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고전 명곡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정확히는 각 시대마다 유행하는 장르를 넘어선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 무언가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본질에 대한 추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하튼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알츠하이머도 빼앗아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에게 있어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가사를 기억해서 부르는 것이 아닌, 숨 쉬는 듯 당연할 테니까 말이다.

수요일 연재
이전 07화 사랑에 관하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