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눈사람 자살 미수 사건

세상을 보는 관점

by 강인한 Feb 01. 2025

눈사람 자살사건이란 글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의 동심의 대상인 눈사람과 자살이라는 행위는 동시에 생각해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자아가 생긴 눈사람이 하는 첫 행동이 자살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삶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눈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내 시선에서 바라본 눈사람의 입장이다.


눈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추운 겨울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도 못하며 무척이나 쓸쓸했을 것이다. 주변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다가오는 따뜻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산뜻한 봄바람과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계절까지 눈사람은 살 수 없다. 그의 죽음은 겨울에 머물러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눈사람은 욕조 안에 있었다. 차가운 물을 틀지, 따뜻한 물을 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갖는 선택의 자유는 자살이라는 행위의 부조리함을 잊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눈사람은 고민했다. 차갑게 차갑게 오래 살지.
한 순간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만 느껴보고 물이 되어 사라질지.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라면 어떤 물을 틀었을까?


마침 그날은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처음에는 눈사람이구나 하고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그리곤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덧 눈사람 주변에 있는 눈들은 녹아 없어졌지만 눈사람은 홀로 남아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눈사람은 형태는 조금 작아졌을 뿐 녹지 않은 채로 있었다.

어느새 나는 눈사람이 녹지 않기를 응원하는 단 한 명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나의 눈이었으면 금세 녹아버렸겠지만, 그 눈들이 서로 모여 하나의 눈사람이 되었고, 뭉친 눈들은 쉽게 녹지 않았다.

참 대견했다.


그제야 내 선택의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난 물을 틀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것이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내 자유다. 내가 물을 틀어버려 자살이라는 선택을 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볼 뿐일 것이다. 나는 그 시선에 대한 저항을 할 테다. 내 인생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과 그 시인에 대한 저항을 할 테다.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아 예쁜 하늘과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볼 것이다.


결국, 눈사람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 바뀌었을 뿐이다.

눈사람은 그 자리 그대로 있었지만

눈사람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도 나였고,

눈사람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나였다.


혹여나 눈사람이 자살을 하겠다는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이다.

그 글을 읽고선 눈사람을 불쌍하게 여겼던 생각이 나 괜스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주변에 큰 나뭇가지 두 조각을 주섬주섬 챙겨선 눈사람에게 팔을 만들어주었다.

적어도 나는 네가 존재했음을 오랫동안 기억해 주겠다.

이전 02화 잊힌 무덤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