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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의 연결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추웠던 겨울, 팬티 바람으로 엄마와 옥상으로 쫓겨났던 날. 그날따라 별은 밝았다. 마음이 시린 날일수록 별이 더 선명하게 빛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별 또한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만 같았다.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별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었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고 외쳐도 내 목소리는 닿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별 아래에서 눈을 깜빡. 깜빡. 부자연스럽게 두 번 깜빡이고선 별의 대답을 기다렸다. 두 눈과 몸이 파들파들 떨리고 엄마의 손은 서서히 차가워져 갔지만, 어떻게든 눈을 감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얕고 순간적인 깜빡임. 하나의 별이 나의 신호에 반응했다. 밝고 선명한 노란빛을 띠는 그 별은 손쉽게 찾기 쉬웠다. 다시 한번 눈을 깜빡였다. 별을 쳐다보았다.
깜빡.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딸꾹질이 나와버렸다. 하얀 입김이 어둠 속에 퍼져나갔다.
“수호야. 많이 춥지?”
차가워져만 가는 엄마의 몸에서 마지막까지 짜낸 따스한 한마디. 퍼져 나간 하얀 입김은 어느새 얼어붙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딸꾹질뿐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시선은 별을 향해있었으며, 다시 옥상으로 올라왔을 때 그것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별의 위치를 계속해서 외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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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서도 계속해서 별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의 규모는 점차 커지더니, '사실 이 별은 외계인이 모습을 위장한 게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반에서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주제 중 하나가 외계인이었기 때문에 내 생각은 스스로에게 꽤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외계인이 새로운 대화 주제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엽기가 유행이었다.
“아버지 나는 누구예요?”
“나도 잘 몰라~”
한 통신사의 티브이 광고. 삽시간에 유행어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최근 방영하기 시작한 미스터리 극장이 큰 유명세를 치르면서 엽기는 단순 유치하고 촌스러운 행위로 전락해 버렸다. 친구들은 UFO가 찍힌 사진을 학교에 가져오기도 하고, 이유 없이 창밖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곤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는 텔레파시도 모르냐?”
“텔레파시?”
“그래. 텔레파시. 외계인이랑 연락하려면 이렇게 해야지”
친구는 다시 양쪽 검지를 펴서 관자놀이에 대곤,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근데, 얼굴은 왜 찡그리는 거야?”
“전파를 보내야 해. 안테나처럼. 자꾸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 텔레파시란 건 전화 통화 같은 건가 싶었다. 친구의 행동은 답장이 오지 않는 일방적인 전화 같았다. 그 모습이 우스워 속으로 킥킥댔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창밖을 쳐다보았다. 겨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어제 봤던 별이 어디쯤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구는 매일매일 도니까, 오전쯤에는 도쿄 하늘 위를 날았을 것이고 지금쯤이면 티브이에서 보았던 자유의 여신상 위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사는 눈이 파랗고 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큰 날개를 가진 비행기도 보았을 것이다. 어쩐지 별이 부러워졌다. 다음으로는 눈을 감고 별이 보고 있을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그곳에서 나는 공기 냄새, 사람들의 땀 냄새, 비행기 날개에 묻은 작은 먼지의 향 따위를 떠올렸다. 몸이 점차 무거워져만 갔다.
“김수호! 이 자식이 수업 시간에 졸기나 하고 말이야. 너 앞으로 나와.”
주제넘은 상상의 대가는 손바닥 다섯 대였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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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의 심부름을 다녀와야만 했다. 밖이 추웠기에 나가기 싫었지만, 아버지의 말에 따르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뜨거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손바닥에 오천 원이 쥐어졌다. 까슬까슬한 느낌에 손바닥이 자꾸만 따끔거렸다. 현관문을 열었다. 칼바람 한 번에 콧물이 흘러나왔다. 고추가 쪼그라들었다. 슈퍼까지 전력을 향해 뛰어갔다.
“이모. 진로 한 병이랑 에쎄 하나 주세요.”
오천 원을 계산대 앞에 놓았다. 그리고 가게에 있는 과자들을 구경했다. ‘신짱 맛있겠다.' ‘초콜릿 맛있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조용하게 내뱉었다. 신짱과 초콜릿은 오천 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고, 너거 아빠 또 술 처먹나?”
못 들은 척 흥얼대며 계속해서 과자 구경을 했다. 그러면 또 이모는 혼잣말을 하다가, 마지못해 물건을 내줄 것이다.
“이 돈이면 외상값 반도 안 되는데,, 됐다. 니가 뭔 죄가 있노.”
이모는 한숨을 푹 쉬다, 예상한 대로 물건을 검정 봉투 안에 주섬주섬 넣어주었다. 그제야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걸어갔다. 가볍게 고개를 앞으로 숙여 인사를 했다. 빠르게 검정 봉투를 낚아챘다. 다시 찌릿한 추위가 얼굴을 따갑게 만들었다.
“잠깐만.”
이모의 오른손에는 초콜릿 하나가 들려있었다.
“자. 이건 이모가 그냥 주는 기다. 몰래 니만 먹어라.”
검정 봉투를 낚아채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하얀 이빨이 시리도록. 콧물이 얼어버릴 정도로. 고추가 쪼그라들기 전까지 빠르게. 빠르게 집까지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