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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단편집_비평

by 조지조 Dec 28. 2024

미국의 리얼리즘 작가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이먼드 카더의 생애는 가난하고 힘들었다.


지독한 알코올중독과 가정불화 두 번의 파산신청으로 1974년 첫 번째 아내와 별거한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1976~1977년에 네 번 병원에 입원하고, 드디어 1977년 6월 2일 금주를 결심. 이날은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날로, 그는 이날부터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만약 카더가 금주를 하지 않았다면 1983년 단편소설 ‘대성당’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먼드 카더의 대성당이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고 4년 후인 1988년 두 번째 아내 테스 옆에서 수면 중 향년 50살에 사망한다.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카더의 단편소설집 대성당은 현실에 기반을 둔 리얼리즘 작품의 정수이다.


그중 아래 세 작품(깃털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에 대해 살펴보자.


우연히도 아래 작품들은 모두 거더의 금주 후 작품들이다.




1) 깃털들_우아한 비교우의



도시 외곽의 허름한 지역에 사는 버드부부는 회사동료 부부를 저녁자리에 집으로 초대한다. 


회사동료 부부가 버드의 집에 도착하여 마주한 버드집의 생명체들은 평범한 구석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희한하다.


이 집에는 도통 기쁨을 주지 않을 것 같은 괴상한 애완용 공작새 조이, 얼굴이 붉고 촌스러운 외모를 가진 자신의 치아교정 전 석교치열을 TV위에 올려놓아 매일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는 버드의 아내 올라. 


마지막 하이라이트 세상에서 가장 못생기고 뚱뚱한 8개월 된 아들 하워드. 


회사동료 부부의 눈에는 버드부부가 궁상맞아 보인다.


마침내 공작새 조이와 8개월 된 못생긴 하워드가 마주하는 순간 거실 저녁자리는 아수라장이 되며, 공작새의 깃털들이 휘날린다.



그날 저녁 주인공은 집에 돌아와 자신의 인생은 여러모로 지금까지 썩 괜찮다고 느낀다.


주인공의 부인 프랜도 “끔찍한 부부인 데다가 그렇게 못생긴 아기라니. 게다가 냄새나는 새하며..”라고 말하며 버드부부에게 비교우위를 느낀다. 자신감이 충만해진 공작새처럼 우아한 프랜은 그날밤 이불속에서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여보, 당신 씨로 내 몸을 꽉꽉 채워줘!” 


씨는 열매를 맺는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 프랜은 더 이상 우아하지 않았고, 주인공에겐 너무 뚱뚱해졌다.


주인공과 버드는 여전히 친구 사이다. 버드와 올가는 여전히 궁상맞은 서로를 애정한다.


반면 우아한 주인공과 우아한 프랜의 애정은 여전하지 않고 대화는 없어지고 TV만 본다.



애정이 있는 궁상이, 애정이 없는 우아보다 백배 낫다.




2)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_진심의 위로



뺑소니차에 치어 의식이 없는 8살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


금쪽같은 아들의 허망한 죽음.


아무것도 모르는 늙은 빵집 주인의 계속된 8살 아들 생일케이크의 독촉전화로 생기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오해.


아들을 잃는 부모의 오해로 분노의 대상이 되는 중년의 고독한 빵집 주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



진정한 위로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진심이 통하면 사과도 위로도 통한다.


진심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된다...


허기진 내 마음에 따스하고 구수한 빵처럼..




3) 대성당(Cathedral)_감각의 우주



최근에 아내 뷰라를 잃고 오감 중에 시각을 잃어버린 맹인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해탈한 느낌이며 어떤 당당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현실을 초월한 마치 세상에 없는 다른 감각을 소유한 듯한 맹인은 주인공에게 선물을 준다.



맹인은 TV에서 나오는 대성당의 모습을 말로 설명해 달라고 한다.


주인공은 맹인에게 대성당의 모습을 말로 설명하는데 한계를 느끼며 포기한다.


맹인은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주문하며 주인공 손위로 자기의 손을 얹어 대성당을 그려보라고 주문한다.


맹인은 자신의 촉감으로 주인공이 그린 그림을 더듬으며 말한다. “잘하는군.”


주인공과 맹인은 손을 다시 겹치고 이번에는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린다.


형언할 수 없는 처음 느끼는 감각의 감정을 느낀 주인공은 그림을 다 그리고도 눈을 뜨지 않는다. 



시각으로 갇힌 TV속 대성당의 모습에서 느낄 수 없는 시각으로 볼 수 없는 진짜 대성당을 느끼며 전율한다.


주인공은 오감에서 벗어난 감각의 우주를 느끼며, 


감각의 유토피아에서 헤어 나오길 꺼리며 천국의 감각을 느끼며 한계 없는 우주에서 부유하고 있다.



맹인의 시야는 우주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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