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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삶

존 윌리엄스 소설 ‘Stoner ‘(스토너) 비평

by 조지조 Mar 02. 2025




매일 피고 지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 우직한 상록수 같은 소설이 있다.



제목은 스토너,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인생을 약 400페이지에 담담하게 녹여낸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책이며 문장의 잔향에 뇌리에 오래 남는다.


작가 존 윌리엄스의 문장은 난해하거나 지적 허영의 문장이 없고 담백하게 잘 익히며, 돌(Stone)처럼 우직하게 삶을 살아낸 Stoner의 인생이 누군가의 인생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자각한다.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권유로 농대에 진학하게 된다. 영문학 수업 중 문학이 주는 엄청난 매력에 빠져 영문학 교수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첫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하여 딸 그레이스를 낳았지만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는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항상 내가 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가장 무지몽매할 때 결혼을 결정하며 그리고 인간은 항상 모르는 것을 더 갈망한다.


너무나 예민하고 독선적인 아내 이디스와의 불통으로 그는 결혼생활의 희망을 버린 지 오랜다. 그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 캐서린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빠지지만 그를 싫어하는 교수의 방해로 캐서린과의 사랑을 놓아버리고, 대장암에 걸려 투병하다 죽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자극적이고  롤러코스터 같은 스토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신파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묵직해지고 코 끝이 찡하다.



평 벙한 한 인간의 일생을 우리는 관찰자처럼 따라간다. 



평생 농사만 짓다 아들하나 바라보며 땅에 묻힌 순박하고 가난한 부모님의 죽음, 영문학의 매력에 빠지는 황홀한 경험, 이디스와의 무관심한 갈등, 딸과의 관계, 캐서린과의 진정한 사랑과 이별, 교수사회의 정치놀의 희생, 늙어감과 대장암의 고통 속에 맞는 죽음.. 이 모든 인생의 희로애락을 스토너는 묵묵히 살아내고 받아들인다.



스토너의 일생 중 중년의 사랑에 대한 정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자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 스토너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변주한다.


‘젊다 못해 어렸을 때 스토너는 사랑이란 운 좋은 사람이나 찾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는 사랑이란 거짓종교가 말하는 천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미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부드럽고 친숙한 경멸로, 그리고 당황스러운 향수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사랑이랑 은총도 환상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캐서린과의 관계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이야기한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져보아야 해요’ 캐서린이 말한다.



열정에서 시작된 감정이 욕망을 거쳐 깊은 관능으로 자라나 순간마다 계속 새로워지는 솔메이트를 만난 서로였으나, 세상의 기존 관념은 그들을 가만히 놔주지 않는다. 서로의 관계 안의 지적 교환으로 정신적으로는 기존관념을 넘어서 버린 그들이었지만 서로에게 욕심을 내지 않으며 헤어짐을 받아들인다.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선택을 하지 않은 스토너의 결정, 캐서린의 결정 안에는 우리 모두의 감정이 있다. 


이 소설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주인공이 죽기 전 캐서린 드리스콜의 출판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한, 캐서린의 책 헌사 “W.S에게.”부분에서 묵직하고 처연한 감동을 느낀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죽음을 앞두고 스토너는 인생을 반추한다.


그는 우정을 원했고, 결혼을 원했고, 열정을 원했고, 문학을 원했고, 사랑을 원했다. 캐서린...


또한 그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책을 원했다...


‘그는 죽음이 거의 다가오는 순간 책을 펼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며 짜릿함을 느꼈다. 짜릿한 느낌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그의 살과 뼈를 훑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일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희로애락이 존재하지만 나이 들수록 버거움을 느낀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순리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생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라고..


어떤 사람에게 평범함이란 특별함일 수도 있다.



어쩌면 태어나 한 인생을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위대한 소설이란 생각을 해본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위대할 수 있으며, 부질없지만 또한 찬란하다.



그래서 스토너는 스토너를 살고 



당신은 당신을 살고 



조지는 조지를 산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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