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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가도

by 곰탱구리

내 발자국에는

아무런 소리가 없습니다


화려한 봄 끝자락

홀연히 추락해 버린

영산홍 꽃 몽오리처럼

뿌리 잃고 다리 잘려

나락으로 떨궈졌습니다


그리 무성한 자취조차

봄 바람에 멀어져 가면

그 바람에 나를 태워

그대 볼 수 없는 곳에

매몰차게 던져 버리렵니다


다시금 찾아오는 봄날

그대라는 따스한 볕이

잘린 두 다리를 비추고

어여삐 보다듬어 주면

그제야 분홍 꽃으로 피렵니다


내 발자국은

작은 바람 속을 날아 걸어

비로소 그대에게 속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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