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연재: 조지아에 갈 결심 epi. 5)
복잡한 감정으로 에너지가 소진되는 지인들의 ‘예기치 않은 죽음’에 차츰 휘둘리기 시작했던 그 처음은 대학교 졸업반일 때였다.
교생실습을 같이했던 독일어 전공 교생 한 명이 여름방학 중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은혜에게 들려왔다.
여자 교생만 스무 명이 있었던 4주간의 실습기간 내내 눈에 띄게 아름다웠던 그녀가 음독을 했다고 했다.
연애를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시위를 할 작정이었든지, 그녀는 친구에게 적당한 시간에 자기 집으로 전화를 해서 자기와 꼭 통화를 해야 한다고 부탁했는데 친구는 그 ‘전화 걸기’를 잊어버렸다고 했다.
절박하고 치명적인 결심을 단행했던 그녀는, 방문을 두드리며 전화 받으라는 소리를 기다리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방을 뛰쳐나왔고 집 앞 거리에서 뒹굴다가 병원에 실려 갔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는 얘기는 그때 은혜에게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죽음이 이렇게도 다급하고 잔인한 흔적을 남기며 사람들의 삶 여기저기에 출몰할 수 있으리라고 꿈도 꾸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죽음이란 그저 멀고 아득한 문학 작품 속에서 독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나쁜 결말로 찾아오거나, 주말 밤마다 이불로 무릎을 반쯤 덮고 베개를 끌어안고 벽에 기댄 채 보던 스릴러물의 시작에 지나지 않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