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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래?

(단편 연재: 조지아에 갈 결심 epi. 8)

by 우유강

삼총사였던 다른 친구에게도 불행이 찾아왔다.


라일락처럼 은은한 성품으로 주위를 편안하고 아름답게 해 주던 친구는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출산하고 양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으므로 반은 부럽고 반은 위로받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때였다.



첫아들 돌과 둘째 아들 백일이 거의 겹친 어느 날 라일락의 남편이 시제를 모시러 가던 길에 컨테이너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났고 동승했던 시아버지와 시댁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그녀의 남편은 뇌사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일주일째 되는 주말 밤, 중환자실 바깥 복도에서 밤을 새는 라일락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은혜는 새벽녘에 중환자실 밖으로 나온 의사가 라일락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녀의 남편이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장례가 끝난 후로 은혜는 라일락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남편과 장남을 동시에 잃고 하늘이 무너졌을 친구의 시어머니는 머리를 질끈 묶고 갑자기 청상이 된 며느리와 쌍둥이 같은 어린 젖먹이 둘을 돌봐야 했다.


사돈까지 챙기지 않을 수 없었던 친구의 친정 부모님들도 정신이 없긴 마찬가지여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라일락을 만나기는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은혜는 자신이 그 모든 상황들로부터 뒤돌아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삼총사 중 한 친구가 갑자기 떠나고 또 다른 친구의 남편이 역시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에 은혜는 문득 자신이 이미 뱃속의 아이를 둘이나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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