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평범하지 않은 나에게 (2)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자게 되는 평범한 일상이 점점 어려워졌다.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나마 붙잡고 버티던 마음도 이 때다 싶었는지 덩달아 무너졌다. 체력은 약해도 정신적인 지구력은 강하다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우울함 속에서 방황하며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나를 보았다. 그렇게 마음이 조각이 난 후에야 비로소 나에 대해 조금을 알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생각이 많았고 그게 독이 되면 걱정으로 바뀌어 금세 불안으로 자리 잡았다. 많지도 않은 감정을 조절할 능력도 없었기에 늘 긍정보다 부정에 쉽게 휩쓸리고 깊어져 갔다. 그런 나의 모습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평범한 삶이 목표였는데 그 길을 따라가기도 벅차보였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나의 상황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을 때 나는 선택해야 했다. 포기하거나 이겨내야 함을.
다행히도 후자를 택했던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지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건 시간이 꽤 걸렸다. 그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세상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 유행했던 MBTI 검사처럼 결과가 같아도 비슷한 듯 모두 조금씩 다르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고 때론 나의 단점이 다른 이에게는 장점이라 여겨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결코 적당한 성격으로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없는 특별한 존재다. 본인만의 개성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을 뿐.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이 어떻게 제대로 나를 알아봐 줄 수 있을까. 어쩌면 기나긴 인생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더 나다운 자신에게 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을 마주하고 바라보며, 알아가면서 다듬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면서 언제나 만나게 될 힘겨운 순간들이 역경으로만 남을지 좋은 경험이 되어 조금 더 성장하는 자신을 마주하는 일인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나는 그때마다 조금씩 단단해지고 나다운 모습의 자신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나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기에 마주하기 어려웠던 그때의 이야기를 수줍게 적어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사회의 첫 출근을 했던 기억으로, 한 걸음 떼기 어려웠던 청춘의 고민으로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도 감정의 밑바닥을 경험하며 잠들기 어려운 밤을 지새우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내가 받았던 위로의 반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평범하지 않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고 특별해진다.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지혜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무자비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다운 행복으로 순간을 채우며 내일을 기대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