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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평범하지 않은 나에게 (1)

by 조금 바른 청년

어릴 때부터 '평범해지는 게 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잘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평균이라도 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이었으리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도 아이러니하게 내 주변 어른들은 평범을 꿈꾼다 말했다. 다들 그게 제일 어렵다 하면서 말이다.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잔뜩 위축되었던 사춘기 소년의 꿈은 그렇게 평범한 인생이 되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언제나 부족하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내성적인 마음이 주목받는 순간은 괴로워 못내 잊어버린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게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인생이 되길 바랐다.


인간관계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는 건 어려우면서도 쉬웠다. 내 이야기보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며 나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그의 감정에 옹호했었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나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대화를 듣기 싫을 때는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 피해 다녔던 기억이 난다. 말수는 점점 적어지고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간 감정들은 내 속에서만 메아리치며 더 깊은 곳으로 쌓여 갔다. 연인 관계에서조차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다 터져버린 감정에 대분분의 사람들은 놀라며 나를 떠나갔다.


평균만 하자는 고정관념은 나를 더 넓고 높은 세상으로 데려다주지 못했다. 평균은 당연히 하고 그 이상까지를 목표로 잡았다면 조금 더 용기 있고 도전적인 사람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랬다면 감정 표현의 어려움도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했을 텐데. 여러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관계의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방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만 하자는 사고방식에 한껏 움츠려든 나는 스스로 만든 알 속에서 깨부수려는 노력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크게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이런 모습이 남에게 피해 주지는 않았으니까. 내성적인 탓에 남들보다 걱정이 많은 편이었고, 그래서 대체로 침착하고 차분해 보여서 한편으로는 장점이라 여겼다. 감정이 깊거나 많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직장인의 삶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내게 불어오는 시련의 파도가 높으면 언제나 습관처럼 피했는데 애써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한 어려움은 마냥 피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막연히 버티던 몸과 마음은 쉽게도 고장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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