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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나라 Dec 31. 2024

이탈리아 남부여행의 베이스캠프 - 나폴리

사람을 쫄게 만드는 나폴리역 주변

우리는 로마에서의 5일간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나폴리 중앙역에 내린다. 나폴리 중앙역은 1960대에 재건축된 현대식 역사(驛舍)답게 규모도 크고 예상외로 깨끗하다. 역 부근의 호텔을 미리 예약하긴 했지만 왠지 긴장되고 불안하다. 이탈리아에서의 철도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여기는 치안이 안 좋다고 소문난 나폴리 아닌가? 우리는 먼저 역 구내의 관광안내소부터 찾는다. 짐작하기 어려운 몸무게의 여직원에게 'Una mappa, per favore!(지도 한 장 부탁해요!)'하고 말을 걸자 여직원은 덩치답지 않게 아주 상냥하다. 유창한 영어로 지도 위에 형광팬으로 표시까지 해가며 호텔까지 가는 길을 친절히 가르쳐준다.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 약간 어둑해지는 거리를 캐리어를 덜덜 끌고 노친네 둘이서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 앞의 널따란 가리발디 광장 주변은 어수선하고 불안스럽다. 여기저기 인도 난간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째려보는 듯한 할 일 없는 아프리카인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상당히 긴장되고 조심스러워 아내의 손을 꽉 잡고 앞만 보고 걷는다. 10여 분만에 어렵지 않게 호텔에 도착한다. 하지만 호텔 주위도 그렇게 젊잖은 동네는 아닌 것 같다.     


호텔 로비는 텅 비어 있고 30대 중반의 선량해 보이는 프런트 직원 하나가 5~6살짜리 아들과 한가로이 노닥거리고 있다. 호텔은 그런대로 별 3개짜리 정도의 모양은 갖추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이 겨우 탈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에 들어서니 방은 기대보다 꽤 넓고 깨끗하다. 방값은 로마 숙소의 딱 절반인데. 이렇게 해서 우리의 이탈리아 남부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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