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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기 고양이 「또식이」

사랑스런 우리 또식이!

by 자화상

우리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은 「또식이」 이다.


또식이 실제 모습

「또식이」는 수컷이고 만 3세이다. 먼 치킨 숏 레그(standard munchkin cat) 종(種)이다. 먼 치킨은 미국에서 자연 발생한 종(種)이며 사교적인 성격으로 놀기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고 장난감을 가지고 달리고 쫓기는 걸 좋아한다. 앞다리가 짧아서 우리 집 거실의 높은 싱크대나 진열장에 올라가 위험한 짓을 할 일은 없어 좋다. 짧은 앞다리를 보면 귀엽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가엾다는 생각도 든다. 귀는 살짝 접혀있고 갈색과 흰색의 털이 적절히, 보기 좋게 섞여 있다.


3년 전, 고양이를 한번 키워 보자는 가족들의 합의를 거쳐, 성남 모란시장에서 키울만한 고양이를 찾다가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잠실 인근의 분양업체에서 데리고 왔다. 그냥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입양했는데, 태어난 지 채 두 달도 안 된 조그마한 녀석이 날 애처롭게 쳐다보는 눈길을 외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또식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강아지는 키워 본 적이 있지만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털이 많이 빠진다는 사실 밖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거의 없었다. 우리 가족들은 유튜브를 통해 고양이의 습성이나 먹이 등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각자가 알게 된 지식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일단, 털이 많이 빠지는 건 사실이었다. 한번 안아 주기라도 하면 내 옷에 온통 또식이 털이 도배되듯 붙어버렸다. 옷뿐만 아니라 침대, 소파 등 털이 붙을 수 있는 재질의 가구나 물건에는 또식이의 털이 잔뜩 묻었다. ‘돌돌이’를 이용해서 계속 떼어주긴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떤 이는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털을 키운다고 생각해라!’ 는 나름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새벽 5시 무렵이면 곤히 잠들어 있는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울음소리를 낸다. 마치 “아빠,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라고 애원하듯 나지막이 야옹~ 야옹~ 하고 울어댄다.


평소에는 늘 잠에 빠져있다. 그것도 꿀잠이다. 캣타워(Cat Tower)의 가장 편한 둥근 모양의 의자에 똬리를 튼 채로 세상모르게 꿀잠을 잔다. 처음에는 이 녀석이 아픈 줄 알았는데, 나중에 봤더니 고양이는 하루에 거의 20시간을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하루 중 언제고 내가 볼 때마다 자고 있으니 말이다…


잔다 ~ *아픈거 아님


잠에 빠진 녀석을 번쩍 들어서 안아 주었다. 녀석의 눈꺼풀은 반쯤 감겨있다. 이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이 녀석을 안기 힘들다. 평소에는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 날쌔게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먼저 나에게 안기거나 가까이 오는 경우는 밥이나 물을 먹고 싶을 때뿐이다. 항상 나를 기준으로 1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가 내 손길이 필요할 때면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어슬렁어슬렁 천천히 다가온다. 어떨 때는 얄밉기까지 하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날 찾으니 말이다.


최근에 몸이 아파서 두어 달 집에서 요양한 적이 있다. 가족들은 모두 출근하고 나 혼자 집에 남았었다. 아침이면 “아빠!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 머리를 내 가슴 쪽에 문지른다. 전에는 잘 하지 않았던, 생각지도 못한 또식이의 귀여운 행동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아빠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노닌다. 하루에 딱 두 번 정도이긴 하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이 녀석에게 그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 자기가 먼저 내 곁으로 다가와 몸을 바닥에 붙이고 머리를 비비다니…… 마치 내가 아픈 것을 알고 위로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또식이는 내가 아플 때 많은 위안을 주었다. 가만히 가슴에 안으면 이 녀석도 얼굴을 파묻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 마치 나의 체온이라도 느끼려는 듯…… 그럴 때면 이 녀석의 마음이 살포시 느껴진다.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예전에 어린 딸아이를 안고 있을 때의 포근함이 전해진다. 아마 이 녀석도 자기 어미에게 느꼈던 따스함을 나를 통해 느끼지 않았을까?

또식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가 태어난 지 두어 달밖에 안 되었을 테니 어미에게서 떨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사각형의 좁고 답답한 케이지 안에서 제 어미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입양하러 갔던 날, 다른 녀석들보다 유독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보던 또식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눈을 외면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주저 없이 이 녀석을 데려왔다.


또 잔다~ 계속 잔다


처음 거실에 또식이를 내려놓았을 때, 이 녀석의 어리둥절하고 약간은 두려운 눈초리를 보았다. 딸아이와 집사람은 너무나 다정하게 녀석을 안아 주고 대해주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또식이는 며칠이 가지 않아 우리 집에 잘 적응했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 우리 가족들한테도 조금씩 다가왔다. 그렇게 또식이는 차츰 우리 가족이 되어갔다.


또식이가 온 후, 우리 가족도 화목해졌다. 사춘기의 딸아이, 각자 직장생활로 바빴던 우리 내외. 저녁때면 또식이를 가운데 놓고 서로 먼저 쓰다듬어 주려고 다툴 정도였으니 말이다. 웃음꽃이 피고 대화도 그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귀가하자마자 또식이부터 찾아서 반기며 안아 준다.

또식이

“또식아! 잘 있었어?”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이 녀석과 대화한다. 이미 또식이는 우리에게 자식, 자매나 마찬가지이다. 아마 또식이도 우리들을 자기의 가족으로 여길 것이다.


동물을 키우거나 사랑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다는 말이 있다. 물론 키우던 강아지를 유기하는 악한 주인들이 있긴 하지만 주위에서 겪어 본 대다수의 사람은 착했다. 또식이를 입양했던 분양소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들었던 내용이다. 만약 1개월 이내에 또식이가 병에 걸리면 다른 고양이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 직원은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제가 근무했던 10년 동안, 아프다는 이유로 분양한 고양이를 교환하는 손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자기 전에 또식이를 한 번 더 포근하게 안아 주어야지!





사진: 필자

#고양이 #위안 #치유 #동물 #헤어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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