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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2차 : 결막염, 코피, 수혈

by J퐁 Dec 17. 2024

 첫째 날 리툭시맙은 별 탈 없이 지나갔고 둘째 날부터 맞는 MTX 항암제는 결막염예방을 위해 스테로이드 안약을 5일 동안 투여한다.

 이번엔 잘 지나가나 싶었는데 입원 8일째 날 아침 남편은 눈에 이물감을 호소했다.

 우리는 다음날 안과협진을 볼 수 있었고 안과교수님은 눈에 상처가 많다고 결막염인 것 같다고 하셨다.

 눈이 불편해지니 남편은 짜증이 늘었다.

 늘어난 안약들을 부지런히 넣으며 눈이 괜찮아지길 기도하는 수밖에..


 남편은 2차 항암을 시작하며 부쩍 기력이 없어진 것 같다. 하루종일 누워있고 병실엔 적막만이 흐른다.  


 오후에 내가 잠시 화장실 갔다 온 사이 남편 한쪽코에 바셀린거즈가 꽂혀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코 풀다가 딱지가 떨어졌는데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이비인후과 협진을 봤더니 코가 건조해서 그런 것 같다고 코 풀지 말고 자기 전에 바르라고 코연고를 처방해 주셨다.


 암환자는 코도 맘대로 못 푸는 건가. 생각보다 코 풀기를 못하는 건 괴로운 것 같이 보였다. 불쌍한 내 남편.


 누구보다 건강했던 우리 남편은 이런 사소한 제약들이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슬슬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1차 때보다 백혈구, 호중구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1차 때는 괜찮았던 혈소판도 떨어지기 시작.

 

 혈소판은 혈액응고를 도와주는 인자인데 이게 너무 낮으면 지혈이 잘 안 되므로 다치거나 화장실에서 너무 힘줘서도 안된다.

 혈소판은 정상수치가 15만에서 45만 사이인데 남편은 19000이었다.. 2만 밑이면 혈소판 수혈이 필요하대서 생에 첫 수혈을 하게 됐다.


 2차 때는 1차 때 보다 좀 더 힘들겠거니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이벤트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겨내야지..


 남편이 건강관리를 안 했다고 보진 않는데 왜 이런 병에 걸린 걸까. 건강관리라는 게 뭘까? 어떤 사람은 담배도 안 폈는데 폐암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하루에 2갑씩 펴도 90 넘게 살고. 그냥 운명인 걸까?


 운명을 받아들이고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씩 울컥울컥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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