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는 여행’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저 남의 이야기 같았다.
누군가는 가능하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삶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살아보게 되자,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지 긴 여행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하와이에서 보낸 3주는
그저 해변을 누비고 관광지를 다닌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매일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조금 더 나답게 살아낸 시간이었다.
아침이면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열고,
시장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서 아이들 밥을 지어 먹이고,
모래놀이가 끝나면 씻기고,
밤이면 조용히 글을 쓰며 하루를 닫았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일상 같았지만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건 아마도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움직이는 일상의 감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디를 꼭 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무엇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도 없이,
오히려 그 느슨함이 하루를 더 충만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해변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제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이대로 살아도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혼자만의 고요한 순간도
모두 균형 잡힌 하루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정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우리답게 살아가는 시간.
그때 깨달았다.
여행지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여행자인 건 아니고,
집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일상을 사는 것도 아니다.
하와이에서의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건 여행보다 훨씬 깊고,
일상보다 훨씬 따뜻한 시간이었다.
돌아가면 다시 분주한 일상이 기다리겠지만,
이곳에서 익힌 속도와 마음가짐은
그 어떤 짐보다도 더 오래
내 삶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이 시간이 끝나는 건 아니다.
하와이에서 찾은 느긋한 리듬과
나다운 하루의 감각은
이제 내 삶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여행이 아니라, 삶이었다.”
여행이 끝나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음 회차 예고:
하와이의 바람이 남긴 작은 변화,
우리 가족을 조금씩 달라지게 한 순간들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