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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없이,
대화하며 밥 먹는 저녁

by 캄스

한국에서의 저녁은 늘 분주했다.
아이 밥 먹이랴, 치우랴,
가끔은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TV가 켜진 채로 식탁에 앉기도 했다.


편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도 쉽게 핸드폰을 쥐여주었다.
외식할 때는 “밥 먹는 시간만큼은 어른도 쉬자”는 합리화로,
집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심지어 오랜만에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한 자리에서도
아이들은 자연스레 화면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그러다 문득 ‘이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즈음 눈에 들어온 문장은, 한 전자책의 제목이었다.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식당 가는 비법.”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제목만으로도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핸드폰 없이, 게임 없이, 하와이 3주 살기.”
단순한 다짐이었지만,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하와이에서 똑똑히 실감했다.


숙소에는 TV도 없었고,
주방과 식탁이 붙어 있는 작은 공간이 전부였다.
그곳에서 만든 스팸 무스비, 계란말이, 컵라면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맛있었다.


핸드폰 대신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하루를 이야기하는 저녁.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조금은 어색했던 첫날이 지나자
아이들이 먼저 물어왔다.


“엄마, 오늘 제일 재밌었던 거 뭐야?”


그 한마디가 식탁을 채웠고,
우리는 밥보다 대화를 더 오래 씹었다.


차로 이동할 때도 핸드폰 대신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둘이서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얼굴엔 늘 웃음이 번졌다.
형제는 점점 스스로 놀이를 찾아냈고,
그걸로 충분했다.


놀라운 건,
그 3주의 습관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집에서도, 외식 자리에서도

여전히 핸드폰이나 TV 없이 식사를 한다.

오롯이 서로의 눈빛을 나누고,
대화하며 밥을 먹는 지금의 식탁.


돌아보면,
하와이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근사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바로 이 ‘핸드폰 없는 저녁’이었다.


조용히 앉아 서로의 하루를 듣고,
밥보다 대화를 더 오래 씹으며 웃었던 시간.
그건 크고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스며든 가장 작은 기적이었다.


그때의 온기를 품고 싶어서,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다음 회차 예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아이들의 변화>

핸드폰 대신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아이들에게도 작지만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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