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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와의 뜻밖의 인연

by 캄스


"무대 위보다 더 빛났던 건, 우리를 바라보던 알리의 시선이었다."


여행이 주는 선물은 때로는 맛있는 음식이나 멋진 풍경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언제나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하와이 PCC(Polynesian Cultural Center) 투어 날.
통가 공연이 한창이던 무대에서 남편이 불쑥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관객들 앞에서 쑥스러워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무대 위에 선 남편.
아이들은 깔깔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특별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외국인 여성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당신 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순간이라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녀는 미국 아이다호에서 휴가를 온 ‘알리(Alli)’였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가 건네준 따뜻한 말과 웃음 속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알리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스쳐 지나치지 않고
그 순간을 붙잡아 우리에게 전해주려는 마음에서
같은 엄마로서의 시선과 배려가 느껴졌다.


그날 밤, 메일함에는 알리가 보내온 사진이 도착했다.
무대 위의 남편, 환하게 웃는 아이들,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나의 모습까지.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짧은 메시지도 함께였다.
“당신 아이의 웃는 얼굴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 순간이 아름다워서 꼭 남겨드리고 싶었어요.”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언어를 넘어 전해지는 진심이 있었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까지 보내주겠다던 그의 배려는
우리 가족의 하루를 더욱 빛나게


돌이켜보면,
그날 우리가 알리를 만난 건 그저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우연은 오랜 시간 마음에 남는 깊은 감동이 되었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두 사람이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었을까.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진심은 언어를 뛰어넘고, 국적을 넘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알리와의 인연은 내게 하나의 꿈을 남겼다.
언젠가 이 전자책을 완성하게 되면,
이 이야기를 영어로 번역해 알리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꿈.
그녀에게는 그저 스쳐간 하루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순간이었으니까.


여행은 끝났지만,
그 만남 덕분에 내 안에서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게 바로, 하와이가 내게 안겨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다음 편 예고:


<3주간의 생활이 남긴, 가장 조용한 기적>

하와이에서 쌓아온 작은 습관이,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어떻게 기적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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