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나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 되길 바랐다.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하와이에서 보낸 3주는
아이들뿐 아니라 남편도, 나 자신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해갔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남편은 한때 서울에서 왕복 4시간을 출퇴근했다.
늘 지쳐 있었고, 마음엔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나와 대화하는 것도
피곤한 하루 끝에 겨우 끼워 넣는 숙제 같았다.
게다가 처음 9월의 한 달 살기를 계획했을 땐,
부산으로 주말부부를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 닥칠지도 모르는 시기였다.
하지만 운명처럼 새로운 이직이 결정되었고,
남편의 경험을 살릴 기회가 열리면서
우리 가족은 큰 전환점 앞에 섰다.
삶의 방향이 흔들리던 그때,
우리는 용기를 내어 과감히 떠났다.
그리고 하와이에서는 달라졌다.
스노클링을 함께 하고,
아침마다 해변에서 뛰어놀고,
밥을 짓고 설거지를 나누는 평범한 순간 속에서
우리는 ‘부부’라기보다
삶을 함께 꾸려가는 동료처럼 느껴졌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앞에서,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모래성을 쌓는 순간마다
아이들의 얼굴은 더욱 빛났다.
날마다 변하는 자연이
아이들을 한층 단단하게 키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풍경을 한 발 물러나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함께 있고,
함께 자라고 있구나.”
하와이에서의 시간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마음에 다시 불을 켜준 시간이었다.
다음 회차 예고:
< 핸드폰 없이, 대화하며 밥 먹는 저녁 >
여행지에서 시작된 ‘디지털 쉼표’가 우리 가족의 대화 습관을 바꿔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