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 물들이기

지나온 여름들

by 해문

여름은 매번 같은 더위를 들고 찾아오지만,


그 안에 담기는 내 마음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릴 적 학창 시절엔 여름이 방학 같았고,


스무 살 땐 열정 같았고


지금은 그냥… 조금 오래 머무는 계절 같다.


이른 아침부터 벌써 뜨거워진 골목길을 걷다가 , 문득 기억이 스쳤다.


여름방학, 어머니가 썰어준 수박을 먹던 어느 오후


우산보다 장화를 먼저 챙기던 
그 시절의 나는,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여름에 젖어 있었다.


요즘의 여름은 조용하다.
뜨겁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환하게 빛나지만 금방 저물어간다.


나는 그 틈에서 하루를 살고,
문득 떠오른 감정을 붙잡아 조심스럽게 글로 옮긴다.


누군가 이 글을 읽다가
자신의 가장 좋았던 여름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반짝였던 그 순간, 이미 지나갔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한여름 햇빛처럼 선명했던 마음의 조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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