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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서 Dec 25. 2024

항변하고 싶은 마음

외노자 꿈나무의 일상 3.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와 상대가 서로의 문화권에 대해 가진 이미지들을 마주하게 된다.

K- 시리즈가 정말 잘 나가는지 예전에 해외여행하면서 만났던 친구들과는 달리, 마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한국에 대해 나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도리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현지인 추천을 받고 싶다는 친구에게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는 답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다행히 옆에 있던 멕시코 출신 친구가 본인이 최근에 본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 주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뷰티팁을 알고 있다고 들었다는 친구에게도 나는 "미안.. 내 피부를 봐.."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국 매운 음식 추천 요청에는 불닭볶음면을 얘기해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의외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한국인들은 나이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내 나이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많이들 그런데 나는 아니야"라고 하기에도 웃기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라고 하기엔 내가 아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라 해봐야 내 주변 한줌단 정도 되는 지인들인데 너무 성급한 일반화 아닌가 싶고. 왠지 자꾸 튀어나오는 항변하려는 마음과 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싶은 마음이 자꾸 충돌했다.


인간은 꽤나 효율적인(?) 존재라서 쉽게 규정하려 든다고 했던가. 나는 무언가 규정짓는 것에 본능적인 반발심이 있는 편이지만, 인간인지라 어떻게 혼자만 예외가 될 수 있겠나. 친해지겠다는 명목으로 나도 모르게 내 안의 고정관념들을 풀어놓으며 다가가려 했다. 특히 해당 나라와 관련된 경험이 없을수록 나도 모르게 그 친구들 앞에서 어디서 들은 이미지를 나열하고 있었다. 그냥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물어보면 될 것을.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렇기에 나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이야기한 거겠지, 그러니 나도 항변하고픈 마음을 조금 더 내려놓아도 되겠다.


조금 더 머리를 비우고, 귀를 열고 살다 보면 막연히 내가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보고자 했던 이유를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완전 고집불통 할머니가 되진 않기 위해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NorthVan에서 바라본 밴쿠버 다운타운. 멀리서 바라보면 뭉뚱그려지게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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