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반드시 찾아온다
내가 델피늄 정원을 처음 봤을 때는 면접이 끝나고 울적했던 날이었다.
스스로한테 화도 나고 내 마음에 비수를 꽂았던 무례한 면접관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모든 노력들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고 느낀 순간
어디론가 훌쩍 떠나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날 아프게 했던 기억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모든 장면으로 생생하게 스쳐갔다.
그런 내 앞에 델피늄 정원이 나타났고
나는 그곳의 주인을 만났다.
델피늄 정원의 주인은 내 모든 나쁜 감정들을 흙에 꾹꾹 눌러 담아 심도록 했고
나는 눈물과 함께 모든 고통은 흙 속에 묻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정원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주인의 말을 듣고 난 정신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집 근처 공원에 있었다.
이따금씩 힘들 때마다 델피늄 정원이 생각나곤 한다.
지금도 나는 인생의 여정에서 몇 번이나 주저앉고 일어서길 반복하고 있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취직했을 때, 회사 일로 바쁜 선배들과 서서히 멀어질 때,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델피늄 정원에서 꽃을 심으며 감정을 쏟아내고 싶다.
너무 울적해서 산책을 나가면 코 끝에 델피늄의 향기가 스치기도 한다.
어쩌면 내 옆에 정원이 있는지도 모른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이 나한테 한 말의 의미는 뭐였을까?
내가 심었던 꽃은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나는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알아보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며
새로운 나를 발견할수록 소소한 행복이 쌓여가고 있다.
더 이상 시작을 두려워하지도, 조급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남들보다 먼저 출발해도 뒤처질 수 있고
남들보다 늦게 출발해도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다.
다들 행복을 찾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으니까.
비록 지금 당장 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업이 쉽지 않더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서 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카페에서, 길가에서, 편의점 앞에서
델피늄 꽃다발을 소중하게 안고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행복을 찾은 그들의 얼굴은 아름다운 미소가 가득했다.
자신의 속도로 달리고, 걷기를 반복한 끝에 품에 안은 행복이란 사람을 가꿔준다.
나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기로 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는 일상을 살아가며
매일 모닝커피와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언젠가 내 품에 안길 델피늄 꽃다발을 기대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만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때로는 걷다 지쳐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잠시 쉬어도 된다.
인생의 여정에서 방향이 바뀔 수도 있지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이니까.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조금해 하지도 않고
지금처럼만 열심히 살아간다면
언젠가 델피늄 정원에서 심었던 꽃이 어떻게 자랐는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는 정원의 주인이 보낸 꽃다발이 놓여 있을 것이다.
나만의 델피늄을 피워내는 건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들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