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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행복이란

행복을 찾아가는 당신에게

by 수잔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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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늄의 정원은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나는 델피늄이라는 꽃을 가장 좋아했다.
특히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요."라는 꽃말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지칠 때마다 델피늄이 가득 핀 정원을 상상하곤 했다.

내 고통을 잠시나마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도 상상했다.

삶이 버거워질 때, 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나는 델피늄을 그렸다.

은은한 파란색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덮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물론 답은 하나다.

'행복하고 싶어서.'

그저 행복 하나만 바라보고 쉬지 않고 달려왔다.

나는 여태 행복을 바라며 달려왔지만 정작 행복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나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델피늄 정원이 탄생했다.




<델피늄 정원에서>를 쓰게 된 이유도 여기서 시작했다.

나처럼 삶과 싸우다가 때로는 순응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왜 이렇게  애쓰고 있는지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델피늄 정원의 주인이 사람들에게 내미는 작은 꽃은

글을 쓰는 나조차도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델피늄 정원은 행복한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델피늄 정원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
행복을 향해 가고 있지만 길을 잃은 사람,
눈앞에 있는 행복을 잡을 용기가 없는 사람.

그들만이 볼 수 있는 작은 정원이다.

정원에는 그들을 반기는 주인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다른 형태의 델피늄을 건넨다.




'델피늄 모종'


모종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과 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왔다.

정원 주인은 그런 이들에게 델피늄 모종을 건넨다.

이들이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했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흙을 파고, 눈물과 함께 감정을 묻으면 그 자리에서 델피늄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들은 비로소 깨닫는다.

삶의 굴곡 속에서 행복은 언제나 그들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델피늄 꽃다발'


꽃다발을 받는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상처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정원 주인으로부터 델피늄 꽃다발을 받은 사람들은

그동안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화해한다.

그리고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들이 행복에 이미 닿아 있음을.



'델피늄 화분'


행복을 눈앞에 두고도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정원 주인은 델피늄 화분을 내밀었다.

화분을 받는 사람들은 행복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손을 뻗을 용기가 없었다.

델피늄 꽃을 키우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분에 심어진 델피늄은 자라서 아름다운 행복이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은 조금씩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는 행복을 선택할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상을 채웠던 아연,

과거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했던 서현,

나르시스트 부모 밑에서 자신의 날개를 부러뜨리려 했던 성희,

떠난 반려견을 그리워하는 지훈,

번아웃으로 꿈을 내려놓으려 했던 수빈,

기나긴 수험생활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뻔했던 재원,

묶여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향하는 승환,

자신을 찾아가는 나현까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행복을 찾아주는 존재가 바로 댈피늄 정원이다.




정원 주인이 내미는 델피늄은 모두 같은 꽃이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행복의 의미도, 형태도, 행복해지는 과정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안정된 삶이다.

굴곡 없이 평온한 일상이 나에게 행복이고

나는 행복하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다가올 평온함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사는 것뿐이다.


행복을 찾아 행복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고통의 연속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다가올 행복을 위해 자신에게 델피늄을 선물해 본다면 어떨까.

공부나 일이 삶의 목적이 되어선 결코 안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음속에 델피늄을 간직하고 오늘도 고생한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반드시 내 손에 닿은 한송이의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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