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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선물-2. 행복을 찾다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by 수잔


칭찬을 기다리는 아이


성희는 과외 알바가 끝난 후 시간이 남아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 시작한 후 그녀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었다.

성희는 평소에 자신이 없었던 세무회계 공부를 시작했다.

인문학을 전공한 그녀였지만, 새롭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현재 그녀는 스터디를 시작했고 인터넷 강의도 들으며 꾸준히 공부하는 중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자신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마냥 어렵기만 했던 처음에서 한걸음 나아가보니 생각보다 수월했다.

그녀의 일상은 공부와 운동, 피아노로 꽉 채워져 있다.

아침마다 헬스장에서 1시간씩 운동하고 스터디를 하며 공부를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피아노를 치며 그녀만의 힐링 시간을 갖고 있다.


성희는 그동안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임을.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억누르며 하지 못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고 집도 예쁘게 꾸며보고 싶다.

피아노 학원도 다니며 취미 생활도 꾸준히 하고 싶다.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안겨준다.

그녀를 괴롭히고 있던 강박과 칭찬에 대한 갈망에서 벗어난 지금

새로운 시작과 함께 행복을 찾아다니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그녀가 있던 테이블 위에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익숙한 파란 색깔의 꽃이었다. 델피늄이었다.

작은 쪽지와 함께 하늘색의 리본으로 묶인 꽃다발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행복하지 않았던 자신 앞에 나타나 주었던 정원이 생각났다.

그녀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후 두 번 다시 델피늄 정원을 볼 수 없었다.

새롭게 시작하면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면서 정원은 자연스럽게 잊혔다.

자신이 여자와 함께 꽃을 심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성희 씨가 심은 작은 모종이 이렇게 자라 예쁜 꽃이 되었어요.

행복을 찾은 곳에서 성희 씨만의 꽃을 피우길 바라요.

델피늄 정원 사장 올림'


완벽한 행복은 아니더라도 성희는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여자의 말대로 언젠가 '나'를 찾아 그곳에서 그녀만의 행복을 피울 것이다.

성희는 자신이 가꾸어 온 노력들을 떠올렸다.

남들이 뭐라 하더라도 그녀는 이제 알고 있다.

자신에게는 무한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지금부터 앞으로 걸어 나가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델피늄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가볍고 상쾌했다.






꿈을 잃어버린 밤


9개월 간의 재수생활 끝에 재원은 수능을 치렀다.

8번의 모의고사를 치른 후 눈물로 날을 새운 게 엊그제 같았다.

고사장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의 앞에 부모님이 있었다.

어머니의 손에는 파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재원이 마지막 시험을 보고 있을 때

낯선 여자가 한재원 학생에게 전해달라며 꽃다발을 주고 사라졌다고 한다.

꽃을 본 순간, 재원은 재수학원에서 꽃을 심었던 일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학원에 있었지만, 재원이 있던 곳은 강의실이 아닌 정원이었다.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이제 다 끝났구나 싶은 마음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꽃다발 안에는 봉투가 들어 있었다. 쪽지와 상품권 2장.


'시험 보느라 고생 많았어요. 저번에 학생이 심었던 델피늄으로 꽃다발을 만들었어요.

가장 아름다운 꽃은 가장 혹독한 계절을 견디며 피어나기 마련이죠.

곧 다가올 행복을 위해 지금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푹 쉬어요.

정원 주인으로부터.'


재원은 쪽지를 읽은 후 바로 잠에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가채점을 시작했다.

너무 긴장을 해서 숨 쉬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다.

'제발... 제발. 그만 틀려라.'

모의고사 점수보다 훨씬 높았다.

그녀가 해왔던 노력들이 모여 드디어 빛을 발했다.

모의고사에 눈물을 쏟으며 마음고생했던 자신이 민망했다.

혹독했던 재수 생활을 견딘 보람이 있었다.

쪽지에 쓰인 '곧 다가올 행복'을 여자는 이미 알고 있던 걸까?

후련하다.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인다.

'고생했다.'


꽃다발과 함께 온 백화점 상품권을 바라보며 재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학원 직원한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직원이 아니라 정원 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내일부터 재원은 대학생이 된 후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

꿈을 잃어버리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웠으니까.


'이제 어떤 새로운 시작을 해볼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다가올 행복을 생각하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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