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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어

by 차차

소방서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동료들이 어느 부서를 기피하는지 점점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119 구급대이다.


119 구급대원의 주된 업무는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급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환자들을 응급처치하며 응급실로 이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많이 다르다. 주취자를 깨워 집으로 보내기도 하고, 거동은 가능하지만 편하게 병원을 가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가끔 택시와도 같이 이용하며, 때로는 감기가 걸려 가까운 병원에 내려달라고 하는 등 응급상황에 준하지 않은 사람들이 119에 신고하는 비응급출동이 6~70%에 달한다.


물론 신고가 들어오면 쉽게 거부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응급환자인지 비응급환자인지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구급대는 현장으로 출동하여 상황을 확인하고 자차 또는 택시 이용을 권하고 돌아오곤 한다.


비응급환자를 병원에 이송하지 않는 이유는 한지역의 구급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인근에 응급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거리가 먼 곳에서 구급차가 출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를 설명하더라도 본인도 응급이다!,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 민원 넣겠다! 등등 이유를 대며 병원 이송을 해달라고 꿋꿋이 우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와 같은 출동이 전체 6~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출동이며 가끔 신고자와 다투는 일들이 발생한다. 또한 불만 섞인 민원이 들어올 때면 구급대원들을 보호해 주는 법이 약하다 보니 출동이 많은 지역에 가보면 구급대원들은 대개 일, 사람들에게 지쳐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일도 주취자와 비슷한 진상을 만나 상태 하는 것도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래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친 동료는 비응급환자를 만나고 올 때면 항상 푸념을 늘어놨다.


“하…. 진짜 못해먹겠네… 저 인간 또 욕하고 무슨 집까지 태워달라고 하네”


“반장님 참으세요…. 후딱 끝내고 커피 한잔 하러 가시죠 제가 살게요!”


“그래……”


과거 응급환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던 그들도 시간이 지나며 비응급환지들과의 잦은 다툼에 지쳐가는 듯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 인사이동을 하는 시기가 되었다.


“나는 이번에 내근업무로 지원했어… 출동이 너무 힘들어…”


“저는 오래 일해서 이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돼요… 출동이 좀 적은 곳으로 가려고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친했던 기존인원들이 하나 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과 같은 팀으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익숙하고 친한 사람들이 떠나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근무를 시작한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타 지역에서 온 직원 한 명과 의견이 많이 달랐고 그 직원과 있으면 마치 어긋난 톱니바퀴와도 같이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구급출동을 하면 항상 예민해지고 급해져 나와 같은 팀인 다른 직원들에게 툴툴거렸으며 불만을 토로하는 횟수는 점점 늘기 시작했고 며칠 되지 않아 작은 일에도 화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맞춰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거슬리는 행동은 최대한 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어느 날은 대화 좀 하자고 불러 그간 쌓였던 이야기를 하며 불만이 해소되는 듯했지만 다시 출동이 나면 누군가 긴급버튼을 누른 듯 불만을 해소하기 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반장님! 빨리 좀 가자고! “

”반장님! 여기 청소했어? 안 했는데 왜 벌써 보호복 다 벗고 있어? “

”반장님! 빨리 후진해! 왜 아직도 안 가고 있어? “


수차례의 이야기를 나누어 봤지만 처음과 같은 모습에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아 좀! 가고 있잖아요 조용히 좀 있어요! “

”청소 다 끝나고 벗은 건데 어쩌라고요! “

”운전 잘 못한다면서요! 알아서 할 테니 본인 할꺼나 해요! “


한번 터진 화는 다시는 누그러들지 않았고 언짢은 말이 나올 때마다 나 또한 지지 않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출근하는 것이 싫어졌고 일하는 것이 싫어졌다.


인원이 바뀌고 일한 기간은 단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6년을 일한 듯한 지겨움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출근 후에는 가슴이 뛰지 못하게 꽉 눌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니 작은 출동에도 화가 많이 났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었다.


점점 화가 나면 통제되지 않는 듯했으며, 주변에서도 요즘 일이 힘드냐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결국 6개월 동안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옮겼다. 신기한 점은 다른 사람과 일하기 시작하며 다시 즐거웠고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나의 모습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졌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표정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나의 일이 특수하다 보니 종종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드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 나는 항상 이 6개월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서 고난마저도 해프닝이 될 수도 있고 끝나지 않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요즘 일은 어떤지에 서로 묻는다.


누군가는 일이 힘들다고 하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버틸만하다고 한다.


누군가는 출동은 적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

일을 처음 할 때는 근무지의 환경과 출동 건수에 따라 업무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감이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사람과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일의 강도가 변하는 듯하다.


익숙함에 속아 옆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홀히 하지 않고 동료들끼리 서로 배려하다 보면 업무 중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나중에 가벼운 해프닝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내 옆을 지켜주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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