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중국에서부터 코로나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이는 감기처럼 전염성이 강하다는 뉴스를 통해 알려졌던 코로나는 어느덧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혼란 속에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몇 년 간 병원들은 의료진의 인원 부족, 병상 부족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고 구급대원으로 바라본 현실은 날이 갈수록 더 암담해졌다.
”어제는 병원 있었어요? “
“오늘은 병원 있나?”
출근을 하면 인사보다 오늘 병원에 병상이 있는지가 더 먼저였다.
“어제는 남양주에 있는 병원 갔다 왔어요.”
“무전으로 들었는데 ㅇㅇ센터는 천안에 있는 병원 간다고 하던데? “
“00 병원은 코로나 환자가 나와서 응급실 폐쇄했어요…”
이렇듯 전국의 병원은 코로나로 마비가 되었다. 인근의 응급실이 폐쇄되니 코로나 환자뿐만 아니라 어떤 응급 환자도 응급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악몽 같은 이 생활은 지겹게도 몇 년간 지속되었다.
아주 덥던 유월의 어느 날, 호흡이 곤란하다는 환자를 구하러 출동을 나갔었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구하러 갈 때는 5종보호복(흔히 뉴스에서 보던 흰색의 보호복)을 입고 출동하지만 그 당시 보호복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과 접촉 시에는 4종보호복(수술가운, 마스크, 고글이 전부 인..)을 입고 출동을 했었다.
호흡 곤란으로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환자의 심장이 멈춰가고 있었다. 위급상황이었다.
“AED랑 가방 가져오겠습니다.”
“그래! 추가 구급차 무전도 같이 해!”
그리고 인근 병원에 전화를 수십 통을 걸고 나서야 병원에 겨우 환자를 인계할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구급팀(내근)에서 연락이 왔다.
“반장님, 000 환자 00 병원으로 이송하셨죠?”
“넵! 혹시 살았나요? “
“아뇨..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 병원에서 연락 왔는데 그 환자 코로나 감염환자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당장 퇴근하시고 보건소로 가서 코로나 검사하셔야 해요….”
“아….”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면 코로나 검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코로나 검사하고 집에 가도 될까?’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하지만 시계를 보니 곧 보건소가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리 팀은 즉시 보건소로 차를 돌려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지 조차 나 스스로 판단해야 했다.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다음 날 보건소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는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또 다른 날, 요양시설에서 90대 할머니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구급차를 불렀다.
요양시설은 즉시 폐쇄되었고 우리는 할머니를 구급차로 옮겨 이송 가능한 병원 찾아야만 했다.
한참 동안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상황실에서 이송가능한 병원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자리가 있어요.. 그런데 도착하기 전에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데 가시겠어요? “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겠냐는 전화에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환자의 가족들과 상의해야 했다. 가족이 가겠다면 부산이라도 가야 했다.
가족도 완전한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이 무모하다고 느꼈는지 거절했고 우리는 다시 인근에 있는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을 찾다 보니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우리는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한 시간을 더 대기하다 출동 13시간째가 돼서야 겨우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그 할머니는 병원에 잘 들어가셨겠죠?”
“글쎄.. 병원에서 바로 치료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언제 병원이 폐쇄될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피곤에 쩌든 상태였지만 그날도 코로나환자와 접촉했기 때문에 다시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로 가야 했다. 퇴근, 그리고 보건소, 또 출근.. 매일이 쳇바퀴 같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마스크를 쓰고 살았던 그때가 까마득한 옛날 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뉴스에도 코로나가 또다시 유행한다고 해도 ”코로나? 그냥 감기지 뭐“라며 쉽게 치부하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언젠가 제2의 코로나 또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구급대원들은 또다시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거리를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가 사람들에게 이제 가볍게 오르내리는 말이 되었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염병과 싸웠던 시간을 버텨낸 동료 구급대원들에게 모두 고생했고,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