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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발견

전자기학 - 전기와 자기는 같다 (1)

by Neutron Jan 26. 2025

필자는 겨울이 두렵다. 피부가 건조하여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전기를 맛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원흉은 바로 정전기이다. 정전기는 우리가 집에서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케이블에 흐르는 전류와 구분된다. 도선에 흐르는 전류는 전하(자유전자)의 지속적인 이동이지만, 정전기는 전하의 순간적인 방전이다. 정전기는 마치 번개와 비슷하다. 번개는 전자가 특정 부분에 모여있다가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다른 물체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자가 매우 많이 모여있다가 방전될 경우에는 꼭 도체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공간을 뚫고 날아갈 수 있다. 우리가 스파크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때 전자가 공기와 부딪히면서 빛이 발생하기도 한다. 번개에서 발생하는 번쩍이는 빛은 이 때문이다. 번개는 거대한 스파크 현상이다.


정전기는 물체가 전자를 얻거나 잃어서 대전된 상태로 있다가 반대 전하로 대전된 물체를 만났을 때 전자가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대전이라는 말은 전기적 중성 상태로 있던 물체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전자를 얻거나 잃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면 그 물체의 전기적 평형은 깨지고 전기적으로 음(-) 또는 양(+)의 성질을 갖게 된다. 서로 다른 물질을 마찰시키면 전자는 어느 한쪽으로 이동한다. 물질에 따라 전자를 잃기 쉬운 순서로 나열한 것을 대전열이라고 한다. 전자를 잃고 양전하를 띠기 쉬운 순서대로 물질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석면 - 토끼 털가죽 - 유리 - 양털 - 수정 - 고양이 털가죽 - 납 - 실크 - 알루미늄, 사람 피부 - 솜 - 나무 - 구리 - 고무 (-)


예를 들어, 토끼 털가죽과 유리막대를 서로 마찰시키면 토끼 털가죽에 있던 전자 일부가 유리로 이동한다. 그러면 토끼 털가죽은 양(+)으로, 유리막대는 음(-)으로 대전된다. 사람이 털가죽옷을 입으면 사람 피부와 마찰이 발생하고, 털가죽옷에 있던 전자 일부가 사람의 피부로 이동한다. 사람 피부가 음(-) 전하로 대전된 상태에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문고리를 잡으면 손과 문고리 사이에 전위차가 생긴다. 이 전위차는 순간적으로 전기장(electric field)을 만들고 손끝에 모인 전자들이 문고리로 이동한다. 전기장을 따라 전자가 이동하면서 순간적으로 문고리와 손끝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전류는 전하의 이동, 엄밀히 말하면 전자의 이동이다. 전자는 전기장 내에서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류를 흐르게 만든다. 사실 전자의 존재는 과학자들이 전류를 정의한 이후에 발견되었다.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 방향으로 흐른다고 이미 정의를 해 놓았고, 전압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에도 전압이 높은(+) 곳에서 전압이 낮은(-) 곳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류에는 직류(Direct Current)와 교류(Alternating Current)가 있다. 직류란 전류의 방향이 바뀌지 않고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문구점에서 파는 건전지를 사용하여 전기회로를 꾸미면 직류가 흐르게 된다. 건전지에는 양(+)극과 음(-)극이 정해져있고, 여기에 연결된 도선을 통하여 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른다. 반면에 교류는 전류의 방향이 매우 빠르게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각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전기 플러그에서는 교류 전류가 나온다. 일반 가정용 가전제품은 교류를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제품 자체 배터리에서 교류를 직류로 바꾸어 청소기 모터를 돌리기도 하고, 교류 모터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다. 교류를 말할 때 몇 Hz인가를 나타내주어야 하는데, 이 때 Hz는 전류의 방향이 바뀌는 주파수를 의미한다. 1 Hz는 1초에 한 번씩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교류는 50 Hz이고, 미국에서 사용하는 교류는 60 Hz이다. 유럽 전류는 1초에 50번씩 방향을 바꾸고, 미국 전류는 1초에 60번씩 그 방향을 바꾼다.


왜 교류는 전류의 방향을 바꾸어야만 하는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 그 원인이 있다.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 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하여 모든 발전소에서는 터빈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든다. 수력발전소에서는 물의 자유낙하에 의한 운동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차를 돌린다. 이 수차에 연결된 축에는 자석이 달려있고 코일로 둘러싸인 공간을 회전한다.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주장한 전자기유도 법칙에 따라, 이 코일에 전류가 생성된다. 회전하는 자석은 코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회전 속도에 따라 주기적으로 극성을 바꾸며 코일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 또한 주기적으로 바꾼다.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이나 가스를 때워 물을 가열하고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의 증기(Steam)을 만든다. 이 증기가 바람개비처럼 생긴 터빈을 돌리고 마찬가지 원리로 교류를 생산한다. 교류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전기를 얻기위해 회전체를 사용하기때문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교류 전류는 길고 긴 도선을 통하여 각 가정으로 배달되는데, 이 긴 도선 안에서 전자의 진행 방향을 수시로 바꾼다. 전자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의 속도는 반대 방향의 전기장이 새로 생성되는 속도와 동일하며 이는 빛의 속도와도 같다. 매번 방향이 바뀌는 전류를 어떠한 시간적 지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전기장이 생성되는 속도가 빛의 속도이기 때문이다.


온 우주를 통틀어 전하를 띠고 있는 최소단위 입자는 전자와 양성자밖에 없다. 양성자는 원자핵을 구성하고 있고 전자에 비해 1000배 이상 무거우며 중성자와 매우 큰 힘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전류 발생 시 이동하는 전하라고 볼 수 없다. 원자의 구조를 어느 정도 간파한 후에야 사람들은 전류가 전자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기력(electric force)은 전하를 띤 입자끼리 서로 밀거나 당기는 힘이다. 전하를 띤 모든 입자들은 전기력을 갖는다. 단, 근처에 또 다른 전하를 띤 입자가 있어야 서로 상호 작용을 하여 밀거나 당긴다. 예를 들어, 전자와 전자끼리는 서로 밀어낸다. 매우 큰 힘이 아니면 전자와 전자를 포개어 놓을 수 없다. 한 물체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최외곽 전자와 서로 맞닿아 있는 또 다른 물체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원자의 최외곽 전자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한다. 우리가 손으로 물건을 쥘 수 있고, 땅을 밟고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전자 간 척력(Repulsive Force)때문이다. 전자 입자 두개가 서로 밀어내는 힘은 매우 약하다. 그러나 몇천억개의 전자 무리가 가지는 전기력은 매우 크다.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은 최소 몇천억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그 속에는 몇천억개의 전자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전자의 존재를 발견하였을까? 전자는 음극선 실험을 통해 발견되었다. 유리관을 진공으로 만들고, 양 끝에 전압을 걸어주면 음극에서 양극 쪽으로 음극선이 진행한다. 음극에서 나와 양극으로 흐르는 그 무엇이라는 의미에서 음극선이라 명명했던 것 같다. 진공관 안에 소량의 특정 기체를 넣어주면, 음극선은 특정한 빛을 낸다. 또한, 음극선이 진행하는 중간에 물체를 놓아두면 그 뒤에 그림자가 생긴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서 당시 과학자들은 이 음극선은 어떤 알갱이의 흐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897년 영국의 물리학자 톰슨은 자신이 수행한 연구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음극선이 전자의 흐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었다. 톰슨은 세 가지 실험을 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첫 째는 음극선에서 음의 전하를 가진 입자들을 떼어 낼 수 있는가 하는 실험이었다. 음극선 주변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음극선이 휘게 되는데 이때 휘어지는 것 외에 똑바로 진행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둘 째는 음극선에 전기장을 걸었을 때 음극선이 휘는 지를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진공도를 매우 높인 상태에서 이 음극선이 양극 쪽으로 휘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음극선의 실체가 음의 전하를 가진 입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은 전기장 안에서 음극선이 휘어지는 정도를 측정하여 음극선을 이루는 알갱이의 전하와 질량의 비를 구하는 실험이었다. 과학자들은 이미 수소 이온의 전하와 질량비를 알고 있었는데, 이 보다 음극선을 이루는 알갱이의 전하와 질량비가 1000배 이상 작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소 이온의 질량은 수소 원자의 질량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되는데, 이 실험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음극선 알갱이가 수소 원자에 비해 매우 가볍다는 것이었다. 톰슨은 이 음극선 알갱이가 원자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하였다. 그때까지 원자는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였는데, 원자가 쪼개어질 수 있다는 발표는 과학계의 큰 충격이었다. 후에 과학자들은 이 음극선 알갱이를 전자(Electron)라고 명명하였다. 톰슨이 상상한 원자 모형은 양전하를 띤 물질 속에 동일한 음의 전하량을 가지도록 전자들이 균일하게 박혀있는 모습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림. 톰슨의 원자 모형과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


1909년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양전하를 띤 알파입자를 금속박(metal foil)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알파입자는 중성자 2개와 양성자 2개로 이루어진 비교적 무거운 입자이고 그 조성은 헬륨의 원자핵과 같다. 톰슨의 모형처럼 금속 원자에 양전하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무거운 알파입자는 원자를 그냥 통과하던가 양전하 입자와 충돌하여 미세한 꺾임을 갖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알파입자 약 10,000개 중 한 개 꼴로 매우 큰 휨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는 가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입자도 발견되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원자 내부에 매우 질량이 크고 단단한 양전하의 뭉치가 존재하여 알파입자가 이 뭉치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고 여기는 것뿐이었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중심에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모여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빠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는 원자 모형을 제안했다. 지금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원자의 모형이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원자핵 주위를 전자구름이 확률적 분포로 감싸고 있는 원자 모형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러더퍼드의 원자 모형은 원자 폭탄 개발을 비롯하여 과학사 및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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