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학 - 전기와 자기는 같다 (2)
전하량(Quantity of Electric Charge)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전자와 양성자는 각각 전하를 가진다. 전하란 전기적인 성질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중성자와 뭉쳐져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가지고, 원자의 외곽에 분포되어 있는 전자는 음(-)의 전하를 가진다. 전하의 크기를 전하량이라고 하며, 이 전하량은 전기적인 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중성자는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물체는 원자로 되어있고, 원자는 전하를 띤 입자인 양성자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모든 물체는 전하를 가지고 있다. 전하량의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전기적 성질을 갖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전하의 치우침을 가지는 물체를 찾아보자. 무선 마우스에 들어가는 건전지는 (+)극과 (-)극으로 구성되어 있고 분명히 전하를 띠고 있다. 머리카락에 비벼진 책받침도 정전기를 띠고 전하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전기적 성질은 전자와 양성자로부터 나온다. 전자의 개수가 양성자의 개수보다 더 많으면 음(-)으로 대전되고, 그 반대면 양(+)으로 대전된다.
전자 한 개의 전하량은 -1.6 x 10^-19 C(쿨롱)이다. 또한, 양성자 한 개의 전하량은 +1.6 x 10^-19 C 이다. 절대값은 같고 부호만 다르다. 수소원자 1개에는 중성자와 함께 원자핵에 포함된 양성자가 1개 있고, 원자 외곽에 전자가 1개 있다. 전자와 양성자 두 입자의 전하량이 같으므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수소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전하가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다른 극끼리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전자와 전자 사이 또는 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고, 전자와 양성자 사이에는 서로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은 1874년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쿨롱이 정의하였고, 그 크기는 다음과 같다.
F = k_e q1 q2 / r^2
여기서, F는 전기력, K_e는 쿨롱 상수(8.987 x 10^9 Nm^2/C^2), q1과 q2는 두 입자의 전하량, r은 두 입자 사이의 거리이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식이 아닌가?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두 질량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의 식과 유사하다. k_e를 만유인력상수 G로, q1, q2를 각각 질량 m1, m2로 바꿔놓으면 된다. 다만 다른 점은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질량 사이에는 말 그대로 인력만 작용하는데, 쿨롱의 법칙에서 두 전하 사이에는 척력이 발생할 수도, 인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q1과 q2가 같은 극으로 척력이 작용할 때 이 힘은 양(+)이 되고, 다른 극으로 인력이 작용할 때 이 힘은 음(-)이 된다. 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두 전하가 가지는 전하량에 비례하고, 떨어져 있는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전자 1개와 양성자 1개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어느 정도일까? 위 쿨롱의 식에 전자와 양성자의 전하량을 각각 대입해 보자.
F = 8.987 x 10^9 x (-1.6 x 10^-19) x (1.6 x 10^-19) / r^2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수소 원자의 반지름 정도라고 가정해 보면, r = 0.5 x 10^-10 m 가 된다.
F = - 8.987 x 1.6 x 1.6 / 0.5^2 x 10^9 x 10^-38 x 10^20
= - 92 x 10^-9 (N)
이 것은 너무 작은 값이다. 실제로 전자를 한 곳에 가만히 붙잡아 두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지만, 전자 하나와 양성자 하나를 수소 원자의 반지름 정도 거리에 놓아둔다고 가정하면 위 크기만큼의 힘으로 서로 잡아당길 것이다. (음의 값은 인력을 의미한다)
이를 쿨롱의 법칙이라고 하며, 현재까지 이 법칙에 위배되는 물리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쿨롱은 이 법칙을 1874년에 완성하였는데, 이는 1897년 톰슨이 음극선 실험으로 전자를 발견하기 전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전기장(Electric Field)
전기력이 작용하고 있는 공간을 전기장이라고 한다. 전자 하나가 공간 상에 위치해 있다고 하면, 그 전자 주위로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전기장은 이론 상 무한대로 뻗쳐있으며, 이 공간 안에 어떤 전하가 있다고 하면 이 전하는 인력 또는 척력의 힘을 받게 된다. 그 전기력은 두 전하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매우 멀리 떨어진 전하는 힘을 거의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점전하 Q가 만들어내는 전기장 안에 시험전하 q가 있다고 하면, 전기장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E = F / q = K_e Q / r^2
지구의 중력장과 비교를 해보면, 지구의 질량을 M, 시험질량을 m이라고 했을 때,
E_g = F / m = G M / r^2 = g (지구 중력가속도)
전기장은 수식의 모양을 보면 중력가속도의 형태와 유사하다. 물론 전기장이 바로 가속도는 아니다. 시험전하의 전기장 안에서의 가속도를 계산하려면, 시험전하의 질량을 알면 된다. 전하를 띤 전자나 양성자도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전기력 효과에 비하여 무시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쿨롱의 힘 안에는 만유인력이 포함되지 않는다.
전류의 정의와 속도
전류의 정의는 단위 시간당 흐르는 전하의 양이다. 여기서 전하는 음(-)의 전하를 띄는 전자를 말한다. 단, 그 방향은 전자 흐름의 반대 방향이다. 이 전자 한 개 전하량의 절대값은 1.6 x 10^-19 C (쿨롱)이다. 따라서, 1C은 6.25 x 10^18 개의 전자들의 뭉치를 말한다. 1A(암페어)는 1초에 1C(쿨롱)의 전자들이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1초 안에 도선의 단면적을 통과하는 총전자의 양을 알면 전류를 계산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도선 전체에 걸쳐 모든 단면을 통과하는 전자의 수는 동일하다는 가정이 뒷받침되어 있다. '이 도선에는 몇 암페어의 전류가 흐르고 있나?' 라는 질문은 '이 도선 임의의 단면에 1초에 몇 개의 전자가 통과하고 있나?' 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전류를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전자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전기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기장 안에서 전자는 이동할 수 있다. 전류가 흐른다는 말은 전기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형광등을 켜는 전류는 도선에 전기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흐를 수 있다. 도선에 형성되는 전기장은 전하량의 차이에 의해 만들어지고 우리는 이 전하량의 차이를 전압이라고 부른다.
흔히 사람들은 전류의 속도가 전자의 이동 속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전류의 흐름은 전자의 이동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전자의 이동 속도가 전류의 속도는 아니다. 도체(예를 들어 구리선)는 무수히 많은 원자와 그 원자 외곽을 떠도는 자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도체 양쪽 끝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류는 도체를 따라 흐르게 된다. 전류가 흐르는 중간에 백열전구를 연결하면 백열전구는 환한 빛을 낸다. 이 전기회로에 스위치를 추가해 보자. 스위치를 끄면 전류가 흐르지 않고, 스위치를 켜면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스위치를 켜는 동시에 우리는 백열전구가 빛을 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스위치를 켜는 사건과 백열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은 너무 짧아서 마치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위치를 켠다는 말은 전기 회로가 모두 이어지게 만든다는 말이다. 전기 회로가 모두 이어지면 전압에 의하여 전기장이 형성되고 이때부터 전자의 이동이 발생한다. 그런데 전자는 스위치에서 백열전구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앞 전자를 밀친다. 바로 앞 전자는 그 앞의 전자를 밀치고, 이렇게 전자가 전자를 밀치는 현상이 도선 안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전자는 이렇게 도미노처럼 밀쳐지면서 전류를 만들어 낸다. 전자가 이웃 전자를 밀치는 속도는 거의 광속에 가깝다. 그래서 스위치를 켜는 순간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 하나의 궤적을 따라가면 그 전자는 매우 느린 거북이의 속도로 이동한다. 수 없이 많은 원자들 사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자들은 전자의 이동을 방해하는 저항의 역할을 한다. 전류의 속도는 광속에 가깝지만, 실제 전자의 이동 속도는 매우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