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학 - 전기와 자기는 같다 (3)
자석이 발견되어 자기력과 자기장의 개념이 탄생한 15세기 이후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사람들은 자기력은 전기력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자석은 N극과 S극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같은 전하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전하끼리는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진 전기력과 유사한 면이 있었음에도, 당시 사람들은 두 힘을 하나로 묶을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나침반은 지구가 하나의 큰 자석이며, 남극에서 나온 자기력선은 북극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나침반의 N극은 항상 지구의 북쪽을 가리키며, 지구의 북극이 실제로는 S극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방을 구분할 수 없는 망망대해 위의 어디에 있던 나침반을 통해 지구의 북쪽을 알아낼 수 있다. 나침반의 도움으로 항해사들은 아무리 먼바다로 나가도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풍랑을 만나지 않는 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자기장이라고 한다. 자석은 항상 N극과 S극이 쌍으로 존재하고, N극에서 나온 자기력선은 S극으로 들어간다. 이 자기력선이 촘촘한가 듬성듬성한가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가 결정된다. 자기력선의 촘촘한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자속밀도이다.
그렇다면 자기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자기력의 실체를 파고 들어가면 전자(Electron)에 이른다. 전자는 스핀(Spin)이라는 고유의 물리량을 갖는데, 이 스핀에 의해 자기력이 생긴다. 이 스핀은 김연아 선수가 빙판 위에서 뱅글뱅글 도는 스핀과는 다르다. 이것은 양자역학적 물리량으로 스핀이라고 부르면 편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전자는 스핀을 가지므로 마치 작은 막대자석처럼 행동한다. 전자가 갖는 스핀은 업스핀과 다운스핀 두 가지이다. 자기장과 같은 방향이 업스핀이고, 자기장과 반대 방향이 다운스핀인데, 전자는 자기장 속에서 자기장과 같은 방향의 스핀을 가지려고 한다. 그쪽이 에너지가 낮아지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질에서 전자들은 무작위의 스핀을 가진다. 그래서 자기력이 상쇄된다. 영구자석은 전자의 스핀 방향이 정렬된 상태이다. 철(Iron)과 같은 금속이 자석에 달라붙는 이유는 철 안에 있는 전자들의 스핀이 자석 근처에 오면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철도 자석의 성질을 갖게 되는데 영구자석을 이루는 전자의 스핀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정렬된다. 이때에 자석과 철 사이에 인력이 생기고 서로 당긴다. 철 속의 전자스핀이 한 번 정렬되면 그 상태는 금방 없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본래의 무질서한 스핀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 번 자석에 갖다 댄 철이 얼마동안 자석의 성질을 띠는 이유가 그것이다.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은 자석을 갖다 대도 전자의 스핀이 정렬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자석에 달라붙지 않는 이유이다.
영구자석이 전자의 스핀 정렬에 의한 것이므로 이 자석을 아무리 쪼개어 봐도 N극과 S극을 동시에 갖는다. 심지어 원자 단위로 쪼개도 N극과 S극은 분리되지 않는다. 전자 자체가 N극과 S극을 동시에 갖는 하나의 작은 자석이기 때문이다.
1831년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자석 근처에서 움직이는 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였다. 전류가 흐른다는 것은 전기장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도선 양 끝에 건전지를 연결하여 전위차를 발생시키면 전기장이 형성되고 전류가 흐른다. 하지만, 건전지가 없는데도 움직이는 것 하나만으로 도선에 전류가 흐르게 만들 수 있다. 자석 근처에서 도선을 움직이던가, 도선 근처에서 자석을 움직이면 도선에 전류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자석과 도선의 상대운동이다. 이때 발생되는 전류의 크기는 그 상대속도에 비례한다.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자속을 변화시켰는가 하는 것이 기전력의 크기를 결정한다. 패러데이는 이것을 유도기전력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발전기의 원리가 되었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응용되었다.
자기력이 전기력을 유도하듯이 흐르는 전류 주변에는 자기장이 생성된다.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성되는데, 전기장이 변한다는 말은 전하의 이동이 있다는 말이다. 전하의 이동은 전류를 만들어내고 그 주변에 자기장을 만든다. 고정된 코일에 전류를 흘리고 근처에 영구자석을 갖다 대면 그 영구자석은 자기력의 힘을 받는다. 철이 자석에 붙는 인력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마치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또 다른 자석이 있는 것처럼 척력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모터를 회전시킬 수 있다.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청소기의 모터나 전기자동차의 모터가 이 자기 유도 원리로 움직인다.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생기고,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긴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상대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현상이고 표현만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