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히트펌프란 무엇인가

클린에너지를 사용하는 난방기구

by Neutron Mar 16. 2025

히트펌프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냉동사이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히트펌프와 냉동기는 동일한 사이클에서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냉동기는 찬 물을 만들어 내는 장치이다. 증발기라고 불리는 열교환기 입구에 물을 주입하면 차가워져서 나온다. 핵심은 증발기의 온도를 낮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증발기 안에는 냉매라고 불리는 물질이 들어있다. 냉매는 물과 섞이지 않고 얇은 금속면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열을 주고받는다. 증발기 안에서 냉매는 계속 증발하며 물의 열을 빼앗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림. 증발기.      출처 : Google


증발기를 관통하는 물의 입구 온도는 대개 12 정도이고, 출구 온도는 7 정도이다. 냉매 온도가 약 5℃를 유지해야 7℃의 찬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냉매 온도를 5℃로 유지할 수 있을까? 냉매 온도 유지를 위하여 전기에너지가 투입된다. 전기에너지는 압축기의 모터를 돌리고 이 압축기는 가스 냉매를 압축하여 압력차를 만들어 낸다. 압축기 입구의 냉매 압력은 낮아지고, 압축기 출구의 냉매 압력은 높아진다. 압축기 입구는 증발기와 연결되어 있고 증발기에서 증발된 냉매 가스를 흡입하여 압축한다. 압축기에서 지속적으로 냉매를 빨아들이므로 증발기의 압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증발기의 냉매는 포화상태에 있으므로 압력이 낮아지면 온도가 내려간다. 이 것이 증발기가 냉매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면 압력이 높아진 압축기 출구의 냉매는 어디로 갈까? 이 고온, 고압의 냉매 가스는 응축기라고 불리는 또 다른 열교환기 안으로 들어간다. 이 응축기에는 냉각수라고 불리는 물이 흐른다. 증발기와 마찬가지로 응축기의 냉매와 물은 섞이지 않고 얇은 금속판을 사이에 두고 서로 열을 교환한다. 약 37℃ 정도로 뜨거워진 냉매에 비하여 온도가 낮은 냉각수가 흐르면 냉매는 물에 열을 빼앗기고 응축한다. 액체로 변한다는 뜻이다. 섭씨 30도의 냉각수는 냉매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약 35℃로 데워지고, 데워진 물은 냉각탑으로 흘러가서 약 30℃로 식혀진다. 우리는 이 것을 '열을 버린다'라고 한다. 냉각탑에서 열을 버리고 식혀진 물은 원래 냉각수의 온도 30℃를 회복하여 다시 응축기로 들어가 냉매를 식힌다.


응축된 냉매는 팽창밸브를 통과하면서 온도와 압력이 떨어진다. 저온 저압의 냉매는 다시 증발기로 흘러들어 가 물의 열을 빼앗는다. 물의 열을 빼앗는 과정에서 증발한 냉매는 다시 압축기 입구로 빨려 들어간다. 이 과정은 압축기에 전기가 투입되는 한 계속 반복된다.


냉동 사이클 : 증발 - 압축 - 응축 - 팽창 - 다시 증발....


증발기에서 생산되는 찬물은 건물의 실내로 흘러들어 가 실내 공기와 열교환하여 찬 바람을 만들어 낸다. 이 찬 바람으로 여름철에 건물을 냉방하는 것이다. 냉동기는 이렇게 여름철 냉방에 사용된다.


히트펌프는 반대로 응축기에 흐르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응축기에서 냉매에 의해 데워진 물은 비교적 높은 온도를 지니며 히트펌프에서는 이를 냉각수 대신 온수라고 부른다. 냉매와 압축 방식에 따라 최대 120℃ 까지 온수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 보일러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고온의 온수를 히트펌프에서도 동일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보일러는 LPG나 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물을 데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히트펌프에서 온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에너지와 증발기에서 열을 빼앗을 수 있는 저온의 열원만 있으면 된다. 당연히 이산화탄소의 배출과는 무관하다. 효율도 좋아서 100의 에너지를 가지는 온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약 30 정도이다. 나머지 70은 낮은 온도의 열원에서 빼앗아오면 되는데, 강물, 바닷물, 하수처리수, 공장 폐수 등이 좋은 저 열원이 된다. 이러한 수열원(water heat source)은 사막 지역을 제외하고 지구 어디나 풍부하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이다. 100의 에너지를 가지는 온수를 얻기 위해 110 만큼의 화석연료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보일러에 비하면 그 효율면에서도 비교불가하다. 아직까지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수열원을 미활용에너지라고도 부른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그림. 터보 히트펌프.     출처 : Google


마땅한 수열원이 없거나 설치 예산이 부족한 곳에서는 공기열원 히트펌프를 사용한다. 수열원 히트펌프에 비하여 투입된 전기 대비 난방 효율은 떨어지나 손쉽게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기열원 히트펌프는 온천이나 워터파크 등 겨울철에 수영장 물을 데우는 데에도 쓰인다.


현재 유럽은 모든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대체해 가는 과정에 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도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지역난방공사는 보일러에 의해 데워진 물을 공급하지만, 북유럽의 지역난방공사는 대용량 터보 히트펌프를 활용하여 고온의 온수를 각 가정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도 오래전부터 이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값이 급등하면서 전기식 히트펌프의 사용이 급증하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가스값과 상관없이 유럽의 히트펌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정부의 노력과 사용자의 의식 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나라들을 선진국가로 부를 만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가스냉방설비 설치 및 설계 장려금이라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LPG 및 LNG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한국 가스공사도 먹고살아야 하고, 전력 부족을 메워야 하니까 이해는 가는데, 지구 전체의 문제를 생각하면 한국도 서둘러서 클린에너지 시대를 향해 걸음을 떼야한다. 전국에 태양광발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조력발전, 풍력발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해서 전력 부족을 만회하고 가스 사용량을 점진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정부의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가능하다. 세상을 구할 책임감을 한국 정부와 국민은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구 온난화를 막는 방법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